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데 큰 딸 아이가 잠깐 들르겠다는 전화를 며칠 전에 받았다
내일(5/24)부터 새로운 직장에 출근인데 전직장 인수인계 관계로 잠시 사무실에 나왔다
집에 가는 길에 나한테 오겠다구
시집간 후 직장생활과 살림을 병행하려니 짬을 내기가 쉽지 않은터에
친정에 들리겠다는 그 말 한마디에 내 가슴은 설레기 시작한다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한데 뭐 하나라도 줄 게 없을까 생각하다
밑반찬 몇 가지를 해주자는 굿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시골에 살믄 이것저것 챙겨줄텐데 사실 도시생활이라는 게 뻔하니
특별히 줄 게 없는 게 아쉽기만 하다
그래도 요즘엔 내가 전업주부로 지내고 있으니 그나마 시간이라도 많은 게
천만다행이다 싶어 토욜에 장을 봐서 부지런히 반찬을 만들기 시작했다
우선 오이소박이보다 담기 쉬운 오이김치를 하기로 했다
소박이는 칼집을 내서 일일이 속을 집어 넣어야 하지만 오이김치로 하면 담그기도 쉽고
먹기도 편하니깐
부추랑, 양파를 썰어넣고 찹쌀풀 넣고, 양념을 쓱쓱 비벼서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운 오이김치 한 통 완성
그 다음엔 미리 담가 두었던 오이피클(오이,적채,무우,청양고추,양파를 듬뿍 넣고 새콤달콤하게)
한 병 옮겨 담고, 까나리 액젓으로 맛을 낸 깻잎김치, 견과류 넣은 쥐포볶음 한 통,
지난 번 제주 시누이가 주신 참깨 달달 볶아 고소한 냄새 풍기는 통깨 한 병을 해서
보따리 보따리 싸 놓으니 딸 아이가 오면 무슨 시골에라도 다녀온 것 같은 기분이 들 것 같애
그걸 보는 나 역시 마음이 흐뭇할 것 같다
에고 이렇게 해 놓고 나니 이번엔 또 작은 딸 아이가 걸리긴 한다
그래도 다행인건 작은 아이는 지금 직장을 쉬고 있는 관계로 반찬 만들기가 큰애 보다는 수월할테니
하는 위안이 되면서 조금 미안함이 든다
지금 6월 출산을 앞두고 많이 힘들 때라 거기도 이것저것 챙겨서 조만간 한 번 다녀와야만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그 말이 맞는 거겠지 싶다
나도 어느새 친정엄마 노릇에 조금씩 적응이 되어가나 보다
그래도 내가 이렇게 챙겨줄 때가 아이들에게나 내게는 소박한 행복이려니 싶다^^
지금 큰 딸 아이가 사무실에서 출발한다는 전화를 했다
\"그래, 언능 와!! 엄마 기다리고 있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