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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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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적 향기님


BY 선물 2010-07-24

웃는 양파를 만났습니다.

얼마나 맛있게 웃고 있던지 꽉 깨물어주고 싶었지요.

근데 쳐다만 봐도 벙실거려지니 한참은 눈요기만 했음 좋겠습니다.

 

그러나, 눈요기할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을듯 합니다.

노리는 입들이 너무 많아요.

달콤, 향긋, 적당히 새콤. 그리고 아삭거리는 아기콧구멍 같은 양파를

가만 두고 볼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대향기님이 보내주신 양파장아찌를 식탁에 한 종지 담아놓고 나머지는 통째로 냉장고에 귀하게 모셔두었습니다.

볼 때마다 먹을 때마다 아까워하며 먹을 것 같은데...

그렇게 아까워하다 어쩌면 저 성질 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왔다갔다하며 동그랗게 웃고 있는 양파 한놈을 금세 처리했습니다.

비위생적이라 여기시겠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맨 손으로 먹고 손가락 쪽쪽 빨고,,

더운 여름날 이런 방법으로 먹다간  몸도 다 버릴지 모르겠습니다.

정식으로 앉아서 먹어야 하는데 왔다갔다 몰래 훔쳐먹는 것처럼 먹으니 더 맛나네요.

양파는 벗겨지는 제 몸을 온전히 제게 바칩니다.

 

함께 배달된 양파즙과 오가피즙은 일단 오가피즙 하나만 먼저 제가 챙겨 먹었습니다.

근데,,,이것은 한약 냄새가 납니다.

저, 한약 잘 못먹습니다.

그래도 향기님 손수 농사지어서 정성껏 만드신 것이라 감지덕지 그저 감사한 맘으로 꿀꺽 다 마셨습니다.

 

이런 말씀 올려도 될지 모르지만 향기님이 남자가 오가피즙을 마시면 밤새 텐트친다는 말도 있다고 수줍어하며 조심스레 말씀하셨는데 여자는 어떤가 시험해 보려고 겁없이 먼저 마셨습니다. 그런데 시험해 볼 상황이 아니라서 ㅠㅠ

(향기님, 텐트친다는 말씀 금세 그쪽으로 알아듣는저, 혹 놀라시지 않았는지요? 저, 본능적으로 야한 여잔가봅니다. 저도 모르는 발군의 감각에 스스로 혀를 둘렀습니다. 실은 무슨 말씀이세요? 저 그런 쪽으로 순진해서리,,,라고 말씀드렸을걸,이미지 관리도 해야하는뎅 하고 나중에 후회막급이었습니다.)

 

옆에서 눈이 휘둥그레진 어머님께 향기님 자랑 입 주변에 침이 질질 흐르도록 멈추지 않고 했습니다.

제 칭찬인양 침 튀어가면서 했습니다.

 

그런데 끝까지 듣고 계시던 어머님 눈빛이 심상치 않았음을 느꼈을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세상에 그렇게 바지런하고 몸 아끼지 않고 열심히 사시는 분도 계시는데 너는? 하는 눈빛.

전 오늘 몸이 안좋아서 아침에 병원 다녀온 뒤로 계속 자리보전하고 누워있다가 나온 참이었습니다.

부시시하고 게을러터진 눈빛을 해갖고 앉아 있었지요.

 

그래서 못본 척 슬그머니 자리를 뜨고 들어와서 지금 이글을 올리는 중입니다.

정말 몸과 마음 다 살뜰하신 향기님께 존경의 마음 금치 못합니다. 그러나 같은 여자로서 비교해보니 결코 다 좋은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 향기님은 그렇게 살 수 없는 저같은 이들의 공공의 적일 수도 있다는 사실입니다.

 

참 고맙습니다. 이런 선물 받게 해주신 미오리님께도 참 고맙습니다.

저, 오늘 저녁 삼겹살이라도 구워 예쁜 양파 곁들여 먹을 작정입니다.

 

아울러 이 글을 읽는 분들께 죄송합니다.

너무 샘나게 해 드렸나요?

그러나 고통은 매 한가지입니다.

지금은 양파부자지만 앞으로 줄어드는 모습 보면서 애태울 것 생각하면 사는 게 사는 게 아닐 듯 합니다.

이래가 이래가 내가 살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