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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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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 탈출 중


BY 그대향기 2010-06-02

 

도무지 내 마음도 내 몸도 나도 몰라~

제어도 안되고 조절???.... 더더욱 안된다.

온통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서 꼭 홍시같고

열은 왜 그리도 촌스럽게 올라서 그 난린지...

 

며칠 전부터 얼굴이 너무 달아오르고 낮에는 보기조차 민망하다.

놀란 남편이 넓은 손바닥으로 만져보더니 빨리 병원에 가 보란다.

무슨 큰 병이라도 걸렸을까봐 불안한 모양이다.

화장도 안받고 벌게진 얼굴로 내방객들을 맞으려니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다.

 

한달씩 걸러 있던 생리도 이젠 영~영~끊어지려는지 소식이 드문....

편한건지 아쉬운건지 모호한 심정으로 있는데 기분이 영 아니다.

들일하다가 대낮부터 막걸리 두어사발 들이킨 여편네처럼 벌게진 얼굴로

친구한테 전화를 했었다.

 

\"니는 얼굴 안 벌겋나?

 생리는 아직있나?\"

단도직입적으로 요점만 콕콕 찍어서 물었더니 답도 간단하다.

\"나는 3년전에 생리 끝났고 살이 더 쪘고 남편이 꼴뵈기 싫더라.

 니도 남편이 꼴 뵈기 싫을거구만.

 그거~~갱년기증세거든.... 편한 여자되겠네??ㅎㅎㅎ\"

 

편한게 좋은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생리가 완전히 끊어진다고 생각하니

너무너무 서글퍼졌다.

완벽한 여자의 조건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부분이 없어지려하다니???

남편이 아저씨라고 놀리거나 말거나 아이 셋을 낳아주면서

확실한 여자임을 입증해 줬고

초등학교 꼬맹이가 여자냐? 남자냐? 로 혼란스럽게 바라봤던 나지만

바지보다는 치마입은 모습이 더 어울리는 두 말 필요없는 여자인 것을.

꼴뵈기 싫어진다던 남편은 여전히 설레이고 사랑스러우니 친구의 말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차이는 있다는 이야기??ㅋㅋㅋㅋㅋ

 

이젠 생리가 영원한 아듀~를 고하려 한다.

그 동안 완벽하게 여자구실을 하게 해 주다가

생물학적인 여자라면   다 겪는다는 갱년기를 맞아 생리부터 끊어지려하고

안면홍조현상이 일어나면서 흰머리가 아주 많이 생기기 시작했다.

손가락으로 앞머리를 빗어넘기면 반백에 가깝다.

허...걱.....

언제 이만큼 흰색으로 브릿지를 넣어뒀지?

머리 센 거는 하나도 안 억울하다.

나중에 절대로 염색은 안할거라고 못 박았더니

늘 새까만색으로 머리염색하시는 96할머니가 나중에 두고 보겠다신다.

나보다 46세나 더 많으신 분이 날 두고 볼라면  100 살도 넘어가시는데   ㅋㅋㅋ

 

갱년기우울증도 심하게 앓으면 심각한 지경에 까지 이른다고들 그랬다.

낮이나 밤이나 혼자 외롭고 혼자 세상고민 다 끌어 안듯이 몸도 마음도 무겁고

기쁜 일에도 혼자 심각해지고 슬픈 일에는 더 슬퍼져서 눈이 짖무르도록 운다고도 그랬다.

온 몸이 수시로 달아오르다가 화가났다가 울다가....를 반복하는 사람도 있다니

난 이 얼굴 벌게지는 촌스런 모습을 어찌 감당할꼬?

안그래도 촌에 살면서 촌아줌마라 촌티가 줄줄 흐르는 판에

더 촌스럽게 변하면 낯짝들고 사람만나기가 당혹스러울 것 같다.

 

성격이야 워낙에 낙천적이라 뭐든 다 신나는 성격이지만

외모상으로 너무 티나게 갱년기를 지나갑니다~~표시를 내게 만드니 이거 참....

호르몬제를 천연보조식품으로 먹고는 있다지만 이것도 잠시겠지.

세월 지나가면 다 건너가야 할 강이고 넘어가야 할 산 인 것을 갱년기연장이나

젊음의 체류를 갈망한들 미약하기 짝이 없는 촌아줌마가 무슨 수로.....

하여...... 기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남편을 쏙 빼 닮은 아들을 하나 더 낳고 싶었지만 17년전에 이미 정관수술을

해 버린 남편때문에 그 꿈은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 되고 말았고

늦둥이한테 젖을 물리면서 진짜 여자임에 스스로 행복함을 맛보고 싶었던 것도

이제는 완전히 확실하게 끝내기로 했다.

그 중간에는 혹시라도 수술한 정관을 풀고라도 어찌....했었던 나에게

남편의 대수술이 그 꿈까지 완전히 박살을 내고 말았다.

건강한 정자를 얻을 수 없음에 포기하라고....

건강한 몸으로 임신을 해도 장애아를 낳기도 하는데 대수술 끝에 무슨 아이를??

 

남편은 그런 나를 외계인 보듯이 했다.

아이를 잘 만드는 여자.

아이를 잘 키우는 여자.

아이를 너무너무 좋아하는 여자.

그런데 더 이상 아이를 못 낳는 여자.

이제는 그럴 희망까지 깡그리 없어지는 판이다.

가장 확실한 증거가 사라지고 있다.

 

요즘 새벽운동을 아주 열심히 하고 있다.

약 5킬로미터를 파워워킹 수준으로 강도높게 걸었더니

드문드문있던 생리가 20대 때 처럼 생리혈도 이쁘게 많은 양이 나왔다.

완전히 끝나기 전에 찬란하게 꽃 피워보고 사라지는 것인지

아니면 운동으로 회춘 비스므리한걸 하는건지.....

반갑고 감격해서 생리대를 다시 준비하면서 혼자 즐거웠다.

이것이 아주 끝내는 의식일지라도 슬퍼하지 않을 것이며

여자에서 그냥 아줌마로 주질러 앉아질 마지막 파티일지라도 난 즐거울거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던 해 겨울방학부터 시작해서 갓  쉰이 된 올해까지

임신기간과 수유기간만 빼고 꼬박꼬박 거르지 않고 다달이 제 날짜에 잘 찾아와 준

내 선홍빛의 여자 꽃이여~~

안녕~~

안녕~~

갱년기든 갱생이든 오라구~

반갑게 만날거고 기쁘게 보내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