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둔탁한 무언가에 맞은 듯도 하고,
잠결에 본능적으로 벌떡 일어났지만
사태파악이 되질 않아 멍한 상태인데
창으로 새어든 달빛에 희끄무레하게 보이는 시야에
두 주먹을 불끈 쥔 손 그대로 숨을 몰아 쉬면서
원투쓰리 스트레이트 주먹을 한번 더 날리곤
다시 푹 고꾸라지듯 누워버리는 남편이 보였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급히 불을 켠 후 그의 어깨를 흔들었다.
“자기 왜 그래… 왜!!! 무슨 일이야!!”
몹시 흥분했던 마음이 채 가라앉지 않은 듯 그때까지
‘에이 씨’를 반복하던 그가
눈을 반쯤 뜨고 비로소 꿈인 걸 깨닫고 한숨을 푹 내 쉰다.
시계를 보니
그러고보니 입술이 좀 찝찔 한 듯도 하고
터졌는지 밍글거리면서 아프다.
결혼 후 아버님과 어머님의 이부자리를 분명 나란히 깔아드리고 아침이되면
두 분의 배개가 반대로 있어 의아해 남편에게 물어 본 적이 있었다.
아버님이 잠꼬대를 심하게 하셔서
자다가 된통 한 번 맞은 엄니가 이후 반대방향으로 주무시게 되었다는….
세상에 아무리 부전자전이라지만
잠꼬대까지 닮았을까,
잠꼬대이긴 하지만 세게 한 방 얻어 맞은 게 좀 신경질 나지만 어쩌랴
문제는 잠에 무척 예민한 편인 나는 그렇게 한 번 깨면
다시 잠들지 못하고 꼬박 아침을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밤새 뜬눈으로 인터넷 어슬렁 거리다 새벽이 되어 잠시 눈을 붙이고
교회를 가던 차안에서 거울을 보니 얼굴이 홀쭉하고 눈이 쾡하다.
“자기, 무슨 꿈을 꿨길래 그렇게 난투전을 벌인거야?”
대답이 없다. 그게 더 수상하다.
“내가 다 용서해주께, 평소 나한테 억한 심정 있던거 잠꼬대 핑계로 때린거지?”
“아니야.\"
계속 거짓말하면 나도 어머니처럼 거꾸로 누워잔다고 했지만
그러면 아주 발로 진짜 맞게 될거라나?
\"사실은... 너가 배신하고 다른남자랑 도망가잖아\"
“아니 지금 우리가 결혼 몇 년차인데 아직 그런 꿈을 꾸고 그래? 내가 아니라 자기가 배신하고 도망가는데 내가 못가게 잡으니까 모질게 패서 떼어내려고 한 거 아냐? 주먹에 감정이 실렸던데...”
배신자 응징이라는 대답과 달리 눈빛에서 뭔가 석연찮은 구석이 보인다.
자꾸만 캐 물었더니 그러니까 앞으로 자기를 혼자 두고 어디 가지 말라고
엉뚱하게 화살을 내 쪽으로 돌렸다.
“내 말 맞구나. 자기가 도망가다가 나한테 잡혀서 아주 끝장 내려고 팬 거 맞지?”
빙긋 웃기만 한다.
“맞지? 맞지 그치?”
이해되지 않으면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마누라 성격을 익히 아는 그가
무슨 큰 고백이라도 되는 양 털어놓는 이야기인 즉.
“사실은….. 너가 다른 남자랑 도망가는데, 널 때린 게 아니고 그 놈을 때린다는 게
너가 옆에 있어서 맞은 거지.”
믿어 줘야 할까.
왜 자꾸 내 생각은 그 반대로 흘러갈까.
나, 떨고 있니?
아이큐가 안되면 몸무게, 인물이 안되면 힘, 볼륨이 안되면 탱탱한 오리궁댕이, 자신감이 안되면
‘배 째\'라고 들이 밀 두둑한 배짱…..
아직은 … 뭐든 자신 있는데....
조국은 님들의 장한 아들들이 지키고 내 남편은 내가 지킨다.
할 수 있다.
아자!!!
자성적 예언을 하며 월요일 아침, 힘차게 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