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인실로 온 후 벌써 여러번 사람이 들고 난다 떠들이 아저씨가 퇴원하시고 다시 부부가 콩팥을 나눈 이식수술 환자가 퇴원하더니 곧 딸에게 신장 이식을 한 부녀가 퇴원을 준비하고 있다
오늘은 문간에 소리소리 지르고 화를 버럭버럭 내던 아저씨도 퇴원을 하신다 멀지 않아 폐에 물이차서 고생하시던 진도 아저씨도 퇴원할 생각이라고 한다
환우애를 느낀다 서로 아프면 사정없이 소리 지르고 가래가 끓으면 구역질이 나서 밥도 못 먹게 하고 집에 잠깐 다녀온다고 간 아내를 집에 도착할 시간도 안되었는데 빨리 오라고 독촉하는 급한 성격의 아저씨도 있다.
비뇨기과 환자들인지라 오줌 방귀 변보는 일등 참 배설도 힘든 일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오늘 퇴원을 준비하고 계신 가정이 나가는데 왜 그리 섭섭한지 모르겠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날찌\" 어디서 듣던 말이다 다시 병원에서는 만나지 말자고 들 입을 모은다
인간은 허물투성이요 본질적으로 죄인이고 병들고 고달프면 너무 적나라해서 아름다울 것도 없이 추해지건만 그것! 참 이상하다 그런데 왜 이런 나약한 인간이 떠나간 자리에는 향기가 남는 것일까?
엊그제 시끄럽게 떠들던 그 아저씨가 문득 생각이 난다. 경상도 액센트가 시끄러워 귀를 거즈로 막기까지 하였었건만 그 시끄럽던 수다가 다시 듣고 싶은건 또 무슨 심사인가?
아내에게 신장을 이식해주고 거의 말이 없이 아내병실로 오르내리며 보호하시던 어머니에게 말 댓구도 잘 안하던 무심한 젊은이는 왜 또 궁금한건지 오늘 퇴원하신다는 고함지르던 아저씨는 금방 또 보고싶어질 것 같다
지난번 우리가 일시 퇴원할때 내 전화 번호를 적어가던 사람에게 그저 형식적인 예의로 그 사람의 전화번호를 적긴 했으나 단 한번도 전화를 걸지 않았다
그런데 그 분이 김상순씨죠? 하면서 전화가 왔다. 금방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내 이름은 남상순인데요? 했더니 즐겁게 웃는다
오늘 복도에서 다시 만났다 장루 회복 수술을 다시 하러 왔다고 한다 궁금해서 전화를 했다는데 우리가 다시 입원해 있으니 안타까워하면서도 반가워한다 오지랍이 넓은 듯 하나 이처럼 이웃의 마음을 점령해 들어가는 성품도 재미난다 나같은 사람만 산다면 세상은 너무 쌀쌀하지 않을까?
아...이 아침에는 신비로운 발견을 한다 왜 이 추하고 연약하고 허물많고 결점투성이인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도 않을것 같은 인간들에게서 향기가 나느냐 말이다. 떠난자리엔 미움도 결점도 원망도 허물도 잠재울 능력이 있는 것일까? 그리고 향기만 남아 떠도는 것일까? 그래서 인간은 죄인이지만 천사보다 조금 못하게 하시고 향그러운 관을 씨우셨다고 한것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