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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0시에 날아 온 문자


BY 그대향기 2010-09-06

 

 

\"엄마아빠 절 낳아주시고 길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해요~\"

 

정확하게 지난 2일 새벽 0시에 이런 문자가 날아왔다.

잠 잘 시간이 다 되어 띠링~~ 문자가 날아 든 신호음이 울리고

확인 해 본 아들의 문자.

갑자기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도 아니고 이 무슨 일?

새벽 0시에 이런 문자를 왜 보냈을까 싶어서 순간 가슴이 뜨끔했다.

고 3 수험생공부가 너무 힘든가?

막바지 공부를 하느라 심신이 지칠대로 지친 아들은

자주 온 몸이 아팠고 얼굴에는 피부과 치료가 무색하게 마구 솟아난다.

 

\"뜬금없이???\"....내가 보낸 짧은 답장.

\"안녕히 주무세요~(하트)\"...아들의 답.

그리고는 잠을 청하기 전 남편한테도 똑 같은 문자가 들어 온 걸 알았다.

남편도 나와 같이 약간은 의아한 표정이었고

나는 혹시 아들이 공부에서 느끼는 막중한 스트레스로 나쁜 생각을 하나 싶어서

걱정에 불안하기까지 했다.

내가 그렇게 나약하게 키우진 않았지만 혹시라도... 만약에라도... 천에 하나 만에 하나

얘가 요즘 유행병처럼 번지는 청소년자살을 염두에 두기라도 하고 마지막으로 남긴 문자는 아닐까 싶은게

불안하고 안절부절 잠이 잘 오지 않았다.

거의 뜬눈으로 밤을 하얗게 세우고 새벽녘에야 겨우 조금 깜빡 잤던 거 같다.

 

그리고 이튿날 아침 일찍 남편 전화로 걸려 온 아들의 긴급한 전화

\"아빠..저 병원에 가 봐야할까 봐요.

 열이 너무 많이 나요.\"

간밤에 있었던 불안도 있고해서 전화 받은 즉시

부랴부랴 급하게 차를 몰아서 학교로 찾아 가 본 아들은 열로 인해서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어 있었고

병원에서는 편도가 너무 부어서 열이 심한건데 내일이 더 힘들거라며 조심하게 했다.

집으로 조퇴를 하고 온 아들은 얼음물수건으로 열을 식혀주며 쉬게했지만

후레쉬로 들여 다 본 목 안에는 콩알만한 벌건 혹들이 수십개나 성이 나 있었다.

그러니 물도 못 삼키고 그렇게 열이 나지...

불쌍한 막내.

 

약 먹고 얼음 물수건으로 한참을 그리 해 주니 열이 조금 내렸고

그 온 종일 막내는 열이 오르락 내르락 헛소리까지하면서 오한에 시달렸다.

에어컨 틀어 놓을 날씨에 두꺼운 이불을 덮고 있었고 으흐흐흐흐흐....

우는 듯이 덜덜덜 떨며 고통중에 엄마를 찾았다.

\"어..엄..마...애들 공부시간인데 저도 인터넷 강의라도 들어야겠어요.

 저 좀 일으켜주세요.\"

이미 막내는 다가오는 수능때문에 거의 초죽음이다.

아파서 열이 거의 40 도 가까이 오르는데도 인터넷 강의라도 들어야겠다니....

아주 잘함이 아닌 성적이다보니 더 긴장이 되나보다.

그냥 잠이라도 자면서 몸을 추스리라고 해도 기어히 일어난다.

 

그 이튿날에는 아예 출석체크만 하고 병원으로 바로 직행을 했고

링거를 맞으며 체력을 지탱했다.

음식을 삼키지 못하니 탈수현상이 올까 봐 링거를 맞았는데 구토증세까지 동반.

애가 아주 초죽음이다.

아무리 아파도 표나지 않게 지나가는 아들이지만 열에는 너무 약하다.

어릴 적에 열경기를 두어번 한 기억이 있어서 열이 났다하면 우리 부부는 긴장을 한다.

그날은 그렇게 지나갔고 좀 진정이 되는 듯 했고 3일에는 둘째가 캐나다에서 돌아왔다.

여전히 보따리 장사처럼 짐은 어마어마했고 씩씩한 모습으로 돌아와 줬다.

조잘조잘조잘..................

엄마아빠선물에 막내동생 생일선물이라며 내 놓는 둘째 앞에서 뜨악~~~~~

그러고보니 어제는.......................막내의 생일이었다.

새벽 0시에 그런 문자를 보낸 아들의 마음도 몰라줬고 아파서 조퇴를 하고 돌아 온 아들한테서도

아무런 기미도 읽지 못한 이 무심한 엄마아빠.

얼마나 서러웠을까?????

얼마나 야속했을까????????

미역국 안 끓여준것은 용서한다지만 아파서 집에까지 왔고 문자로 인사까지 한 아들의 생일도 모르다니....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요즘은 크게 바쁘지도 않았는데.....

나이는 못 속이는게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많지도 않은 달랑 하나밖에 없는 아들의 생일도 잊어먹다니....

그것도 힌트까지 주고 인사까지 채린 아들을.....

이왕 늦은 김에 둘째 귀국인사겸 막내 생일 파티를 겸해서 작은 파티를 열어줬다.

둘째가 나갈 때 할머니들께서 십시일반 용돈을 모아주셨고

기도로  그 동안 후원해 주심에 감사하는 뜻에서 감사파티를 해 드렸는데  오히려 잊은게 더 나은 효과??? ㅋㅋㅋ

아들도 둘째도 축복기도를 한가득 받아 안았고 그 밤 ..어제 토요일은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다.

큰딸 내외도 같이 참석해서 자리를 빛내줬고 오랫만에 우리 온 가족이 다 모였다.

딸은 자고 간다고 했고 사위는 바빠서 저녁 늦게 돌아갔다.

밤이 늦도록 세 모녀의 수다는 끝이 나질 않았고 평소 말이없던 아들까지 신나서 ...ㅋㅋㅋㅋㅋ

 

\" 큰딸아...너 시집 안 갔으면 좋겠다.

 우리 이렇게 거실에 다 누워 있으니 너무 재밌지않냐?ㅋㅋㅋ

 도로 물리고 집에 와라 고마....ㅎㅎㅎㅎ\"

친정엄마가 큰일 날 소릴 다 한다.ㅋㅋㅋㅋㅋ

나랑 큰딸은  한 자리에 누웠고 둘째는 베란다쪽 거실, 막내는 쇼파에 자면서

밤이 늦도록 수다를 떨어도 못내 아쉬어서 그물그물 눈이 감기는데도 또 할말이 생기고

또 또 말꼬리를 물다가 언젠지는 모르겠는데 까무룩~~~

잠이 들었고 이튿날 아침을 맞아 거실에 곤히 잠든 애들 얼굴을 보니 참 흐뭇하다 못해 가슴이 벅찼다.

내가 언제 이 애들을 이만큼 다 키워냈을꼬?

아들 생일까지 잊은 엄마지만 그래도 엄마 품이라고 다들 모여들었으니

아~~~

엄마자리는 이래서 좋은거였구나.

 

추신...우리애들하고 시간이 맞아서 작은 파티에 동석하게 된 울타리와 리니워니님.

         더운 날씨에 먼곳까지 오셔서 고마웠고요....선물 감사했습니다.

         그냥 오셔도 저 충분히 행복했을건데 더 행복했답니다.

         판도라의 안타까운 일은 내내 아쉽고..차가 퍼져서 오지 못한 판도라.

         캐나다 잘 가고 건강해서 애들에게 큰 힘이 되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