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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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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


BY 햇살 2010-07-21

열대야가 시작됐나보다.

집 안이나 밖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열어놓은 창으로 바람 한 점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도 못참을만큼은 아니다.

이상하게도 난 여름을 좋아한다.

땀도 많이 흘리고 유난히 벌레를 싫어해서 여름이면 야외에 나가는게 끔찍한데도 난 여름이 좋다.

어느 책에선가  사람은 자기가 태어난 계절을 좋아한다는 구절을 본 적이 있는데 그땐 그래서 그런가보다했다.

난 7월생이니까.

하지만 안그런 사람도 많으니 꼭 그것때문은 아닐 것이다.

여름이 주는 풍경...

햇살이 눈부시게 빛나는 날씨..

푸른 바다....

짙은 녹음...

시원한 매미소리...

얼음 가득한 음료수 잔...

시원한 차림의 사람들...

축제같은 여름밤..

그 소란스러움과 활기참이 너무 좋다.

그 소란스러움때문에 밤에 깊은 잠을 못 자 아침이면 머리가 멍해지기도 하고

한 낮엔 더워서 기진맥진 꼼짝도 못하고

그런 고통(?)을 감수하면서도 누가 제일 좋아하는 계절이 뭐냐고 물으면

서슴없이 여름이라고 대답한다.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을 싫어해서 웬만하면 곰탱이처럼 땀 비질비질 흘리며 그냥 견딘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름보다 여름휴가를 더좋아하지 않을까...

근데 우리집은 여름휴가도 없다.

어떻게 된 게 울 신랑은 휴가철만되면 바쁜 척이다.

척이 아니고 진짜 바쁘다고하는데 계절특수랑은 아무 상관 없는 일을 하는 사람이 어째 여름만 되면 없던 일거리가 생겨서 바빠지는지 신기한 일이다.

그럼에도 나 역시 여름휴가 가자고 별로 조르지도 않는다.

차멀미를 하는 편이라 차타고 멀리 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여름 성수기엔 어딜 가도 차가 막히고 고생하기 마련이니 굳이 떠밀려 갈 필요없다고 생각하기 떄문이다.

집나가면 고생이라는 진리를 너무 일찍 터득해서일까...아니면 비어있는 통장잔고때문일까...

이런저런 이유로 여름이라고 딱히 휴가내어 꼭 놀러가야된다는 생각은 없다.

대신 영화를 좋아하기에 여름에 쏟아져나오는 영화는 이리저리 다 보는 편이다.

신랑이 휴가 없으면 없는대로 혼자 잘 노는 편이라 아이랑 가까운 계곡도 가고 수영장도 가고 영화도 보러가고...

그렇게 여름을 보냈다.

근데 만나는 사람마다 휴가계획을 묻는다.

여름이면 꼭 어디론가 휴가여행을 떠나야하는 것처럼 누구나 묻는다.

이번 여름엔 어디 갈 거냐고....무슨 계획이 있냐고...

우습게도 내 마음이랑 상관없이 주변사람들때문에 어디라도 갔다와야할 것같은 유치한 마음도 든다.

이제 아이도 커서 계곡 데리고 다닐 나이도 아니고..

이번 여름도 못 본 영화나 DVD로 보고 만화책이나 잔뜩 빌려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놓고 먹고싶은 거 먹으며 방콕피서로 대신할까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