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를 만나러 갈때엔 냉동실에 삶아놓은 옥수수를 들고 간다.
옥수수 대장인 윤지는 내가 꺼내어 놓는 옥수수를 잘도 먹는다.
지난 주에 서해안에 가서 게와 전어를 샀다.
살아 꿈틀대는 놈들을 애들에게 먹이고 싶은 마음에 그 길로 바로 아들네로 갔다.
게를 삶아주니 너무나 잘 먹는 윤지를 바라보니 기분이 좋았다.
전어를 회를 쳐서 며늘애와 먹으면서 우리는 어쩜 이렇게 식성이 같은가에 대해서
이야기 하며 웃었다.
\"회를 제대로 못치겠는데.\"
\"대강 쳐서 먹어요. 엄니.\"
대강 회를 쳐서 먹으며 우리가 마치 구미호 고부간 같다며 깔깔댔다.
\"엄니..너무나 맛이 있어요.\"
\"그래 맛있지?\"
윤지네에서 이틀밤을 잤다.
윤지 엄마가 교육을 받으러 나간 날에는 윤지와 소꼽장난과 병원놀이에 시간을 보내고
다음날 윤지 엄마가 윤지를 데리고 결혼식에 갔던 시간에는 아들과 \'이끼\'라는 영화를 보았다.
볶음밥을 아들에게 만들어주니 얼마만에 먹는 엄마의 밥이냐며 맛있게 아들이 먹었다.
둘이서 하는 식사가 얼마만인가 이야기 하며 마주 보며 웃었다.
오랫만에 아들과 지내는 시간에 나는 앞으로 어떤 글을 쓸것인가에 대해서 들려주었고
아들은 내 글에 대한 조언도 해주었다.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절대로 입에 담지 않았고 나도 묻지 않았다.
이제는 그 이야기는 입에 담고 싶지가 않다.
아들도 마찬가지이리라 짐작할 뿐이다.
우유를 엎지른 아빠에게 \"조심 좀 하지.\" 라고 말하는 윤지때문에 우리 모두 얼마나 웃었는지...
주말에만 만나는 아빠가 너무나 반가워서 윤지는 아빠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아빠만 불러댄다.
\"너 금요일에 두고 보자.\"
내 말의 뜻을 모르는체 윤지는 아빠만 밝힌다.
아이들이 행복해보이는 모습을 보며 수지를 떠나서 일산으로 갔다.
아버지는 많이 좋아지셨지만 많이 변하신것 같다.
언니가 힘이 든다는 사실을 모르시는지 언니를 너무 자주 불러대신다.
그렇게 이기적인 분이 아니셨는데 왠일인지 모르겠다.
무릎이 아픈 언니는 절뚝거리며 아버지의 부름에 간다.
언니가 얼마나 버틸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아버지를 조카에게 맡겨두고 언니를 데리고 일식집에 가서 생일을 미리 축하해주었다.
자꾸 눈물을 글썽이는 언니가 딱해서 가슴이 아프다.
갈수록 형부의 빈자리가 아쉽기만 하다.
일산에서 다시 이박 삼일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드라마 작가와 점심을 먹었다.
언제 보아도 싱싱한 모습인 작가는 내 글을 드라마로 쓰는데 고칠 점을 건의했고
나도 수긍을 해주었다.
주인공의 나이를 조금 낮추자는 건의였다.
아직 어떤 결정도 되지는 않았지만 좋은 결과를 기대해보기로 한다.
돌아오는 길에 피곤이 몰려와서 기흥 휴게소에서 커피를 한잔 마시며
쉬었다가 오산으로 돌아왔다.
주중에 있을 문인협회의 사람과의 약속까지는 휴식을 가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