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난 살림솜씨는 젬병이다.
그 기준을 어디에 두는지는 모르나 우선 난 아직 김치를 담글 줄 모른다.
결혼 15년차 주부가 아직 김치를 담글 줄 모른다는 게 좀 부끄럽긴하다.
내가 김치를 별로 안좋아하다보니 굳이 담글 생각을 안하는 것이고
달랑 세식구 김치 소비량이 극히 미미하다보니 크게 필요성을 못느꼈었다.
처음 결혼했을 때 친정엄마는 그저 밥해먹고 사는 것도 신통방통하다며
김치는 앞으로 얼마든지 담궈주마 그러셨다.
김치나 토속적인 음식을 빼고는 신기하게도 요리책보며 대충 간맞추는 음식들이 제법 맛이 났다.
내가 만든 음식을 내가 제일 맛있게 먹는다...감탄해가며...ㅎㅎㅎ
울아들 어릴 땐 뭐 하나 해주면 맛있다고 가게를 하라고 그랬다.
떡볶이 가게, 김밥 가게,치킨 가게....
그럼에도 김치 못담그는 자격지심에 나 스스로에게 주는 주부점수는 후하지가 못하다.
내가 좋아하는 건 정리정돈...
그렇다고 뭐 집을 쓸고 닦고 반짝반짝하게 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인테리어에 관심이 조금 있어서 어슬프게 흉내 정도 낸 것을 이웃들은
내가 살림을 잘한다고 착각한다.
청소도 몇 일에 한번 대충 하고 사는 우리집을 참 깔끔하게 봐주니
나의 눈속임이 대단하다..
겨울이 오면 귤피차나 대추생강차를 담그어 놓고 혼자 뿌듯해한다.
오늘 맛이 없어 뒹구는 포도를 몽땅 모아서 포도쥬스를 만들었다.
몇 일전 우연히 TV를 보다가 간단하게 포도쥬스 만드는 법을 설명하길래
잘됐다싶어 따라해봤는데 맛이 괜찮다.
지금 냉장고엔 작년에 담은 오미자엑기스랑 이번 여름이 오기전에 담은 복분자엑기스,
거기에 오늘 만든 포도쥬스까지 가득하다.
탄산음료대신 엄마표 과일쥬스를 넉넉하게 준비했다는 뿌듯함에 스스로 무지 대견해하는 중이다.
오늘 하루만은 나도 살림의 여왕이다...우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