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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들이여! 그릇은 돌리 도~~ ^^


BY *콜라* 2010-07-28

얻어 먹는 주제에
퍼 돌리는 여자도 보통 웃기는 여자가 아니다.


그런 줄 알지만..
한국에서 어머님 형님들이 싸주는 , 닭발은 물론

까만콩콩비지, 김치에 
푸성귀 걷절이 한 통만 버무려도 
윗집, 아랫집정자까지 퍼돌리며 아주 재미가 났었다. 

 

그러면, 나만 퍼돌리느냐......! 절대 아니다.   

서울 도봉구 창동 동아청솔 아파트 콜라네 옆집 아줌마
.....
매주 주말마다 춘천 시댁식구들과 예배드리고 느즈막히 돌아오면  

장조림이니 오이무침이니, 고추절임, 시금치 무침에
따끈따끈한 대구탕, 닭도리탕, 아구찜까지

비닐봉투에 꽁꽁 결박 한 냄비들을 현관 문 손잡이에 매달아 두곤 하셨다.

 

처음엔

붍특정다수를 해칠 목적의 음식물이 아닌가 해서 조심조심 열었다.

급히 수첩을 찢어 바쁘게 쓴 글씨체의 쪽지가 들어 있었다. 

 

\"새댁. 맛은 없을지 모르지만 다녀오면 배고플 테니 맛있게 먹어 줘~\"


잠실에서 분식점을 하시던 아줌마는 
아이들만 살던 아파트에 반찬 챙겨 오실 때마다
 
옆집 큰 애기(?) 우릴 위해 조금씩 더 했을 뿐이라며

메뉴도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문 손잡이에 걸어 놓고 가셨다.  

 

12년 전 사별하고 홀로 남매 키우면서
뭐 그리 넉넉해서 나눠 줄 게 있었을까……

주일마다 아줌마의 정()을 또박또박 얻어 먹으며 
풍요롭지 않은 속에서도 이웃과 마음을 나누며 사시려는 그 모습에서

사람답게 사는 또 한 가지 지혜를 배웠었다.


얻어 먹는 것에도 가르침이 있었던지 

그렇게 억어먹는 주제에 얻은 것을 다시 퍼돌리기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 

 아쉽게도 이곳에선 엄니랑 형님, 옆집 아줌마도 없으니 얻는 것도 그만큼 줄었고

퍼돌릴 가지 수도 많지는 않다. 

 

며칠 전 

한국을 다녀온 오빠 편에 친정엄마가 봄에 냉동한 쑥으로 쑥떡을 해서 보내셨다.

세계 모든 식물과 꽃이 서식하는 이곳에서 유일하게 자생하는 쑥이 없어

쑥떢이 먹고 싶던 나는 박스를 찢다시피 열었다.

 

방앗간에서 바로 보낸 듯 말랑 말랑 한 것이 쑥 향이 솔솔 풍긴다

귀한 것일수록 나눠야 기쁨이 커지는 법.

 

먼저 목사님친한 언니, 도자기 선생님... 

3개 정도만 담으려고 시작했는데, 나쁜 지퍼락이 자꾸 새끼를 치더니

어느새 동이 났다.

 

받는 사람들에겐 기껏 떡 한 봉지인 걸  

가까워도 자동차로 30분 이상 뚝뚞 떨어져 사는 이곳 거주형태에서는 배달도 난감하다

 

한국에서는     

시골 사는 대학 동문이 보낸 콩과 고구마청국장, 굴 무침까지....... 
얻은 것이긴 해도, 돌아보면 나도 퍼 돌릴 게 제법 있었고

거리가 가까워 쉽게 나눌 수 있어 좋았건만

땅덩이 넒은 이 나라에서는 물리적 거리가 마음을 가로 막는다

 

지난 가을에도 한국 배추씨로 농사 지은 지인이 준 배추와 무청 시래기를

이 집 저 집 나눠주느라 가을 내내 차 안에서 배추 벌레가 스멀스멀 기어 다녔다.

 

상주 곶감에 명란 젓, 직접 담근 새우젓, 삭힌 홍어에 산딸기 술까지....

얻은  것들이지만  도둑질 하듯 남편 눈 피해가며

몰래 몰래 .... 그가 알면 기절 할 별 짓을 다 했었다.  

 

하지만  ‘되로 주고 말로 받는대박난 情으로 반드시 되돌아 와      

허허로운 이국 생활에 복에 겨운 행복감을 누리며 살 수 있어 좋았다.

      

졸린 눈 비비며 야밤에 떡을 배달하고 난 오늘 아침....

반찬을 담으려고 찬장 문을 열었더니

찬장 안이 텅~ 비어 있다.

지퍼락이 아까워서, 아니 이실직고하면

준 것보다 더 많은 먹거리들이 담겨오는 솔솔한 재미에

일부러 접시에, 반찬 통에 담아 퍼돌린 얄팍한 잔머리의 결과다.


이번 주말, 빈 그릇 수거하러 나서지 않으면 안될 성 싶다.
차로 한 바퀴 휘익~~~~돌면

식구 없다고 거절해도,우격다짐으로 이것 저것 안겨주고

하다 못해 밥이라도 먹으라고 우길 아줌마들......

밤참을 먹느니 수면제 먹는 게 낫다는데......

차라리  아무 때나 내가 원할 때 먹을 수 있는 \'밥 통장\'을 하나 만들어야겠다.  

\"102
호 밥 1, 302호 국수 1, 아름이 엄마 커피 2... 종윤이 엄마 골뱅이 무침
.....\'
ㅋㅋㅋㅋㅋㅋ
 

그나저나 말 나온 김에 광고 하나 해야 겠다.

 

\"아줌마들이여! 가난한 유학생이 애써 모은 접시랑 그릇은 돌려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