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부부싸움--結
검은머리 파뿌리 되도록 같이 살자고 희희낙낙 들떠서는
검은 양복의 뽀마드바른 신랑은 공주같은 웨딩드레스 면사포 쓴 신부와
서로 어떤 그림을 그리며 색동무늬 비단길을 걸어 들어가
호기롭게 결혼 서약을 하고 나왔던 것일까?
있지도 않은 못 위에 옷을 걸고 또 걸듯이
자기 생각 속 결혼사진 위에 달랑 서로 만을 오려붙이고
불행 끝 행복 시작처럼 알콩달콩 살아내는 일만 남았다고 손을 털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미처 생각해본 적도 없는 상대의 그림 속에 달랑 얹혀진 자기 얼굴은 생경하기만 한데
아내는 틈만 나면 무슨 계약서처럼 처들고 나와서
\'네 죄를 네가 알렷다?\' 주리를 튼다.
사실 남편이라고 무슨 빚쟁이 죄인인가.
마음에 들던 안 들던 전리품까지 얻은 마당에 이왕 마음을 못 돌릴 것도 없다.
얼굴표정만 보아도 커피가 마시고 싶은지 쌍화차가 마시고 싶은지,
엉덩이 폼새만 보아도 방구가 나올지 똥이 나올지 훤한 처지가 아니던가.
이해하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마누라를 팔아 줄행랑을 친다한들
그 속내 갈피를 굳이 모를 리도 없을 만큼
수많은 추억과 세월이 우리 위를 하염없이 흘러갔던 것이다.
사랑과 미움과 아픔과 행복이 하나로 뒤엉기면서......
그 남자의 침묵에도
귀를 기울이기만 하면, 내 목소리를 조금 낮추기만 하면
나름의 아우성과 언어가 있었던 것을 이제서나 듣게 된다.
그도 제 그림으로는 언제나 그렇게 열심히 살고 있었을 것이다.
나와 같은 마음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상대방의 날개를 꺽어 내 옆에 묶어두는 것이 아니라
내 작은 가슴에 따뜻한 보금자리를 펴서 오늘을 푸욱 쉬고
내일 더 높은 곳으로 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
어느 공중화장실 액자에서 보았다고 멋있게 읊어주시던 강사의 얼굴이 오버랩된다.
아직도 그에게 \'로테\'이고 싶은 억지가 생길 때면
편안한 의자로 변신하는게 진짜 사랑이라고 기껏 다독였던 기분이
언제 다시 망발을 할지는 모를 일이지만
또 하나의 고비는 이렇게 넘어간다.
우리 앞에 놓인 무수한 물마루를 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