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의 휴일은 내게 행복한 날이다.
일찍 일어나라고 아무도 뭐라지 않는다.
아무말 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재촉하는이 없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니 아홉시다.
문득..... 모처럼의 휴일을 어딘가 가고 싶다.
몇년전 병원에 입원했을 때 옆 방에 있던 환자의 보호자랑 친하게 지냈었다.
그녀는 나랑 동갑이었고 상주 함창에 산다고 하였다.
농사를 짓고 소를 몇마리 키우고 그렇게 산다.
남편은 심부전증에 폐암까지 걸려 고생을 많이하고 있었다.
그녀가 잠시 왔다가 시골에 소 먹이주러 내려가면
나도 아프면서 그녀의 남편을 돌봐주기도 하였다.
그녀는 그런 나를 좋아했고 나는 시골이 고향인 그녀를 좋아했다.
우린 둘이 친구가 되자고 하였다.
맘이 고운 시골친구가 되어 농사지은 콩이며 팥이며 파란 열무들을 보내주기도 하고 아저씨가 잠시 시골에 내려가면 밤새도록 깻잎을 실로 묶어
보내주기도 하였다.
시골을 좋아하는 내게 메뚜기를 잡아 쪄서 볶아서 보내주기도 한 친구다.
어느날 전화를 해서 아저씨도 잘 계시냐고 하니까
세상을 떠나셨다고 한다.
난 엉엉 울면서 왜 연락을 안했냐고 나쁜사람이라고 했더니
내게 연락을 하면 더 슬플것 같아 안했다고 한다.
그후로 한번은 내려가 위로를 해야지 했는데 일년이 지나도록
시간을 내지 못했다.
오늘 시간이 주어진것이다.
훨훨 내 안에 묵은 짐을 벗어내야지 생각하고 혼자 쓸쓸히 지낼
친구를 위로하고 싶어 후다닥 옷을 갈아 입고 터미널로 갔다.
연휴라 차가 밀릴까 하는 염려는 뒤로하고 그저 가보고 싶은 친구곁에
달려가는것만 좋아 고속버스를 타고 갔다.
서울을 벗어나니 파란 하늘과 푸른 산과 들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가슴으로 안겨든다.
산등성이 위엔 어릴적 좋아하던 하얀 뭉게구름과 새털구름들이
이쁘게 수를 놓았다.
갇힌 고속버스안에 있지만 내 맘은 저 구름타고 훨훨 날아가는 것 같았다.
내 마음을 저 산등성이 위에 올려 놓았다
내 마음을 저 뭉게구름 위에 올려 보았다.
어느새 얼굴엔 기쁨의 환한 모습이 유리창에 빚추인다.
참 기분이 좋았다.
문득 어릴적 교회 다닐때 노래가 생각나 흥얼흥얼 불렀다
흰구름 뭉게뭉게 피는 하늘에
아침해 명랑하게 솟아 오른다
손을 손을 마주 잡은 우리 어린이
발걸음 가벼웁게 다녀 가는길
즐거운 여름학교 하나님의 집
아아.. 즐거운 성경말씀 배우러 가자........
하하하.....
오늘은 나를 잡아 매두는 곳이 없어 좋다
오늘은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없어 좋다.
기다리지 않는 그곳에 즐거운 맘으로 달려가는 맘이 행복하다.
어느새 다다른 상주 함창이다
시골 마을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집집마다 아직 서울로 가지아니한 승용차들이 마당에 있다.
저집은 자식이 몇명이겠구나.. 나도 시골 며느리가 되어 명절이면
저리 왔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시부모님이 살아계실땐 몇시간을 힘들게 달려가도 좋았다
시부모님께 드릴 음식들을 챙기며 기뻐하던 시간들이 그립다.
자식을 키워 며느리에게 덥썩 안겨주시고 용돈 한번 제대로
드리지 못함이 늘 맘 아쉬워 하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이제는 다 지나간 일들이다.
맘속에 스쳐가는 추억들이 시골집 앞마당에 주차된 차들을 보니 그리워진다.
하하하..........
친구집에 가니 모두 반겨준다.
서울에서 온 엄마 친구라도 모두 좋아해 주신다.
참 귀한 인연이라고 친구 시동생이 반겨준다.
친구 며느리가 차려준 맛있는 시골밥상에 밥을 꿀맛처럼 먹었다.
몇시간을 있다가 일어서니 친구가 광에서 참기름 한병을 싸준다.
내가 농사지어 짠것이니 맛나게 먹어 ..
맘이 쨘하다.
터미널 까지 친구와 그 아들이 데려다 주었다.
차표까지 끊어서 배웅해 주는 그 모습을 보며 맘이 푸근해 진다.
사람은 맘이 동할 때 선함과 베품을 통하여 사랑을 나누고
그리 사는것이 아름다운 삶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