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6세 우리집 최고령 할머니.
오늘 또 입원을 하러 가셨다.
일반 병원이 아니라 이번엔 노인요양병원으로.
지난주 수요일 입원하셨다가 토요일 퇴원.
오늘 또 입원..........
할머니는 어디가 딱히 부러지거나 아파서 병원에 가시는 일보다
입퇴원이 일상사처럼 되어 있다.
화장실이나 침대에서 조금만 넘어지시면 입원
입맛이 좀 없으시다 싶으면 또 입웝을 원하신다.
콧물이 조금만 흘러도 병원가자....
수양딸이 있어서 그 집에 가셨다가도 사흘을 못 넘기시고 또 오신다고 그러시고
여기 계시다가도 또 울산 사촌네며 병원에는 수시로 가시려 한다.
누군가의 특별한 사랑을 받길 원하시는 할머니.
아무리 반가운 손님이라도 사나흘이 지나면 관심이 허술해질거고
그런 기미가 조금이라도 보일라치면 나 갈란다....그러시고 오신다.
입원해 계실 때도 물리치료가 허술하다고 불만....주사를 자주 안 놔 준다고 불만...
밥을 입에 맞게 안 준다고 또 불만.............
온통 감사거리보다는 불만과 짜증이 더 많은 할머니.
그 앞에 몇달전에 돌아가신 87세 할머니나 94세 83세 할머니들은
단발마의 고통까지도 혼자서 삭이시고 마지막까지 품위를 지키셨는데
이 할머니는 자그만한 고통도 불편도 안 참으신다.
늘 뭔가를 누군가가 해 드려야하고
관심있게 돌봐 드려야하고 식사시간에도 이거 잡수세요 저거 드릴까요?..........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신다.
비슷비슷한 할머니들이 모여사는 공동체에서 유독 그 할머니한테만
더 많은 관심을 드려도 또 누군가는 불편하시다.
어린애들보다 더 한 질투심이 있고 어린애들보다 더 말을 안 들을 때도 있다.
고집통은 고래힘줄을 보진 못했지만 쎄고 질기다고 하니 그런 줄 알고
알아들으시게 일러드리고 조곤조곤 설명해 드려도 잊어먹기 선수들이시고
치매기운까지 있으시니 날마다 보따리 싸기에 전념하시고
밤마다 자기 방에 누가 와서 자기 살림을 다 가져갔다고 소동이 벌어진다.
작은 목소리로 하면 안들린다고 불만
큰 소리로 말씀 드리면 화났느냐고 야단~`후아~`ㅎㅎㅎㅎ
오늘은 요양병원에 오래 계시면서 아픈데 다 나아서 오시라고 인사를 드리니
\"몰라~~가 봐야알지...\"
승용차에 올라타시면서는 끄...응...일부러 크게 신음까지 토해내신다.
생활보호대상자시라 병원비도 들어가는게 없고 하신데도
입퇴원을 일 삼아 하시니 시중들어드리는 남편이나 내가 솔직히 번거롭다.
한창 수련회 때문에 동동거리고 땀을 비오듯 흘리며 있다가도
할머니의 호출에 또 입퇴원을 번복하려면 어지간한 인내심이 아니고선 힘들다.
직업이다 싶어서 하긴 열심히 하는데 은근히 즐기시는 듯해서 불안하다.
그 연세에 그만한 건강도 그저 감사할 일이지만
주변을 생각하시고 나로 인해 주변사람들이 얼마나 힘들어할까는 아예 안중에도 없으시다.
다른 할머니들은 너무 잘 참으시고 병원출입을 안하시려 해서 우리가 억지로라도 모시던 사례였고.
타고난 성격도 있으시겠지만 살아오시면서 그렇게 길들여진 성격도 있으신지 모른다.
위에 형제자매들이 일찍 단명하고 살아남은 딸 자식을 오냐오냐 키우신 어른들의 과보호.
떼쓰면 언제든지 뭐든지 다 나왔다던 어린시절.
편식도 무진장 심하셔서 감자도 싫다..호박도 싫다..갈치는 굽지 왜 조렸냐.....등등....
돌아가실 날이 살아계실 날보다 더 가까운 연세에 뭘 더 참고 뭘 더 양보하시겠는가?
그저 하고 싶은대로 하시고 잡숫고 싶은대로 잡숫고 아프면 고함지르고 울고 떼쓰고...ㅎㅎㅎㅎ
난 여기 근무하면서 다른건 몰라도 죽음만큼은 소중히 그리고 숭고하게 받아들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품위있게 ...
그리고 깔끔하게.
세상 모든이들에게 감사했었다고.....
세상 모든 풀벌레며 야생화 그리고 바람, 새들까지한테도
같이 있게 해 줘서 감사했었노라고 말하며 가고싶다.
억울하다기보다 너무나 행복했었노라고 작별인사를 하고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