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휴먼 다큐 \'사랑\'이라는 프로그램을 보았다
일년에 단 한 번 심혈을 기울여 만드는 프로라구 해서 더 관심이 가나보다
어제는 버려진 아이들편이었다
아동복지센터에는 부모로부터 버려진 많은 아이들이 임시로
머물다 입양가정을 못찾으면 제 또래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또 옮겨간다
그곳에 있는 똘망똘망한 아이들의 표정에서 버려진 아이들이라는
어두운 구석은 보이지 않았다
아니, 그건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일뿐 왜 그 아이들에게 상처가 없겠는가?
그곳 최고참(?)이라는 두 사내녀석들은 평소엔 서로 뒹굴고 티격태격하면서도
사이좋게 지내는데 그중 한 녀석에게 엄마가 찾아와 서로의 입장이 달라졌다
25살 미혼모인 엄마는 남자친구와 모텔 생활을 하며 아이를 키우다 이어지는
생활고에 견디다 못해 아이를 버린 케이스였다
남자친구와도 헤어졌는데 아이만은 6개월만에 도저히 양심에 걸리고 눈에 밟혀
찾으러 온 것이다
처음 엄마를 본 그 아이는 전혀 반갑지 않다는 듯 엄마품에 안기지도 않은 채
원망의 눈초리로 \"엄마 안 좋아\"라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었다
내심 반갑지만 자기를 버렸다는 데 대한 원망이 가득 담긴 그 말이
TV를 보는 내 가슴에도 사무쳤다
얼마나 보고싶은 엄마였는데 그렇게 말을 할까 싶으니 아이를 보러 달려온
엄마 마음은 얼마나 찢어질 지.....
그곳 선생님은 엄마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다시한번 해주라는
얘길하면서 아이의 마음을 대변해 준다
그렇게 엄마와의 짧은 만남이 끝난 후 엄마는 다음에 다시 올 것을
약속하고 떠났는데 아이의 속마음은 결코 엄마가 싫은 게 아니었다
그곳 친구들에게 엄마가 사 준 신발을 자랑하고, 선생님들에게도
엄마 얘기를 하는 걸 보니 그 아이의 진심은 엄마가 보고싶은 거였다는 게
가슴에 와 닿았다
더 씩씩하게 밥을 먹고, 현관문에 서서 내내 엄마를 기다리는 그 모습이
무척이나 안쓰러웠다
한편 단짝 친구는 입양 부모가 와서 면접을 했는데
다녀간 후 아무 연락이 없어 아이에게 실망을 안겨 주었다
자기 이름을 똑똑히 말하는 아이가 가족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는다는
선생님들의 말은 더 가슴을 아프게 하였다
아이는 아마도 말하고 싶지 않은 상처받은 가슴을 지닌 채 살아가야 할 것이다
결국 제 또래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떠나는 그 아이가 이발을 하고
새 옷을 입고, 과자봉지를 품에 안고 차를 타고 떠날 때까지 결코
어색한 웃음을 잃지 않는 걸 보면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버리는 사람이야 오죽해서 버릴까마는 아이들의 까만 눈동자는
천진난만하기만 한데 그런 아이들의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받게
하는 어른들의 못난 이기심이 무척 부끄러운 시간이었다
입양을 원하는 가정의 대부분은 갓난 여자 아이를 선호한다는 말에서
앞으로 그 아이에게 펼쳐질 고달픈 인생이 그려져 TV를 보는내내
안타까움이 들었다
25살 미혼모 엄마는 아직도 상황이 그리 나아진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아이를 데려갔다는 부분에서 서로 의지하며 힘을 얻고 살아가는
가족이 있으니 살아갈 희망이 있으리라는 염원을 품게 된다
저출산 시대와 극명하게 대비되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현실이
가슴 아픈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