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어째 요상스럽지만...ㅎㅎㅎ
사실입니다. 어느 날 사라진 남자가 있답니다.
우리 밭 건너편밭 주인인데 2주전에도 만났거든요.
그 남자는 부사관,준위로 2월에 제대를 했다더군요.
나이는 한 58세정도 되었을까요.
밭에서 마주치면 이런저런 농사 정보도 얻고, 그 남자의 밭을
기웃거리기도 했어요. 솜씨가 어찌나 좋은지 뚝딱하면 의자가 만들어지고
가위로 나무에 손을 대면 아주 멋진 소나무로 변신하곤했어요.
힘도 장사라 통나무도 덜렁 들어서 옮겨 장식용소여물통을 멋스럽게 만들었습니다.
부인은 통 밭에 오질 않데요. 어쩌다가 와도 우리 남편처럼 뒷짐지고 어슬렁 거리기만하고.
작년에는 한쪽 땅에 금잔디를 덤성덤성 심었는데 올해 쫙 번져 너무
좋더라구요. 그래서 2주전에 돌 사이로 삐져 나가는 잔디 조금 달라고 했더니
비오기 전날 가져가서 심으라고 하더군요.
한동안 안보여도 시간이 어긋나서 그렇겠지 했어요.
그저께 마침 그 밭에 문이 열려있어 들어가서 \"아저씨~\" 하고 불렀죠.
낯선 아저씨 두 분이 창고에 있는 잡동사니들을 끄집어 내고 있었어요.
\"어, 왜 들어내요? 아저씨는 어디갔어요?\"
\"아 예...저어기 멀리 계세요.\"
\"병원에요?\"
\"예.예...\"
아무래도 예감이 이상했어요.
제대하면 자기밭에 야생화 농장을 만들어 멋지게 꾸밀거라고 했습니다.
나도 꽃을 좋아하니 덩달아 좋아하며 그러시라고,, 내가 제일 먼저 고객이 되겠다고 했었어요.
그 남자는 준비작업으로
밭의 반을 싹 갈아 평지를 만들고 팬스로 담을 만들고..
그때 일잘하는 넘의 남자를 많이 부러워했어요. 밭일 안하는 우리 남편하고
반만 바꾸면 좋겠다는 엉뚱한 생각도 했었죠.ㅎㅎㅎ
지금 생각하니 그 남자가 좀 헬쓱해 진것도 같네요.
\"아저씨 너무 일을 많이 하지마세요. 건강이 최고라니까요\"
\"허허허 내 간에 종양이 있다네요. 그것도 햘관옆에 붙어서 수술이 안된다나\"
너무나 태연하게 말을 하는 남자를 나는 말대답을 못하고 멍하니 쳐다봤었는데....
그래도 계속 씩씩하게 일을 하는 그 남자가 간암환자라고 상상이 안되었어요.
오늘 아침에 밭에서 나오는데 그 집 밭입구에 트럭이 서있데요.
창고에 있는 온갖 잡동사니를 다 들어내어 싣고 있더군요.
\"아저씨가 퇴원하면 아마 싫어하실건데 왜 이리 다 들어냅니까?\"
\" 아, 주인이 머얼리 하늘나라로 갔어요\"
\"예??우째 이런일이... \"
눈물이 핑 돌더군요. 어쩌면 그렇게 사라질수가 있을까요.
금잔디는 푹신하게 잘 자라고 있고 활짝 핀 능소화가 가슴을 시리게 하네요.
올 봄에 심어놓은 키위는 벌써 철골재위를 덮어 그늘을 만들고,
멋지게 다듬어진 소나무는 내 가슴을 콕콕
찌름니다.
빠알간 복분자가 까맣게 익어 저절로 툭툭 땅바닥에 떨어져 널려 있는 모습이
더 슬프게 가슴을 옥죄어 오더군요.
그렇게 건너편 남자는 사라졌어요.
2년전 남편때문에 고향을 잠시 떠나 분당 딸집에 있다가 다니러 간 고향의
어느 식당 주인이 폐암으로 세상을 떠나 사라져버리고,
우연히 문학카페에 들어가니 친구 남편이 죽었다는 슬픈소식에 아파했던일,
내 친구의 아들이 오토바이 사고로 급사했다는 비보 등은
주위에 있던 남자들이 사라지면서 남은 가족의 슬픔이 온전히 나에게 전해오는
아픔으로 한동안 멍해 졌어요.
밭일 안해준다고 눈을 흘겼던 남편이 살아있음에 얼마나 감사하던지요.
아침상을 차리면서 가슴이 자꾸 먹먹해 졌어요.
젓가락질이 서툴어 김치를 자꾸 떨어뜨리는 남편밥에 김치를 올려주며
\"여보 당신 오래오래 살아야 돼요. 당신이 없으면 나는 못살것 같아\"
밉상 마눌을 남편이 생경스럽게 쳐다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