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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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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차이


BY 그대향기 2010-10-04

 

 

대체로 의견일치를 잘 보는 축에 속하는 우리 부부.

그러나 정작 깊이 들어가면  딱 맞아 떨어지는게 단 한가지도 없다.

옷입는거나 밥 먹는거 가구며 좋아하는 색상까지.

느긋하게 쇼핑다운 쇼핑을 못하는건 기본이고 가게 문 밖에서 도끼눈을 하고 가자는데야....

눈에 확 들어오는 물건 골라서 얼마냐 물어보고 돈 주고 나오면 되지 왜 이것저것 물어보고

이집저집 돌아다니느냐고 언제나 핀잔아닌 불평이 많은 남편.

 

난 스포티하고 심플한 스타일의 옷을 좋아하는데

남편은 할배같은 중후한 색상(말이 중후지 거의 노인네 색깔)을 좋아하고

난 디자인이 심플하면서도 젊은 감각을 좋아하는데 남편은 어깨뽕이 잔뜩 들어간 그런 옷을 좋아한다.

난 바다같은 파란색이나 그린색을 좋아하고 남편은 짙은 나무색이나 회색을 좋아한다.

그러니 어쩌다가 삼대구년만에 한번씩 옷을 사러가면 늘 서로 삐진다.

난 젊어뵈는 옷을 안 산다고 삐지고 남편은 자기가 입고 싶은 옷 못 입게 한다고 삐지고....

 

난 이왕이면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로 사자는 주의고 남편은 누가 뭐라든 자기만 편하면 된다는 주의고.

그러니 새 옷을 사도 늘 오래 입던 옷 같고 새 넥타이를 골라도 시아버님 넥타이를 물려 받은 것 같지...

난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포인트를 주는 넥타이를 고르면 남편은 맨날 맨날

빨간 바탕에 사선으로 들어간 스트라이프.

그 날 입은 와이셔츠 색상이 뭐든지간에 그 빨간 넥타이를 고르는 바람에 한 몇달 감춰 둔 적도 있었다.

잊어먹었다고 시침 뚝~~떼고.ㅋㅋㅋㅋ

그러다가 뭘 찾다가는 그 빨간 넥타이를 찾아내곤 즐거워하는 모습이란...ㅎㅎㅎ

더 깊이 감추던가 아니면 아예 증거인멸을 해 뒀어야 하는데....

 

한 달에 두번 쉬는 휴일에도 그렇다.

점심을 먹을 때도 거의 대부분은 메뉴일치를 볼 수가 없다.

난 기름기가 최대한 적은 음식이 먹고픈데 남편은 늘 그렇게 먹으니까

쉬는 날 만큼은 기름을 좀 먹어도 된다며 얼큰하고 맵고 기름기 자글자글한 음식을 먹잔다..

집에서는 할머니들의 고혈압이나 콜레스테롤수치 당뇨등을 감안해서

최대한 기름기가 적은 식단이다보니 늘 남편은 그 부분이 부족한 느낌이란다.

본인도 조심해야할 음식들인데도 안 참고 못 참는다.

 

그러고보니 난 초식띠고(소띠) 남편은 육식띠(호랑이띠)네~ㅎㅎㅎㅎ

내가 좀 느긋하고 촉촉한 반면 남편은 다소 급하고 화르륵  마른 장작 같은 성격이다.

일처리 능력에서는 내가 실수투성이에 다음엔 잘 하면 되지 뭐...이런 여유만만 스타일이라면

남편은 꼼꼼쟁이에 한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못하는 완벽주의자에 가깝다.

스스로 힘들어서 영육이 다 지치는 경우도 있지만 남편은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이다.

남편이 그런 성격이다보니 난 가능하면 생각이 없는 여자로 살려고 한다.

두 부부가 다 생각이 너무 많으면 자주 부딪힐거고 스파크만 일어날 뿐.

 

가능하면 쉬는 날 식단은 남편 위주로 양보하기는 하는데

건강을 생각해서 좀 자제해 주면 참 좋겠는데 완강하게 밀어부치지를 못하겠다.

육류보다는 식물성으로 했으면 좋겠고 자극적인 음식보다는 순한 음식이면 좋겠는데

평소에 늘 그렇게 하니까 하루 이틀 정도는 자기가 하고 싶은데로 하자는데 딴지를 걸지 못하겠다.

그래도 난 남편이 고르는 음식을 같이 먹어주기는 해도 영....불만이다.

조금만 더 본인의 건강에 신경을 써 줬으면 좋겠는데 악착같다가도 금방 해이해 진다.

곁에서 챙겨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본인이 더 챙겨야 할 일인데.

 

나중에 은퇴하고 한적한 시골에서 전원생활을 꿈꾸며 하나 둘씩 정보나 얻자 싶어서

집짓는거나 실내인테리어가 궁금해서 모델하우스나 관련 서적을 구경하노라면

말타고 달리면서 보는 구경보다 더 빠르게 가자고 조른다.

아마도 일반 승마가 아니라 경주마의 초스피드 레이스쯤????....ㅋㅋㅋㅋ

구석구석 벽지며 타일색상이나 가구 배치도며 집기등을 구경하고 나가자면

그런거는 나중에 돈만 있으면 하루만에 다 해결나는 일이라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발품을 팔더라도 꼼꼼하게 구경도 하고 눈에 익힐건 익히고 싶어도

현관문을 혼자 먼저 밀고 나가는데야 안 따라 나설수가 없다.

 

숨은 공간도 좀 찾아두고 요즘 인테리어는 어떤게 있는가 궁금도 안한지 원....

도대체가 나랑은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다.

그런데도 종국에 가서는 늘 내 의견에 뜻을 모아주는 남편이다.

왜냐면....

내 의견이 안  먹힐 때 말을 안 하거든.ㅋㅋㅋㅋ

와랑와랑 싸우는게 아니라 그냥 일인침묵시위에 돌입하기. 

시무룩해서 고개를 갸우뚱해서는 암말않고 온 종일 차가 움직이는데로만

몸을 맡기곤 부루퉁 해서 앉아있으니 뭔 재미가 있을까?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나면 내가 고집했던게 그리 나쁘진 않았고

그리 했던 대부분은 원만한 방법이었던게 있어서일거다.

특별히 우수한 머리는 아니지만 남한테 해 안 끼치고 가정경제에 누가 되지 않는다면

내 의견에 손을 들어주는 남편이라 처음부터 의견일치를 보진 못하더라도

시간을 갖고 접근하다보면 대부분은 내 뜻에 손을 들어준다.

그래도 처음부터 아니다라는 판단이 설 때는 남편도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는다.

두세번 어필해 보다가 남편의 말이 부드럽게 안 나오면 나도 뜻을 접고...

 

그렇게저렇게 안 맞고 덜 맞는 부분을 짜깁기하다보니 이젠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게 되었고

둘 다가 만족까지는 아니더라도 만족에 가깝게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 모양이다.

요즘은 서로의 취향이나 스타일엔 일절 간섭을 안하고 조언만 해 주는 정도?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칭찬도 질타도 있을 수 있겠지만 가능하다면 칭찬으로 마무리하기.

결혼초엔 다소 무겁고 짙은  색상이나 스타일을 주로 입던 남편이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

원색에 가까운 밝은 파스텔톤의 옷도 자주 입게되었고 헐렁한 스타일에서 슬림한 스타일까지

소화시키는 젊은이가 다 된 모습이다.

나이는 한살 두살 자꾸 떡시루에 켜가 생기듯 나이테를 쌓아가지만

생각이나 삶 속의 옷차림만이라도 젊어지고픈 이 알량함.

 

이 가을 날에

가로수 은행잎이 노오~랗게 노오~랗게  단풍들면 가벼운 등산복이라도 밝고 젊게 차려입고

서로 다른 의견들로 버거웠던  지난날을 회상하며 지금은 서로가 너무 편안한 중년 부부끼리

높푸른 가을 하늘 아래 곱게 물든 은행잎 길을 걸으며

이만큼 살아온 수고로움을 서로 칭찬해 줘야겠다.

하고싶은데로 다 하고 살지는 못하지만 큰 욕심이 없는 한  큰 불만도 없는 법.

행복은 파아란 가을 하늘에 떠 가는 작은 조각구름보다 더 가벼운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