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쌍둥이 엄마 셋이서 샐러드 뷔페집에 모였다.
우리가 처음 만난 것은 배속에 쌍둥이를 임신했을 때부터였다.
나는 6개월, 나머지 둘은 8개월이었으니 쌍둥이 임산부의 배는 과히 상상 이상이었다.
내 배가 두 달 후면 저렇게 될 거라 생각하니 아찔했다.
남산이 아니라 한라산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두 사람은 잘도 걸어다녀서 한번 더 놀랬다.
어쨌든 쌍둥이 카페를 통해 얼굴도 모르는 상태에서 만났는데 알고 보니 나이도 동갑인데다 이란성 쌍둥이라는 것도 같았다
이렇게 느즈막히 쌍둥이를 임신한 동갑내기를 만나는 것도 쉽지 않은데
늙은 아기 엄마들이 겪어야 할 비애를 함께 나눌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만도 너무나 반가운 만남이었다.
임신 중에 그렇게 만나 인연을 맺고 각자 대학병원에서 무사히 순산을 했다.
도중에 연락이 되지 않았던 엄마에게는 혹시 무슨 큰 일이 나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고
병원에서 자궁적출술의 위험까지 갈 뻔햇다는 소식에 다시 한번 가슴을 쓸어내리고 아이와 산모가 지금은 건강하다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내심 나의 출산에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말로만 듣던 쌍둥이 임신...
고령 출산에 고위험,
모든 것에 고(高)자가 따라다니는 그야말로 위험을 감수하는 출산...
그 말대로 나 역시 출산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고혈압으로 인한 과다출혈로 수혈까지 받았고 다리의 부종이 빠지지 않는데다 한동안은 걷지도 못했다. 아이들의 무게가 다리 신경을 눌러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사처럼 예쁜 아기를 둘씩이나 만난 기쁨에 나의 고통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쌍둥이 육아는 정말이지 겪어보지 않고는 말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다. 시어머님 친정어머니 남편까지 함께 했음에도 일단은 내 몸이 덜 회복되었던 탓에 쉽지 않았다.
이러한 고통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쌍둥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모두 같은 상황이었다.
전화로 힘들때마다 위로해주고 육아에 관련한 정보도 서로 주고 받으면서 도움을 주면서 그렇게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아이들을 키우다보니 어느덧 세 돌이 지나게 되었다.
각자 어린이집에 가게 되어 낮에는 훨씬 여유로와진 쌍둥이 엄마들이 그토록 벼르던 우리만의 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주변에는 이제 둘째 낳아 키우느라 힘들어하는데 우리는 동시에 키우느라 힘들었지만 이제는 주변의 부러움을 사게 되었노라고 하면서...
유독 전화통화를 자주 하는 쌍둥이 엄마는 잃어버린 자신을 찾겠다며 지난 주말 저녁에는 아이들을 남편에게 맡긴 채 절에 가서 3천배 절을 했다고 한다.
3천배 절이라 함은 무릎이 닳도록 부처님께 절을 하는 것인데 그 힘든 일이 어찌 자신만의 시간이냐고 되물으니 새벽에의 그 느낌은 정말 말로 할 수 없을정도라는 것이다.
쌍둥이 엄마는 밤새도록 절을 하면서 무슨 기원을 했을까
아이와 남편과 떨어져 있는 그 밤을 자신만의 시간이라고 말은 하지만 분명 가족의 건강과 미래를 위해서 빌고 또 빌었을 것이다.
또 다른 한 엄마는 사업을 시작해서 바쁘다. 그래서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아 이렇게 셋이서 만나기도 힘이 든다.
우리는 일을 시작하는 엄마를 부러워했지만 살림과 육아, 사업까지 모두 해야 하는 그녀가 얼마나 힘들지는 상상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내가 낮에 하는 빨래나 집안일을 그 엄마는 밤에서야 하고 피곤한 몸으로 잠이 들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들 들으니 내가 고작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나는 요즘 내 정체성에 혼돈을 느껴!!’ 라는 말 뿐이었다.
일하는 엄마도 아니고, 가족의 안녕을 위해 삼천배 절을 할 자신도 없으니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만나서 내린 결론은 하나다.
아이들 모두 예쁘게 자라주어서 너무 감사하고 경제적으로 풍족하지는 않아도 건강한 것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다.
비록 짧은 시간 점심으로 그동안의 쌓인 회포를 풀며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지만
이렇듯 한번 맺은 인연이 4년이란 시간동안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게 되어서 다행이고 기쁘다.
무엇보다 그녀들이 고마운 이유는 쌍둥이 엄마라는 공통점도 있지만 서로에게 용기를 북돋아주기 때문이다.
월드컵 응원 열기와 함께 얼마 전 TV에서 ‘당신을 응원합니다’ 라는 주제의 내용을 본 적 있는데 ‘할 수 있다, 잘 할거다’라는 말을 가장 많이 해 준 사람들인 것 같다.
앞으로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런 말들을 자주 해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더워지기 전에 애들 데리고 소풍이나 같이 가자고 한다.
쌍둥이 여섯이 우르르 뛰어다니면 정신이 하나도 없겠지만...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