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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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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의 추억3


BY 카라 2010-07-22

 

친구 제이와 내가 점심밥을 먹고 있다가 창 밖에 낯익은 흰색 프라이드 자동차를 본 것은

바로 이틀이 지나서였다.

전면 유리라서 창밖이 아주 잘보이는 카페였다.

우리는 눈앞에서 생생하게 데이트를 즐기고 있는 흑진주와 그 선배를 보고 만 것이다.

어딘가에서 식사를 하고 다정하게 한 손에는 자판기 커피를 들고 그들은 차로 돌아왔다.

친구 제이는 처음 그날 선배를 만났을때처럼 발끈했다.

“뭐 저런 미친놈이 다 있노! 우쒸~~ 아... 증말”

그 광경을 보는 순간 나 역시 정말 힘이 빠지고 말았다.

내가 찼으니까 그가 다른 여자랑 데이트를 하든 말든 나는 할 말이 없는데 왜 배신감이 드는 것인지...

하지만, 그가 내게 보인 감정이 작업(?)이었다는 것과 나와 함께 흑진주를 동시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었던 사실을 아는 순간 좀 멍해졌다.

그런데 이때 당시만 해도 그렇게 화가 나지는 않았다. 그때 당시만 해도 선배에 대한 미안함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후가 문제였다.

그들은 이상하게도 내 앞에 일부러 얼씬거리고 있었다.

우리가 속한 강의실은 좀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올라가다보면 힘이 들고 숨을 헐떡거리되는데 내가 그렇게 힘들게 올라가고 있을때마다 일부러 보란듯이 그들은 승용차를 타고 부앙~ 타이어 바퀴소리를 요란하게 울리며 지나갔다.

어디에 가든 꼭 그 남녀가 우리들 눈앞에서 알짱거리는 것이다.

마치 내게 복수라도 하듯...그러면 친구 제이는 옆에서 욕을 하고..나는 가만 있고...

그리고 그 선배는 강의시간에 마주쳐도 나와 친구를 외면했다.

완전히 모르는 사람처럼...흑진주와 사귀면서부터는 선배와 우리는 한번도 말을 해 본적이 없다. 나는 그 후의 그의 태도 때문에 화가 났다. 흑진주와 사귄다는 사실보다는 이제는 자신의 목적과는 상관없으니 필요 없다는 식의 태도...이성관계를 떠나서 선후배 사이가 아니던가...

두 사람이 사귄다는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다. 새로운 캠퍼스커플이 탄생했다면서 난리였다.

그의 작업(?)의 행적은 나와 친구만이 알고 있을 뿐...

친구는 흑진주와 그 선배를 보면서 늘 이렇게 말했다.

“아주 잘 어울리는 한쌍이긴 한데...둘 어디까지 가나 보자. 저거 분명 오래 못간다”

제이의 예언은 적중했다. 두 사람이 깨졌다는 소문이 들린 것은 그로부터 한달도 채 되지 않은 후였다. 두 사람을 잘 알고 있기에 나도 예상하긴 했지만 그렇게 빨리 깨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

무엇 때문에 깨졌는지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그런데 깨지고 나서는 그 선배도 흑진주도 내 눈앞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왜 그런가 했더니 그 선배는 우리 눈을 피해 다니고 있었다. 우연히 과에서 다 모이게 되는 날도 그는 슬금슬금 피했고 눈에 보이기만 하면 도망다니기 바빴다.

둘이 사귈 때는 일부러 그렇게 눈앞에서 보란 듯이 다니더니...

아무튼 그 때의 일은 진정성 없이 오로지 가벼운 작업(?)에만 몰두하면 그런 초라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교훈을 가져다 주는 한 선배(?)의 이야기이라서 가끔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음...근데 흑진주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나와 제이의 기억속에는 허영의 상징으로 남아 있는데...

다른 동기의 말로는 집이 엄청 부자인것처럼 행동했지만 사실은 그렇지도 않다는 말을 들은것 같기도 하고...중간에 휴학을 했었는데 그녀의 소식을 아는 이도 없고 친하게 지냈다는 친구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