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였던가.
옛날 이야기를 하나 할랜다.
그녀의 존재를 처음 알고 내가 재빠르게 한 행동은 카드명세서 출력이었다.
카드 고지서를 회사에서 받기때문에 나는 늘 영문도 모르는 많은 카드값을 몇년째 월급에서 빼앗기곤 했었다.
물어보면 이렇게 말했다.
\"나는 벌기만 하고 쓰면 안되냐?\"
말인즉슨 맞다.
버는 사람이 우선 써야하겠지..
돈 한푼 벌지 못하는 마누라는 이런 경우에 할 말이 없다.
비밀번호는 생일이었기때문에 어렵지 않았다.
팩스로 받기를 원하십니까? 예스!
똑똑한 나에 대해서 스스로 감탄을 했다.
요렇게 해서 최근 삼년간의 카드 명세서가 줄줄이 팩스에 물려 나왔다.
이마트..하나로 마트.. 블루밍 백화점.. 까르프.
주말마다 쓴 명목이다.
주말마다...몇년전부터..
삼년 이전은 출력이 안되는게 아쉬웠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상도동 살던 시절 구로동에 이마트가 처음 생겨서 한번 가보았으니 이마트의 의미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까르프가 생소했다.
까르프가 무엇하는 곳일까.
전화를 해보았다.
\"거기 까르프지요?\"
\"네. 까르프입니다.\"
\"근데 거기 뭐하는 곳이예요?\"
\"물건 파는 곳입니다.\"
\"무슨 물건을 파나요?\"
\"여러가지 물건을 팝니다.\"
\"예를 들어서 어떤건데요?\"
전화를 딱 끊어버린다.
내가 아는 까르뜨니트와 동일한 곳인지만 알면 되는것을 불친절한 점원은 내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내게 까르프의 추억은 무안함이다.
까르프가 무엇을 파는 가게인지 알게 된것은 내가 분당으로 이사를 간후에 야탑역에 있는 까르프를
만난 이후였다.
몇년전에 까르프가 망해서 홈플러스로 바뀌는 뉴스를 듣고는 통쾌하기까지 했다.
홈플러스..
이젠 사랑해 줄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