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호오호오호~~
그야말로 입에서 단내가 훅~훅~나오는 더위다.
폭염주의보에다가 경보까지 오락가락하며 더운 어제.
한 해 중에서 가장 덥다는 대서였다.
찬물 한바가지 뒤집어 쓰고 선풍기 앞에 가만히 앉아있으면 또 모를까
수련회를 앞두고 청소며 부식장만하랴 동동거리다보니
등짝에는 세계지도가 신세계로 그려져 있고
얼굴은 땀을 하도 자주 닦아내다보니 쓰린다 쓰려.
거기에다 할머니들 세끼 식사는 따박따박 때 맞춰 더운 식사로 드려야 하니
하루해가 언제 올라왔다가 언제 서산으로 꼴까닥 내려 앉았는지도 모를 지경이다.
더운 여름날 입맛이라도 잃으시면 갑자기 어떻게 되실까 봐
이것 저것 입맛 돋굴 메뉴를 생각하느라고 어설피 굴리는 짧은 머리가 더 짧게만 느껴진다.
초복날에는 한방 삼계탕으로 넘어갔고
그 다음날에는 각얼음 띄운 시원한 냉콩국수로
어제는 또 호박잎쌈에 강된장 보글보글 끓이고 열무김치드렸고
오늘은 마산 큰 시장에 가서 싱싱한 해물탕 거리를 푸짐하게 사 와 끓여드렸다.
얼큰하고 매콤하게 ..그리고 국물은 시원하게.
땀 흘리시고 기력 떨어지기 쉬운 여름에 칼칼하니 맛도 좋았고
해물탕에 들어있는 소라고동이며 가리비, 바지락 그리고 홍합 건져 먹는 재미도 한 몫 했다.
한창 맛있게 드시고 설겆이를 하려던 내 귀에 뜬금없이 들리는 한 마디.
\"왜 이리 신경질나게 더운거야~~짜증나게...\"
에엥?????....
해물탕 그릇이 가장 높았던 할머니의 목소리였다.
잘 드시고 웬 야속한 말씀을???
그 할머니는 뇌졸중으로 쓰러지셨고 많이 회복되셨다고는 하지만
언어가 둔하고 팔다리에 힘이 없으시고 상황판단이 아주 어린애 수준이시다.
달면 당뇨하고 상관없이 마구마구 드시고 조금이라도 여문 음식에는 가차없이 타박이고 짜증이 많다.
본인의 입맛에 맞는 음식은 남 눈치 안 보고 부페그릇 수북히 가져 가시고
밥이 조금이라도 된밥이던가 콩이 많이 섞여있으면 숟가락으로 드르륵....볼품없이 들어내고마신다.
품위도 주변인들의 따가운 눈총도 암시랑토 않으시고...
그런 할머니가 한 말씀이었지만 너무 하신다 싶어 의리의 또순이 한마디 거든다.
\"에그그그...아프리카에서도 사는 사람들 있는데 이 정도로 짜증 내시면 돼요?
사우디아라비아나 중동에서도 사막에서도 사는데 우린 양호한 편이지요.
대한민국은 축복받은 땅입니다 할머니.....
한 며칠만 바짝 더우면 금방 시원해 질거니까 조금만 참으세요~
내일쯤 좋아하시는 시원한 냉면 또 말아드릴께요.
그리고 짜증내시면 더 덥고 신경질 내면 몸에 열나니까 조금만 양보하세요~~ㅎㅎㅎ\"
내가 한 말에 약간은 누그러지셨는지 곧 시원해 져?
냉면 해 줄거야??..그러시며 자리에 앉으신다.
너무 솔직담백하다고 그래야 하나?
아니면 자기 감정에 제어가 안된다고 환자여서 그렇다고 봐 드려야 하나?
때로는 옆에 사람의 작은 말 한마디에도 펄~펄~뛰고 노발대발
꼭 후라이팬 위에서 볶이는 참깨같이 혼자서 좌충우돌 난리법석이시다.
얼굴은 붉으락푸르락 팔을 내 휘젓고 말은 버벅거리시고.....
나랑은 시비가 붙은 적이 없는데 다른 할머니들하고는 거의 다 시비가 한번씩 오갔다.
도무지 참을성이 없으시다.
양보심이나 이해심까지도 바닥인 모양.
오로지 내 한 입, 내 몸 , 내 기분.
그런 할머니의 성향을 잘 알기에 난 가능하면 어린애 다루듯이 타이르고 얼르고 달래고...
안 그랬다가 냅다 고함지르고 나 밥 안먹어~~그러고 쌩~하니 자기 방으로 들거가서 문을 쾅~
요즘 우리 밭의 옥수수가 익어서 두어번 삶았는데 옥수수밭에 풀 안 뽑은 사람을
옥수수를 농사 지으신 다른 할머니께서 좀 나무랬다고
그 할머니는 옥수수를 한 자루도 안 드신단다.
풀 안 뽑았으니 안 먹으면 될거아니냐고....
바로 내 옆자리가 그 할머니의 식사자리라 그러지 마시라고
무른 옥수수만 골라 드시라고 들이밀어 드려도 삐지셨나보다.
삐짐도 아주 어린애 수준이고 우습기까지 하다.ㅎㅎㅎㅎ
이쁜 옷은 너무 좋아하시고 내가 옷을 갈아 입고 나갈라면 솔직히 부담스럽다.
속옷까지 다 뒤집어 보시고 얼마짜리냐 ...어디서 샀냐...나 입으면 이쁘겠다....
간혹 그 말씀이 귀에 남아서 깨끗하게 세탁해서 드릴때도 있다.
비싼 옷이 아니라면 사 드릴때도 있고.
우리애들의 생일이나 우리 부부의 결혼기념일 생일은 정확하게 기억하신다.
달력 받으시면 제일 먼저 그런 동그라미부터 쳐 두셨다가 꼭 뭔가는 해 주시기도 하신다.
감성이나 낭만도 적당히 있으셔서 작은 선물에도 감동을 잘 하시고 감격도 잘 하시고...
기분에 따라 웃고 울고 혼자서 씩씩거리시다가 흥얼흥얼 콧노래 부르시며 운동도 하시고.
작은 화분에다가 채송화를 심어두고 물 주고 잡초 뽑아 주면서 즐거워하실 때는 꼭 소녀같으시고.
더는 안 나빠지시고 적응을 잘 하시다가 자는 잠에 부르셨으면.....
지금도 어울림이 좀 어려워 버거워 보이신다.
다른 사람들이 이해하고 양보해 준다고는 하지만 언제까지... 어디까지???
내 나름으로 완충역할을 좀 감당해 드리기는 하지만 이말저말 말 옮기기도 요령이 없어 늘 핀잔거리시고.
식탐이 너무 많으셔서 아무도 몰래 우리 아들 몫의 과자나 과일을 방에다 챙겨 드리면
어린아이같은 환한 얼굴로 고마워 하실 때는 왜 그리 눈물이 나려고 하던지...
우리 엄마도 저러고 계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