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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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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탈을 쓴 악마와 이웃하다. .


BY *콜라* 2010-09-28

가족 모임, 동창모임, 계모임, 남편 거래처 손님 초대, 망년회.

수많은 모임을 집에서 직접 음식을 장만해 치르는 큰 손 지수 엄마와

친정집이, 울타리 없는 전원주택에서 이웃하고 산 지도 17.

 엄마는 멀리 사는 딸보다 그녀를 더 좋아한다.

 

그도 그럴 것이, 아버지와 티격태격하면 달려와 엄마 편을 들어주고

농사지은 배추를 뽑아 김장을 담그는 일, 고추 말리기..  

필요할 때마다 그녀는 당장 큰 힘이고 위로가 되기 때문이다

 

언젠가 마닐라에 살던 우리에게 국제전화를 한 엄마는

앞뒤 거두절미하고 아이를 입양해서 키우라고 하셨다.

 

아이를 키울 거면 우리가 낳지 왜 입양하냐고 거절하자

임신중독증으로 출산 후 엄마를 잃고 인큐베이터에서 생사를 오가던 아기를 

이웃 그녀가 위탁받아 백일동안 정성껏 키워 정상아가 되었지만

아들 재혼을 위해 할머니가 해외입양을 보내려고 한다는것,

정이 든 그녀가 입양 신청을 했지만

양부모의 나이가 만 50세가 넘어 입양이 불가하다는 이야기였다.  

 

그 애가 지수다.

 

물 한 방울도 일반적인 것은 먹이지 않고,휴지 한 장도 무공해만 고집하며

지극정성으로 키우는 모습은 

과연 이 아이가 엄마를 잃은 게 흉인가 복인가 헷갈릴 정도로 감동적이었다.

 엄마를 통해 듣는 그녀의 선행과 마음씀씀이는

토씨 하나 버릴 게 없는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때로는 그녀의 친절이 지나치다 싶을 때도 있었지만

우리 엄마와 동갑인 노부모 둔 자식의 마음으로 잘한다는데

그것도 내 부모에게 잘하는 사람을

타고난 효심 외 다른 시선으로 생각하는 것은 도리가 아닐 듯해 입을 다물곤 했다.    

  

지난 8월 배가 아픈 엄마를 병원에 모시고 간 사람도 그녀였고

맹장염 수술에 보호자 동의서를 쓴 사람도 그녀,,,,

암일 지 모른다는 의사의 진단결과를 처음 들었던 사람도 그녀

캐나다, 미국, 서울에 흩어져 살고 있는 자식들이 가슴만 태울 때

긴급 수술 직후 엄마 곁에 있던 사람도 그녀였기에  

내 엄마를 돌봐 주는 것 만으로

나는 미칠 듯 고맙고 감사했다.

그렇게 그녀는 우리 집안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엄마가 용인 병원에서 지내시길 원하신다면 간병을 하겠노라 했지만

더 큰 병원에서 진료를 하고 싶은 자식들의 입장을

조심스럽게 전달, 서울로 옮겼다.

 

칠십 아홉 연세에 대수술을 하고 이틀 만에 운동을 하고

지병인 당뇨로 수술 부위가 아물지 않아

2주 만에 수술부위를 열어 재수술을 하고도

또 다시 이틀 만에 운동을 하는 강한 정신력과 체력을 자랑하는 엄마는

지난 봄 종합검진에서도 아무 이상이 없었고

입원 전까지 노인대학을 다니며 건강했다.

 

암이란 발견되면 이미 늦어버리기 다반사지만 

4개월 만에 손쓰기 힘들만큼 위중한 상황으로 진행된 것에

우린 참으로 당황스러움과 함께 의아함도 컸다.

  

암 발병에는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이라면

엄마가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었기에 우린 그 부분이 가장 수긍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우연히 엄마의 스트레스와 그로인한 고통의 실체를 알게 됐다.    

 

추석 전 나는 엄마 통장으로 아버지 용돈을 보낸 후

언니에게 그 돈을 찾아서 아버지께 드려달라고 부탁을 했었다.

 

그동안 오빠는

생활비 받으며 부모가 자식눈치 보는 거 싫다며 직접 드리지 않고

폰뱅킹으로 천 만원 단위로 보내 놓고 잔액만 확인하며

다시 채워두는 식이라 엄마 통장을 볼 일이 없었고

자식들 중엔 처음으로 언니가 엄마의 통장내역을 보게 된 것이다. 

 

밴쿠버에서 살고 있는 오빠와 식사를 하던 날

엄마 아버지가 한 달에 5백 만원씩 쓰는 달이 많다며 

좀 이상하다 는 말을 듣고  

건강식품이나 노인 건강보조 기구가 얼마나 비싼데

생활비 많이 드리는 것에 대한 생색이라는 오해를 했었다.

 

그런데 뜻밖에 지수 엄마의 이름이 찍혀 있는 통장을 본 언니는

지난 통장을 모두 확인했고   

몇 년 전부터 그녀에게 엄마가 송금한 기록과 매월 이자로 입금된 기록....

돈이 모이면 다시 목돈으로 그녀에게 송금된 전모를 알게 된 것.

이자 입금은 재작년 말 끊겨 있었다고 한다. 

 

자식들에게 털어놓지 못하고 혼자 밤잠을 자지 못했을 엄마.

자장면 한 그릇도 사먹기 아까워 하는 엄마가 매월 몇 백만원씩 쓰는 게

이해할 수 없다던 오빠의 말이 그제서야 연결되어 졌다.

엄마의 숨겨둔 현금도 놀랍지만

그 대상이 지수 엄마라는 것에 경악했다. 

 

생활비가 목돈으로 입금되고, 자식들이 내역 확인 하지 않는 점을 노려

처음에는 이자를 꼬박꼬박 주며 안심시킨 후

돈이 모이면 다시 감언이설로 긁어가고

자식들에게 비밀이라는 약점을 잡아 이자마저 지불하지 않았던 것.

 

언니는

이 일을 자식들이 모른 채 엄마가 돌아가시기를 바라면서

병간호 한다고 두 얼굴로 곁에 있었던 생각을 하면

당장 달려가 죽이고 싶다며 치를 떨었다.

 

엄마의 스트레스는 돈에서 그친 것만도 아니었다.

지난 해 열쇠를 그녀에게 맡기고 시골을 다녀오는 사이에

엄마가 아끼던 목걸이며 반지 모든 패물을 몽땅 도난 당한 일이 있었고

이때 화장대 서랍에 있던 모든 서류가운데 그녀의 차용증만 사라졌다.

 

친절을 가장한 강도의 칼 끝을 품은 그녀. 

이웃들이 목격한 증언으로 경찰에 신고를 했지만

조사가 시작되자 또 자식들에게 알리겠다는 협박으로 신고 철회를 종용했고

마침 한국에 간 오빠는 복잡한 조사가 신경쓰인다는 엄마 말에 

 패물을 다시 사드리고 이유도 모른 채 취하를 했었다. 

 

며칠 전 오빠가 나서서 차용증을 다시 받고 변제를 약속한 날짜가 9월30일

만약 지켜지지 않는다면, 십 수년 함께 살아 온 이웃 사람을 법정에 세우고

창문 너머로 내 집처럼 바라보던 이웃 집을

경매신청 할 수 밖에 없는 극한 상황에 처할 것 같다. 

 

정든 좋은 이웃을 잃었다는 것도 슬프고   

무엇보다 그로 인해 엄마의 병이 발병했거나

발병한 병이 더 깊어진 원인이 아닌가 해서 분노하면서도

엄마가 상처받을까 염려되어 그마저 감추고 아닌 척 웃는다. 

 

그간 뒤에서 엄마를 협박하고 우리 앞에서 천사로 가장한 그녀의 위선과 거짓

그것이 지금 내 엄마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음이

참으로 원통하다.

 

좋은 이웃이 되지 못할 바엔

나쁜 이웃은 되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