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일어나세요~안녕하세요 일어나세요~~\"
새벽 5시.
침대 옆 창틀에 둔 알람시계에서 정확하게 모닝콜이 시끄럽게 울린다.
인사를 안 받아주면 언제까지나 떠들어대니
몸을 반쯤 일어켜서 손을 뻗어 시계의 정수리 부분을 꾸..욱..눌러버린다.
조금 전에 잠자리에 든 것 같은데 언제나 새벽은 도둑같이 찾아온다.
소리도 없이 냄새도 없이 .
반듯이 누워 자던 자세를 뒤척여 발치에 둔 긴 쿠션을 한번 안아 올렸다가
옆에 자고 있는 남편을 한번 슬쩍 건드려 봤다간 일어난다.
늦게까지 서류 정리며 바둑을 몇판 두던 남편은 새벽 잠이 많다.
독학으로 아마 1단의 바둑실력인 남편은 복잡한 일이 있거나
피곤한 일이 있으면 바둑을 두며 머리도 식히고 쉼을 얻는단다.
내가 보기엔 바둑 두는게 더 머리 아프겠두만서도...ㅎㅎㅎ
서재에서 컴퓨터로 바둑을 두는 소리가 늦은 밤 거실에 틱..틱..틱...
울려 나오면 나 먼저 자라는 신호다.
새벽운동을 같이 가자며 깨워 달라던 사람이 무슨....
혼자 일어나 세수하고 옷 챙겨입고 교회가서 새벽기도를 드린 후
운동을 나가는 시간은 6시 10 분 전후.
챙이 넓은 모자와 면수건을 목에 두르고 땀복 잠바를 걸치고
둘째가 외국 나가기 전에 어버이 날에 사 준 걷기 전문화를 신고 고고싱~~
너른 우리집 마당을 지나 들길로 나가면 곧바로 탁 트인 들판이 나온다.
요즘 한창 마늘과 양파를 수확하느라 들판 가득 일꾼들이 이른 새벽부터 작업을 한다.
지나칠 때면 아는 사람이건 낯선사람이건 구분없이 무조건 인사부터 하고 지나간다.
\"수고가 많으십니다~안녕하세요~수고하세요~~\"
고개를 숙이고 지나치면 여자보다는 남자들이 인사를 더 잘 받아준다는 사실.
그들은 이른 아침부터 들일을 하는데 운동이나 한다고 삐지셨을까?
나도 운동마치면 일 빡쎄게 하는데 ....ㅎㅎㅎ
남자분들은 대게 같이 고개를 숙이며 \"예~~운동하십니까?\"
하고 맞인사를 하는데 여자분들은 멀뚱멀뚱~~쳐다보거나
아니면 마지못해 하는 대답...\"에~~~~~\"
때로는 여자분들도 반갑게 인사를 해 주시기도 한다.
\" 뺄 살도 없는데 와 자꾸 운동한다꼬... 이쁘구만.ㅎㅎ\"
모르시는 말씀.
속으로 꽁꽁 숨겨 논 살이 얼마나 착실하게 많은데요~~
저울에 올라가기만 하면 저울이 숨가빠한다구요~
뼈가 통뼌지 살이 오진지 도무지 저울에만 올라가면 상상 외로 몸무게가 많이 나간다는 엄연한 사실.
골밀도가 높아서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잔데 저울이 내 미는 숫자에 둔감할 수는 없다.
숨겨진 살이라도 빼 놓고 보자.
그래 그런지 요즘 걷기를 열심히 하고부터는 저울이 좀 착해졌다.ㅋㅋㅋ
고로 내가 그 동안 헛운동을 했다는 거였을까?
뱃살을 빼겠다고 거실에서 이리뒹굴~저리뒹굴~ 했던거는 아무것도 아닌것이었던것이었을까?
좌우지간에 인사도 착실히 하면서 걷는 거리가 약 5킬로미터.
쪽이 고르고 빨간 마늘도 뽑히고 동글동글 탐스런 양파도 뽑히는 들판을 지나고
낙동강 작은 줄기가 흐르는 강둑길도 걷다보면 폐부 깊숙히 맑은 공기가 들어간다.
마늘이랑 양파가 뽑히기 바쁘게 트랙터로 갈아 엎은 논에는 금방 물이 채워지고
벼 심기가 서둘러 지는 모습이다.
여기 땅은 쉴 틈이 없어뵌다.
양파가 나가면 벼가..벼가 거두어지면 또 마늘이랑 양파가.
일년 열두달 단 며칠간의 휴식기도 없는 직업적인 땅.
양파와 마늘이 겨울 내내 대지의 영양을 먹으며 추위에 이기며 자라서 그런지
영양이 더 많은 것 같고 값도 더 좋은 것 같다.
양파와 마늘을 심지 않는 땅에는 감자를 심었고.
지금 한창 감자밭에는 하얗고 복스런 감자꽃이 피어있다.
자주감자는 꽃도 보라색을 피우고 보통 흰감자는 꽃도 흰색이라는 걸 여기 와서 터득했다.
완전 자연학습장인 셈이다.ㅋㅋㅋ
강둑 길을 따라 감자꽃이며 찔레꽃이 흐드러지게 핀 하얀 길을 걸으면
발은 자꾸 모래 속으로 빠져 들고 몸은 앞으로 속여지니 좀 힘이 드는 코스지만
평탄한 길보다는 운동효과가 배가 되는 것 같아 선택했다.
같은 시간대에 더 높은 운동효과를 위해 이쯤이야...
그 강둑 길이 약 2킬로미터쯤.
그 강둑을 따라 걷는 길에는 아침 준비를 위해 비상하는 두루미 한쌍도 보인다.
낮게 날으며 물 속 작은 고기들을 노리는 두루미의 날개짓은
산그림자를 안은 강물 위로 살아있는 동양화 한 폭을 보는 것 같다.
정물화처럼 생명이 정지된 그림이 아니라 살아있는 그림.
혼자서 걷는 그 길이 너무 행복한 길이다.
바삐 걷기는 하지만 고개를 들고 낮은 산도 바라보고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도 보면서
강물도 나랑 같이 흐르는 친구가 되고 아침일찍 손님을 부르는 까치도 같이 걷는다.
모퉁이를 돌아 모랫길이 끝나는 지점에서는 으흠~~~
시골의 냄새..고향의 냄새..땅을 살리는 냄새..생명의 냄새....크하~~~
완전 숨이 멎을 듯 발효냄새가 지독하다.
쇠똥거름은 구수한데 계분은 크학~~~
그 지점을 돌아 올 때는 들숨은 멈출 수 있는 한계까지 참고 날숨만 내 뱉는다.
그리고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통과하기.
그리곤 이내 한가한 들길이다.
수확이 즐거운 길이고 농부들의 땅이 결정을 이루는 들길이다.
돌아오는 길에도 또 인사하기.
\"수고 많으십니다~수고하세요~\"
그러구러 돌아오는 길이 아침 운동코스.
약 5킬로미터.
천천히 산책하듯이 걷는게 아니라 속보..거의 경보에 가깝도록 걷다보니 아랫종아리가 뻐근하다.
안그래도 교각같다며 놀리는 종아린데 요즘은 알통이 제대로다.ㅋㅋㅋ
마당에 들어와서 철봉에 매달려서 오래 버티기.
디스크를 수술한 전력이 있기에 허리를 잡아 늘여 주는 매달리기가 아주 좋은 예방법이라기에
오십견과 허리를 위해서 매달리기는 자주 한다.
이렇게 돌아돌아서 걷는 시간이 약 1시간 10 여분.
이른 아침에 등줄기에 땀이 흐르도록 빡센 운동이지만 몸도 마음도 가벼운 요즘.
갱년기도 날릴 겸 몸매는 덤이고 저울의 수치는 수치일 뿐 건강만 하자.ㅋㅋㅋㅋ
하나 더.... 집에도 방 문설주에 미니 철봉까지 만들어두고 있다.
내 몸은 내가 관리를 잘 하지 않으면 아무도 대신 해 줄 수 없다.
아프면 서럽고 억울할 것 같다.
이 좋은 세상 즐겁게 살려면 내 몸부터 건강상태 양호에 청신호만 켜 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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