하늘은 청명한데 바람이 을씨년스럽다.
곱게 진 단풍잎이 바람에 날리는 창밖을 보며 마음 또한 스산해진다.
십일월이 되면 떠오르는 사건들이 있다.
사십년전 첫사랑과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렸던 십일월은 내 인생의 전환점을 가져왔었다.
그해 십일월에 보았던 늦가을 바다는 아름다웠다..
사랑과 열정의 기억보다는 이별이라는 사실이 가슴 아팠다.
오래전에 지나가고 다시 돌이킬수 없지만 늘 십일월이 오면 그날을 기억한다.
잘 살고 있겠지...
그리고 십팔년전의 십일월에는 아들의 사고로 낙엽 날리는 길을 아들 찾아서 매일 인덕원 길을
운전해 갔었다.
그 해 십일월에 느낀 낙엽의 의미는 내게 색달랐다.
매일 매일 절망과 희망으로 가슴은 방망이질을 했었다.
처음 가본 구치소라는 곳이 내게 준 황당함과 가슴 두근거림..
내 아들이 왜 그 대열에 서야 하는지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십일월..
나는 그 후로 십일월이 슬프다.
이년전 십일월에 손녀가 태어났다.
손녀의 탄생으로 나는 나의 가정이 다시 행복을 찾기를 소망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 우리 부부에게 새로운 전환점이 오기를 기대했다.
불행히도 그 기대는 무너졌다.
행복은 기대한다고 찾아오지 않음을 배웠다.
지난 해 십일월..
이혼을 했다.
사십년 가까이 살아온 남자와 결별을 한 십일월..
이혼이란 가정의 붕괴라는것을 실감했다.
이 세상에서 다시는 내가 여보라고 부를수 있는 사람이 없어졌다는것이 이혼이었다.
여보..오늘 추운가봐..이런 말을 할수 있는 상대가 없다.
여보..오늘 점심은 뭘 먹을까..이런 말들...
아무것도 아닌 이런 평범한 대화를 나눌 상대가 사라졌다는 말이다.
내가 없어도 잘 살고 있겠지...
나는 그에게 무엇이었을까..
새삼스럽게 그런 의문을 가져본다.
작은 빌라 작은 방에서 햇빛을 받으며 창앞에 혼자 앉아서 새로운 십일월을 꿈꾼다.
잘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