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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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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싸움]- 휴식같은 2박3일


BY *콜라* 2010-05-28

묵언참선 23일째..

 

오촌당숙 같은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관계로 살라던 부부

부부싸움 한 번에 사돈의 팔촌 같은 평온이 올 줄이야

 

그동안 다다다다 퍼 붓고도 돌아서면 뇌가 텅~

하루만 지나면 왜 싸웠는지 이유조차 가물가물한 새머리가

싸우고 말 안해야지 마음 먹고 나면

왜 그렇게 더 하고 싶은 말, 듣고 싶은 말이 많이 생기는 지

 

자기~ 사과 할거지! ? 미안 하지?! 하다가

빨리 미안하다고 해 줘~ 내가 용서 해주께~

통 사정

 

일단

이번 부부싸움에 묵언참선을 하면서 내가 획득한 수확은

 

하나

섹스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

 

한 달에 한번, 혹여 잊어버릴까 감각을 유지하기 위한 정도가 딱인데

온갖 먹는 건 몽땅 거시기로 양기가 쏠리는 지

허구한 날 어떻게 좀 안될까..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두 눈땜에

맘 놓고 옷 홀랑 벗고 갈아 입기도 만만치 않았던 날들에 비하면

새초롬한 눈 내리 뜨고 욕실로 방으로 올 누드로 다녀도

절대 넘볼 수 없는 타인이 될 수 있더라는 것

 

자유시간

 

5센티 간격이상 떨어지지 않고

엄마 치마폭에 매달린 찰거머리 막둥이 아들을

시골 할머니네 보낸 것 마냥

옆 자리에 바람이 솔솔 부는 느낌이 나 스스로 화들짝 놀랄 정도의 평화로움이라는 것.

컴퓨터를 하든, 영화를 밤새 보든, 자전거를 타고 학교를 가든.

완전히 자유 부인이 따로 없다.

 

새나라의 어린이

 

저녁 9 되기 무섭게 잠짜리에 들어

엎치락 뒤치락 하면서도 어쨌든 잠자는 것 외 별 도리가 없으니..

그렇게 못하게 할 땐 죽자고 하고 싶던 컴퓨터도 심드렁하고

둘이 영화보자 뉴스보자 티격 거릴 일도 없고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니 몸이 놀랐는지 기운이 펄펄 난다.

 

오토매틱 시스템

 

아무리 잔소리 잔소리 잔소리 해도 귓등으로 듣는 둥 마는 둥

들은 척 않는 것 같더니

아주 사소한 일까지 모두 다 내가 원하는 대로 딱 정확히 한다.

그것도 스스로 알아서 긴다.

 

샤워한 후 물 스위치 수도곡지 방향으로 돌려 

내 키에 알맞게 조절해서 딱 맞춰 갑자기 물벼락 맞지 않게 해 놓고 

변기 사용 후 내가 사용할 수 있도록 두껑 내려 놓고

치약은 중간에 짜지 않고

기름기 있는 그릇은 설거지 통에 넣지 않고

흰 옷 색깔 옷 구분해서 바구니 담아 놓고

한약 대령해야 먹더니 스스로 시간 맞춰 먹고

내 약 먹을 시간, 물이랑 약이랑 가져다 침대 협탁에 올려 놓고

………………………… 등등 등

 

사소한 몸 동작, 눈길 하나도 어쩌면  내가 하던 잔소리를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었나 놀랄 정도로

그래서 더 화가 날 정도로 정확히 한 치의 오차 없이 시행한다.

 

세상에

단지 말을 안했을 뿐인데

이런 무한대의 불로소득이 생길 줄 정말 몰랐다.

 

게다가 저녁엔 슬그머니 화해의 제스처를 .

 

내가.. 사과해도. 말 안 할거야?

화 안 났어. 근데 내 마음이 그냥 우울해…”

 

ㅋㅋㅋㅋ

우울하긴 넘넘 신나서 춤이라도 추고 싶을 판인데

시침 딱 떼고 한 번 튕겼다.

 

오늘 내내 마음속으로 수백가지 수다꺼리를 참느라 애썼구만

이 기운 이대로 쭈욱 이어 갈 방법은 없는 것일까.

 

아마 내일쯤, 참고 참고 참은 내 수다가 봇물이 터져서

45일 수다만 떨다가 몸살나지 않을까 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