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늦게서야 기숙사에 있던 아들한테서 문자 한통이 띠리릭~
\"엄마~오늘 밤 친구들 데려가도 되지요?\"
기숙사에 있다가 한 주일만에 집에 돌아오는 아들인데
고 3들이 어딜 우르르..몰려 다닐려고~~
처음엔 약간 걱정도 됐지만 곧 긍정적인 문자로 답했다.
\"엄마 아빠는 내일 새벽에 강원도 가니까
친구들 오면 거실이며 네 방에 자고 아침은 엄마가 해 놓고 갈께 와라~~\"
사돈댁하고 강원도까지 가을소풍겸 자연산 송이를 따러 가기로 한 날이라
취소 하기도 그렇고 아들 친구들이 온다고 해도 그냥 밀어부치기로 했다.
부랴부랴 전기압력솥에 밥을 한다~
김칠 챙겨둔다~
비상식품으로 냉동실에 둔 양념구이용 쇠고기를 실온에 내 놓는다~
기타 밑반찬 좀 챙긴다~
급 바빠진 일손이었다.
새벽 1시에 강원도로 출발하기에 베낭이며 식수에 간식까지 그 짐 챙겨두랴
아들의 친구 밥 챙겨두랴 한밤에 난리.
밤 10시에 씨름선수만한 입 언저리가 거뭇거뭇한 장정만 넷이 거실에 들어섰다.
아들하고 친구들 셋 도합 넷.
아들이 176센티인데 다들 아들보다 최소한 5센티는 더 커 보이는 거구들이다.
인물들도 훤하고 시원시원 서글서글....
고3인지도 모르게들 긴장감도 없고 인상들이 편안해 보였다.
속이야 시커멓게 타 들어가기나 어쨌거나 겉으로는 보통의 선한 청소년들???
평소엔 좀 넓어뵈던 우리집 거실인데도 장정들만 넷이 왔다리갔다리 하는데
갑자기 집이 좁고 낮아뵌다.ㅋㅋ
그 아이들은 이미 수시에도 접수해 두고 있었고 수능도 착실히 준비 중이라고했다.
어떤 친구는 합격도 했다 그러고.
올 처럼 입시가 복잡하고 경쟁률이 어마어마한 해에 남의 아들이지만 내 아들 일처럼
잘했구나..축하한다..그런 말이 절로 나왔고 대견해 보였다.
이 시골 고등학교에서.
아들한테 살짜기~~물어보니 다들 아들보다는 성적도 좋다는데 쩝.....ㅎㅎㅎ
이런저런 안부인사에 아이들의 간식거리를 좀 내 주고는 잠시 눈을 붙히고
우리 부부는 가을을 재촉하는 밤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새카만 밤에 강원도행을 했고
중간에 망양휴게소에서 밤바다의 파도소리도 들었다.
도무지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게 완전한 어둠 속에서도 먼 불빛으로 보이는 밤바다의 파도
그리고 쏴아악~들려오던 파도소리.
무섬증도 있었는데 그 어둠속의 파도를 보려고 시커먼 허공을 응시하기도 했다.
동쪽 바다가 조금씩 밝아 올 무렵 삼척의 이름모를 산에 올랐고 큰 소나무 밑을 샅샅이 다 살폈지만
이미 누군가가 산 구석구석을 다 헤집어 송이를 캐 간 흔적이 여기저기~
삭은 솔잎들이 뒤집어져 있었고 지팡이로 들 춘 흔적흔적들.......
아쉽게도 강원도까지 원정을 가 허탕은 아니었지만 결과는 조촐...ㅎㅎㅎㅎ
그래도 사돈댁과 함께 산행을 할 수 있어서 즐거웠고 하산 후 먹었던 아침밥.
청국장은 그 자체의 맛보다는 분위기가 더 좋았던 것 같았다.
아쉬움을 안고 집으로 내려와보니 아들은 친구들하고 학교로 갔고
아침을 해 먹고 씽크대에는 설거지까지 말끔히 해 놓았다~`ㅎㅎ
남은 반찬은 냉장고에 넣었고 랲까지 씌워서 마무리를 해 놓았다.
평소에 아들에게 설거지하는 법이며 밥상 차리는 일을 가르친 보람이 나타났다.
우리 세대보다 더 맞벌이를 많이 해야 할 우리 아이들 세대.
아내한테만 가사일을 미루지 말고 누구든 집에 일찍 오는 사람이 가사일을 하라고 이르는 중이다.
가장 기초적인 설거지며 간단한 요리까지.....
기본적으로 라면은 일찌감치 스스로 터득한 듯 했고 짜파게티 더 맛있게 만드는 법
그리고 고기 굽는 후라이팬과 계란 굽는 후라이팬 다루는 법
숯불에 고기 굽는 법... 다 먹고 난 후의 뒷처리하는 법까지.
아~그리고 세제 덜 쓰고 물 덜 쓰면서 설거지하는 법은 실습까지 시키면서 가르쳤다.ㅋㅋㅋ
누구는 아들이 주방에 들어가면 그렇게 밉다가도 반대로 사위가 들어가면 너무너무 이쁘다고....
내 집에서 안 한 그 아들이 결국엔 며느리의 집에 가면 이쁜 사위가 될건데
굳이 우리집에서 안한다고 안심할 일은 아닐 것 같다.ㅋㅋㅋㅋ
그러는 것 보다는 며느리도 도우고 사돈댁에서도 이쁨 받게 아들에게 기초적인 생존법을
일찌감치 가르쳐 두는게 나중에 나이들어 며느리한테 뜨신 숭늉 한사발이라도 더 얻어 먹지 싶다.
싫다소리 안하고 잘 따라주는 아들도 아들이지만 우리집에 따라 놀러 오는 아들친구들도
뭘 깨닫고 갔을래나?
자기네들 친구가 쪼잔남으로 보였을까나?
고 3이라고 떠 받들어가면서 키우는 엄마가 아니다보니 아들은 엄마가 부탁하는 일이나
웬만한 노동은 기꺼이 가벼운 몸동작으로 수행한다.
미래의 그녀에게 바칠 남의 남자를 내 품에 있을 때 미리미리 잘 다듬어 놔야 하지 않을까???ㅋㅋㅋㅋㅋㅋㅋ
자랑스런 수확물 ㅎㅎㅎ
생전 처음 해 봤던 송이버섯 채취.
그 기쁨이란 산삼을 캐는 심마니 같았다고나 할까?ㅋㅋㅋㅋ
지표면보다 약간 도드락한 묵은 솔잎을 걷어내면 보이던 송이의 갓
수없이 많은 허탕이 지나고나서야 이루어진 요 몇개의 수확
그 송이가 크든 작든 가슴이 설레었고 감격 그 자체.
더 많았더라면 아마 심장마비가 오지 않았을까?ㅋㅋㅋㅋ
진한 송이향 그리고 강원도 깊은 산속의 맑은 솔바람
멀리 산 아래로 보이던 시원스런 동해바다의 해돋이
새벽에 떠났던 강원도행은 그렇게 멋진 그림으로 마무리되었다.
사진이 저렇게 나와서 그렇지 저울에 달아보니 정확하게 1킬로그램 조금 넘었다.
까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