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푸르고 너무 아름다운데
그 하늘만 짝사랑하지 못해 생긴 외로움인지
아님 코끝에서 갈바람 내음을 맡으며
가을을 향한 외로움에
하늘을 보는 것인지......
그렇게 틈만 나면 하늘을 바라보는 나,
지난 토요일, 남편과 작은 아이를 학교에 보내고
영화 한편을 볼까 시간표를 확인하다가 그냥....
책 한권을 옆구리에 끼고 지갑만 챙겨, 걸어서 15분,
언제 맡아도 반가운 향이 늘 나를 기쁘게 맞이하는 곳으로.
던킨.....그 곳으로.
집에서 한 잔 할 수도 있지만 그 곳의 커피를 마시고 싶었나보다.
구석의 푹신한 자리에 자리를 잡고 주문한 시나몬 넉넉한 카푸치노를 마시며
크지도 작지도 않은 음악을 들으며 책을 펼쳤다.
“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아마도 열심히 읽으면 딸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기 전에 다 읽고 돌아갈 수도 있는
페이지가 그리 많지 않은 책의 첫 부분을 읽으며
커피향과 음악과 책이 있는 토요일 오전의 여유로운 시간이 주어졌음에 감사^^
한 수학자가 사고로 80분만 기억을 유지한다는 첫 부분에서는 ‘첫 키스만 50번째’를 떠올리며
‘하루만 기억해도....? 80분...???’ 궁금함에 책과의 만남을 계속해 나갔다.
이 수학자에게 도움을 주는 형수(이루지 못할 숨겨진 박사의 사랑~),
그 형수는 파출부를 고용하게 되고
80분 만의 기억을 유지하는 수학자와의 관계에서 많은 부분이 단절 될 것 같은
그들의 관계 속에서 ‘수’라고 하는 아름다운 매개체는 그들을 신뢰하고 배려하는 관계로
맺어주고 있다.
박사는 형수에게 쓴 편지에 그가 사랑한 수식으로 고백한다.
e^(πi)+1=0 이라는 오일러의 공식.
1을 더하면 오히려 0이 되어버리는 ...
무리수(π)와 또 다른 무한한 수 (e) 그리고 허수(i) ,
이 아무 관계없는 수의 개념에 사람 한명(1)이 \"+\"될 때,
= \"0\"이 된다.
책에는 오일러의 공식 외에도 수학의 여러 개념이 나온다.
완전수, 우애수, 정수, 약수.....
예전 공부할 때는 수학 용어만 들어도 지끈거렸는데...^^
미혼모인 파출부에게 10살짜리의 아들이 있는데 이 아들에게 박사는
루트 (√) -튼튼하고 누구나 품어주는, 우정을 나눠주는 기호- 로 불러준다.
박사에게 많은 영향을 받은 루트는 후에 성장하여 수학선생님이 된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사람들...
그러나 그들의 수학을 통해 생각하고 살아가는 법을 배우게 된다.
책 안에 이런 말이 있다....
마치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여 온전히 받아들임은 완벽하게 텅 빈 0,
즉 무(無)가 되어야 함을 말하는 걸까?
순수한 노 수학자가 저 쪽 테이블 한쪽에서
나를 지그시 바라보는 듯한 환영을 보며 책을 덮는다.
시간을 확인...
그 때, 옆 반 선생님과 눈이 딱~ 마주쳤다.
근처에 사는 옆 반 선생님이 조카를 데리고 도넛을 사러 왔다가
커피 한 잔 마시고 있는데
날 닮은 사람이 있어서 보고 있었다는....
“선생님~ 참 특이해요. 누가 혼자서 커피 마시러 오고, 책보고, 영화만 혼자 보는게 아니고...
별걸 혼자 다 해요...참 알수록 특이해...”
시간을 보니 에구~ 울 딸내미 집에 왔겠다.....
특이하고 뭐구 후다닥 뛰어서 집으로~
이렇게 작은 일 하나 맘대로 못하면 너무 인생이 재미없잖아~
하고 싶은 일에 그냥 맘 가는 대로 할 수 있는 내가 누군가의 눈에 특이하게 보일지라도
난~ 내가 참 좋다^^
집으로 뛰어 (사실은 잰 걸음으로 걸었다^^)오는 길,
순수한 박사와 파출부 아줌마, 루트가 함께 해서 부풀은 몸으로 따가운 가을 햇살에
눈 찌푸리지 않고 온 몸으로 감사하며 돌아왔다는.....
난~ 바보 같은 내가 참 좋다^^
(에세이 방, 정말 오랜만에 온 것 같아요^^ 그 동안 마니~~ 바쁘기도 했지만 너무 많은 이야기들을 어찌 시작해야 할 지 몰라 서성이다 오늘에야^^ 이제 갈바람도 살랑살랑 불고 있으니 자주 올랍니다^^ 전 무지 반가운데....모두.....저.... 잊어버리신 건 아니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