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은 참 좋다.
시집 간 큰딸 내외도 추석 전 날 와서
선교사님하고 같이 온 20여명의 중국유학생들 접대를 같이 했고
설거지며 뒷처리를 도우며 온 가족이 오랫만에 진짜로 몇년만에
다 함께 추석 아침을 같이했다.
둘째도 또 막내도 아침 식탁에서 같이 식사를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큰딸이 시집 가고 첫번째 맞은 명절에는 기분이 참 묘했었다.
그리고 둘째까지 없었을 때는 더더욱 명절이 서운했고 뭔가 다 사라진 느낌 같았다.
튀김을 잘 만들었고 조근조근 말도 잘하고 내 손을 곧잘 도와줬던 큰딸이 없는 명절은
뭔지 모를 허전함에 음식을 만들고 있어도 신이 나질 않았고
맛있게 먹어주면서 연신 음식소쿠리에 손이 바쁜 둘째까지 없을때는
메뉴도 줄여가던 나를 발견했다.
딸아이들이 외국생활을 마감한 뒤 귀국하고 첫 명절인 올 추석.
사돈댁에서 제사도 없고 큰딸의 시누이되는 사돈이 시댁에 다녀 온 후에
큰딸하고 같이 어른들을 뵙자고 해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없는 우리집으로
큰딸내외를 보내주셔서 같이 추석을 보낼 수 있게 배려해 주셨다.
간단한 추석인사를 해도 좋으시련만 할머니들의 입맛에 맞는 밑반찬거리를
상자로 사 보내 주셨다.
파닥파닥 톱밥 속에서 살아있는 암게 한상자에 산오징어 한상자, 그리고 알이 굵고 향도 빛도 좋은 사과 한상자.
요즘 같이 물가가 비싼 철에 ......
우리만 생각하신게 아니라 혼자계시는 할머니들까지 챙기시느라 부담도 크셨을거 같다.
딸아이는 할머니들 드릴 요구르트며 두유박스를 두박스씩 싣고 왔고.
어릴 때 부터 할머니들 건식거리 챙기는 일을 주지시켰더니 그 부분은 분명하다.
친정나들이 한번하기 참 힘들었겠다.ㅎㅎㅎㅎ
싱싱한 게는 당장 손질해서 매콤달콤한 양념게장을 만들어 드렸더니 아주 잘 드셨다.
그렇잖아도 명절음식은 기름끼가 많은데 칼칼하게 양념게장을 해 드렸더니 맛나게 잘 드신다.
게살이 하얗게 빠져 나오면 밥을 비벼 드시고 손가락에 묻은 양념을 소리나게 쪽쪽 빨아드시는데
해 드리고도 이리 기분이 좋은데 직접 드린분이 보신다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올해는 명절에 찾아 오시는 분들도 거의 없다.
물가도 비싸고 경기도 안 좋은 모양이다.
다른 해 명절에는 이런저런 곳에서 개인적으로든 단체적으로든 여러 곳에서 도움을 주곤했었는데
올해는 그런 발걸음이 뚜...욱....
유난히 쓸쓸한 명절이 될 뻔 했었는데 큰딸 내외가 와 줘서 너무 반가웠고 할머니들이 좋아하셨다.
아주 어릴 때 부터 자라는 걸 보고 늙으신 분들이라 마치 친 손녀들처럼 이뻐들 하셨는데.....
사위도 달고 선물까지 싣고 왔으니 얼마나 더 반가워하시던지.ㅎㅎㅎㅎ
식탁이 와기애애....오고가는 대화 속에서 사랑이 듬뿍 묻어났다.
가끔 오는 큰딸 내외가 그저 반갑고 애기 소식이 궁금하고 사돈댁 소식까지 궁금들 하시다.
비록 씨암닭을 잡아서 사위에게만 따로 차린 밥상이 아니었지만
할머니들하고 같이 한 추석 날 아침 밥상은 풍성한 이야깃거리로 즐겁기만 했다.
아이들이 우리 부부한테만 따로 챙긴 선물들도 고마웠고
추석 전 날에 와서 우리랑 같이 잠을 자고 이른 아침에 일어나 아침 상 차리는 일을 도우며
할머니들께 명절 인사를 드리며 건강을 염려해 주는 아이들이 고맙다.
늘 우리 친부모님 친정부모님들보다 먼저 챙겨 드려야 하는 우리집 할머니들이지만
우리가 곁을 지켜 드림으로 즐거운 명절을 보내게 하심에도 감사드린다.
또 그런 우리를 이해해 주시는 부산의 시부모님들께도 감사드리고.
오늘 낮에 각자 시댁으로 떠나면서 큰딸한테는 시어른들 식사 한끼는 차려 드려야 한다며
보내주신 싱싱한 게로 만든 게장이며 쇠고기 장조림 그리고 부대찌게 한 냄비 분량
그리고 두어가지 밑반찬을 챙겨 보냈다.
부산에서 동물병원에 근무하면서 무슨 반찬을 해 뒀겠으며 할 시간이나 있었겠는지....
서툴고 못하더라도 이해해 주시고 사랑으로 넘어 가 주시는 사돈댁이며 사위가 그저 감사할 뿐이다.
트집잡고 흠을 찾아내자면 어디 한둘이겠는가?
그래도 어리니까..바쁘니까로 넘어가 주시는 시어른들이 고맙기만 하고 사위가 더 고맙다.
이 장모님이 좋아할만한 선물 고르기에 고민이 많다는 착한 울 사위.ㅎㅎㅎㅎ
아직은 햇사위라 군기가 퐉..퐉..들어 가 있고
처제와 처남한테 어색하고 부끄부끄한 행동이 많이 보이지만
몇년 더 명절을 보내고 만나는 횟수도 늘어나면
나도 사위를 친아들처럼 사위도 우리 아이들을 친 동생들처럼 편안하게 대하지는 날도 오겠지.
편해서 좋을수도 있고 또 너무 편해서 또 지켜지지 않을 예의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예의만 잘 차리고 나는 사위를 아들처럼 또 사위는 장모님을 엄마처럼
편하고도 든든한 휴식처 같은 그런 느낌이 드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큰딸내외가 떠나고 우리도 부산 시댁이며 경주 친정으로 바쁜걸음으로 찾아 뵈면서
차안에서 서툰 문자로 몇자 보내면서 미안하다고.....
늘 분답스런 분위기에서 사위대접을 해 미안하다고 했더니
그런 말씀마시라고...언제나 활기차고 명랑하신 장모님을 뵙고 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고
뭐든 사랑으로 대접해 주신 장인어른이며 처남 처제들을 만나는 명절이 너무너무 행복하다는 사위였다.
얼른얼른 자리잡고 일이 잘 풀리면 장모님 좋아하시는 것들로 한가득 싣고 오겠다는 기특한 사위.ㅎㅎㅎ
나중에야 어찌될갑세....기분은 좋다.
큰딸 말에 의하면 엄마는 너무너무 속물적이라나 뭐래나???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