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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만 걸리지마! 장담 했었는데


BY 잔목 2010-09-06

나도 직장 생활 하고 남자들 밖에서 얼마나 스트레스 받는지 어떻게 스트레스 푸는지 알고 있으니 밖에서 무슨짓을 하던 나한테만 걸리지마! 당당한 표현은 남편에 대한 무지한 자만감 무지한 신뢰감 있었나 봅니다.

산부인과를 자주 들락 거리다가 검사를 잘 해봐주세요 했더니 의도치 않은 성병 검사를 했읍니다. 당연히 아무이상 없을 것인데 괜한 돈 섰다 싶어할때쯤 병원에서 내원하라는 문자가 왔네요. \" 클라미디어\" 감염이라고 하더군요. 성병중 가장 흔한 것이고 치료도 쉽다고 여의사 선생님이 안쓰러운 표정으로 설명해 주며 남편도 꼭 검사 받아보고 치료해야 한다고 해서 약국에 처방전 던져 놓고 남편에게 핸드폰했읍니다.  \" 여보 내가 성병이라고 하네 당신도 검사 받아야한데\" 전화하면서도 이게 꿈인가 ? 했읍니다. \" 그래! 병명이 뭐라고? 알았어!\" 너무나 쿠~ 울한 반응에 오히려 내가 당혹 스러웠읍니다. 이건 뭐지? 그때 부터 시작된 남편에 대한 실망, 무조건 신뢰하던 나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과 실망.  한번도 남편의 핸드폰을 본적이 없었던 저였는데, 인터넷 검색창에 남편의 외도를 검색 합니다. 핸드폰을 이제야 열어봅니다. 매일같이 그냥 흘러내리는 눈물을 남 몰래 닦아 내면서 처음 3개월이 지나가더니 이제는 매사에 의심을 합니다.

오늘은 내가 왜 이혼을 생각 하지 않나 생각 하며 또 한번 울어버리고 맙니다.  남들이 나의 현재 모습을 알게 될까 오히려 전전 긍긍합니다. 부끄럽고 자존심상하니까요 ? 동시에 내딸도 내엄마와 내가 겪었던일을 겪으며 살아야 하나 의심을 가져 봅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세상이 없어지게 될까 궁리도 해봅니다. 그리곤, 또 눈물을 주르륵 흐르도록 놔둘수 밖엔 없네요. 바람은 아니라고 접대를 하기도 받기도 하면서 5년전까지 그랬다고, 지금은 끊어다고 합니다.

그말이 더 무섭습니다. 끊었다는 것은 무엇인가요 ? 상습적으로 하고 있었던 습관 이라는 것이지요. 결혼 생활이 거의 20년째입니다. 남편이 날 좋아 하게 하려고 했던 지난 날의 제모습을 떠올려 보니 한심한 웃음을 짓게 만드네요.

시댁일에 열심히 하고 제사에 충실하고 밥 12시가 넘어서라도 퇴근후 제사 음식은 흥정해서 들어오고... 시부모님께 잘해 드리려 노력하고, 남편도 스트레스 많은 직장인 이고 그 스트레스를 아는 나도 직장인이므로 월급이 얼마냐, 선물 사달라, 이런이야기 하는 마누라들 흉보면서 지냈읍니다.

이제 밖에서 무슨짓 하는지 알았읍니다. 그런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네요.

이미 일어난일 없앨수도 나 스스로 잊어 버려지지도 않습니다.

당당하게 이혼할수 있는 충분한 경제적 능력은 있어도 이혼으로 버려질 제 자존감때문에 아이들 핑계로 그냥 살아 갑니다.  쿠~울하지 못하게 의심하고, 짜증내고, 시비걸고, 스스로 자책하고, 울면서 이렇게 그냥 살아 갑니다.

눈물을 흘리는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그런데 생각이 정리가 되질 않습니다. 오늘도 나혼자 이렇게 그냥 눈물만 흘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