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보네 가정사를 엿보는 나도 참 한심하다
하지만 내가 그들을 가족으로
받아 들인 이상 무관심할 수 만은 없다.
자보의 첫째 부인의 포악은 새끼 자보의
성장에 따라 그 수위가 현저히 낮아 졌다.
다리를 저는 셋째를 머리에서 피가 나도록
쪼아대는 둘째를 첫째가 구박하고
이상하게도 불쌍한 셋째를 첫째는 구박하지
않는다 새끼 자보의 고운 털위로 작은 날개가
솟고 횟대로 날아 오르자 첫째는 냉정할 만큼
새끼를 버려둔다 새끼에게 집착을 던 만큼
그만큼 자보네 집안에도 평화가 찾아왔다.
자보는 새끼에게 먹이를 찾아 먹이며
아비 역할을 하고 아내는 횟대에 앉아 그 모습을
지켜본다 사이사이 하얀 알들이 둥지에
쌓이더니 셋째가 식음을 전폐하고 알을 품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샘냈는지 둘째도 둥지에 들어 함께
알을 품는다 혹 또 싸움이 날까
알 둥지 두 개를 넣어 줬건만 꼭 한 둥지에 둘이
들어가 알을 품는다
사람 사는 곳에나 자보네 사는 곳에나 처절한 삶은
있고 아픔을 안고도 보듬어야 하는 부분이 있고
더럽고 아니꼬와도 삭이고 살아내야 하는
부분도 있다 다리를 저는 셋째 부인이 귀여운 새끼들을
많이 까서 아픔을 잊고 잘 살아 냈으면 좋겠다.
오골계 알을 네개 넣어 줬는데 혹 자보가
자기 아내들이 바람을 피웠다고 다시 살벌한
분위기가 되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하양이가 태어나던 까망이가 태어나든 알 둥지에
고요히 들어 앉은 두 첩닭
자보네 집에는 모처럼 평화가 찾아와 있다.
불안함 속에 어쩔 줄 모르던 자보도 목청을
가다듬고 여유로운 한 때를 즐기고 있다.
꼬끼오!꼬끼오
까망이가 태어나는 그 날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