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처 외삼촌의 칠순잔치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퍼붓는 장맛비를 맞으며 처조카의 차에 편승하여
칠순잔치가 열리는 관저동의 오리고기 전문점 식당으로 갔습니다.
어제의 주인공이신 외삼촌 내외분과 얼추 60 명에
가까운 외삼촌의 일가친척과 인척들이 오셔서 성황을 이뤘습니다.
그처럼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자 다시금
저는 마음 한 켠이 무너지면서 덩달아 울적해지는 걸 제어하기 어려웠습니다.
왜냐면 저의 선친께선 뭐가 그리 바쁘셨던지
하여간 연세 오십을 갓 넘기자마자 그만 이 세상과의 미련을 끊으셨거든요.
그래서 어제와 같은 잔칫집에 가면 늘 그렇게 선친이 그리워지면서
그 심상함을 희석할 요량으로 평소완 다르게 폭음을 하기 일쑤입니다.
아무튼 오리고기가 별로 입에 맞지 않아
저는 소주에 맥주를 탄 일명 폭탄주를
고작 고추장 양념게장하고만 안주 삼아 먹었습니다.
이윽고 식사를 모두 마친 손님들은 인사를 나누며 각자 떠났습니다.
하지만 저는 외숙모님께서 한 잔 더 하고 가라며 잡으시더군요.
“그러잖아도 서운했는데 잘 됐네요!”
외숙모님의 아들은 의사입니다.
저보다 10년 이상이나 연하인지라 처남이라고 부르지요.
“처남, 오늘 아들 노릇하느라 수고 많았네!”
“형님, 와 주셔서 고맙습니다!
어머니 말씀대로 저희 집에 가셔서 한 잔 더 하고 가세요.”
처남의 차에 올라 외삼촌댁이 있는 가장동 모 아파트로 갔습니다.
근데 외숙모님께선 다섯 명의 손자와 손녀들을 모아놓고 또 제 자랑을 하시더군요.
“얘들아, 이 아저씨 딸이 S대를 과 수석으로 졸업했단다!
하니 너희들도 열심히 공부해서,,,”
면구스럽기에 그쯤에서 저는 외숙모님의 말씀을 중간에 ‘접수’했습니다.
“아이구, 그만 하세요. 이제 초등학교도 안 들어간 아이들이 뭘 안다고...”
하지만 처남의 부인은 달랐습니다.
눈이 왕방울만하게 커지면서
“어찌 하셨기에 S대를 보내실 수 있었어요?” 라며 그 노하우를 묻는 것이었습니다.
“딱 두 가지만 실천하시면 됩니다.
하나는 사랑의 감도를 높이는 것이고 다음으론 칭찬을 배가(倍加)하시면 되는.”
외숙모님께선 당신께서 아끼는 이 조카사위가
처음 집에 왔다며 아주(!) 비싼 영주를 내오셨습니다.
거기에 맥주까지를 섞고 얼음을 띄우니 이건
영락없는 명실상부의 폭탄주에 다름 아니었지요.
그 바람에 집엔 어찌 왔는지 도통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술은 단 한 방울조차도 못 드시는 분이 바로 처 외삼촌이십니다.
하지만 술이라면 ‘환장하는’ 이 조카사위를 위해
고가의 양주를 아낌없이 내 주시고 더불어 술김에
횡설수설하는 것까지를 모두 받아주신 외숙모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외삼촌, 그리고 외숙모님.
늘 건강하시고 더욱 다복하시기 바랍니다.
그나저나 어제 그처럼 양주 폭탄주까지를 마신 바람에
이 조카사위는 오늘 아침까지도 속이 쓰려 죽겠습니다 그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