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에는 반환점이라는게 있다.
42.195km의 딱 반.
그 반이 되는 지점에서 결승선을 향해 되돌아가는 반환점.
달려 온 만큼 되돌아가는 반환점.
그러나 인생의 반환점은 결코 없다.
달려 갈 길만 있지 되돌아가는 반환점은 없는 인생길.
반환점이 없는 인생길에서 두리번 거릴 시간도 없이
숨가쁘게 앞만 보고 달려 온 반세기.
쉰이나 된 여자가 반환점도 없는 인생에서
어느 순간 허리쉼을 하면서 뒤돌아보는 눈 앞에는
만족감보다는 아쉬움과 미련덩이들이 바위처럼 떠억 버티고 있다.
웃은날보다는 무덤덤하거나 살짝만 웃거나 울었던 날들이 더 많고....
행복하노라 행복하겠어 행복할거야 행복했었지....
스스로 세뇌시키며 살았던 수없이 많은 날들의 낮과 밤.
나쁜 일도 전염되고 웃을일도 전염이란게 된다면 기꺼이 전염되어 살거야
어두운 길은 무섭고 밝은 길이 덜 무서우니 덜 무서운 길로만 다니고 싶어
구비구비 어둡고 무서운 샛길이 있었어도 눈 질끈 감고 건너뛰고 모르쇠로 일관
억지로라도 밝음에 익숙하려했었고 또 두드리던 문들이 열렸었고
막다른 골목에서는 또 다른 문들이 있었지 아마.....
더 이상은 내려 갈 곳이 없을 때 까지 내려간 어느 날
바닥을 힘껏 차고 올라 온 그 곳에는 지금껏 겪어 온 날들보다
더 험하고 더 어렵고 더 아픈 날들이 기다리고 있었지
죽기보다는 살아보자는데 더 큰 가치를 주기 시작하면서
진짜 행복이란게 한겹 두겹 착하게도 차곡차곡 내 곳간에 쌓였고
가난이나 불행 그딴건 지나가는 개나 물어가라지~~
죽음의 강에서 두번이나 건너 온 운 좋은 남편
어리버리한 이 엄마 몸에서 덜 어리버리하게 나와 준 세 아이들
세 아이 모두 주민등록증이 나왔으니 이젠 다들 성인이렷다~
이 싯점에서 나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심각하게 생각한다.
얼마가 남았을지 모를 내 남은 인생
특히나 남편의 남은 시간이 얼마가 될지 늘 아프게 바라본다.
세 아이들이야 이만큼 키워 놓았으니 제 앞가림이야 할것이고
우리 부부의 남은 날 동안 나보다는 남편의 마음에 맞는 일을 해 주고 싶다.
결혼하고 지금까지 단 하루도 가족을 소홀히 대하거나 날 서운하게 만들지 않은 남편
그 남편이 즐거워하고 그 남편이 하고자하는 일에 내 남은 날들을 다 내 주고 싶다.
내가 없어지는게 아니라 그럴수록 더 내가 존재감 있어지는......
나는 남편이면 세상의 모든 걸 다 가지는 것이라 했고 남편은 그런 내가 아내인 것이
세상 모든걸 다 가진 것이라했다.
터닝포인트.
쉰을 넘기는 가을 날에 인생의 전환점을 어디로 찍을까...
후회없을 전환점을 찍어야 할건데 깊이 고민하고 찍어야겠지.
남편이 가족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한 그만큼은 못하더라도
그 비슷하게만이라도 남편을 위한 시간을 내 주리라.
아이들에게도 오롯이 다 내 주지 않았던 시간을 내 주리라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