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할머니들하고 부산의 모대학병원에서 주최하는 작은 음악회에 다녀왔다.
병원을 새롭게 리모델링하고 그 기념으로 병원 로비에서 환우들과 방문객들을 위한
작은 음악회를 열었다.
소박한 무대도 만들었고 방문객들 대기석의자에서 이동식 의자까지 제법 많은 좌석들이
준비되어 있었고 환우들과 보호자 그리고 방문객들이 하나..둘...좌석을 채워 나갔다.
키보드와 음향기기들이 조율 중이었고 출연자들의 부산한 발걸음이 오고 간 조금 후
드디어 사회자들의 작은음악회 오프닝멘트가 있었고 현악 4중주로 분위기 있는 음악회가 시작되었다.
병원이라고 해도 입구 로비쪽이었으니 소독냄새도 없었고
새롭게 리모델링을 하면서 분위기있는 작은 카페까지 생겨서 병원인데도 아늑한 분위기가 연출되었고
귀에 익숙한 곡에서 부터 새로운 곡까지 현이 주는 부드럽고 깔끔한 느낌이 아주 좋았다.
방송국의 어린이 합창단 천사들의 노랫소리는 환우들의 얼굴에 환한 웃음이 절로 번지게 했다.
팔짝팔짝 뛰면서 율동까지 곁들인 합창소리는 병원생활에 지치고 우울했던 환우들과
보호자들의 기분을 한결 밝게 해 주었고 합창 도중에 좌석을 돌면서 환우들을 포옹하며
용기를 주는 어린 천사들의 몸동작에서는 감격의 눈물까지 흘리는 환우와 보호자들이 보였다.
간간이 들리던 박수소리가 박자에 맞게 다 같이 따라하면서는 분위기가 최고조가 되었고
어린이 합창단들의 얼굴에는 홍조까지 보이면서 절정으로 이어졌다.
절대고음처리.
어른들이 되면서 탁해지고 갈라지는 목소리는 그 아이들한테서는 찾아보기 힘들었고
온 몸의 전율이 느껴질 정도로 고음처리가 잘 되면서 은쟁반의 옥구슬이 구르는 듯한 목소리는
표현이 너무 진부하고 낡은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천상의 소리가 아닌가???
하늘이 열리고 천사들의 합창소리가 들린다면 아마도 저 어린이 합창단들의 노래소리하고 같지 않을까.....
듣지 못하는 장애우들을 위해 수화까지 능숙하게 하는 어린이 합창단들의 합창이 끝났을 때
그 자리에 참석했던 모든 사람들이 큰 박수로써 앵콜송을 부탁했고 기쁜 마음으로 두 곡씩이나 앵콜송으로
불러주던 이쁘고 곱던 어린이 합창단들은 끝 곡으로 \" 당신은 사람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 을 하면서
두 손을 환우들을 향해 위로하는 몸동작을 하는데 맨 앞자리에서 시종일관 웃으면서 감상하던 노 부부.
서로를 마주보며 감사와 사랑이 듬뿍 느껴지는 눈빛으로 서로에게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는 듯이
머리위로 하트모양을 만들기도 하고 두 손을 마주잡고 흔들면서 젊은 연인 못지않게 너무나 자연스럽게
너무나 행복한 몸동작으로 서로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얼마나 행복해 보이시던지....
오랜 병원 생활이신 듯 간호사와 의사선생님들이 흐뭇한 미소로 그 노부부를 바라봤고
뒷좌석에서 감상하던 우리 부부도 그 노부부를 향해 흐뭇한 미소를 보내드렸다.
짜증나고 우울해 지기 쉬운 병원 생활에서 작은 음악회가 주는 감동도 감동이지만
병들고 약해진 반려자를 배려하던 노부부의 모습에서 부부란 저렇게 늙어가야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았다.
힘든 의사공부를 하는 짬짬이 익힌 악기솜씨로 현악4중주를 우아하게 해 주던 의대생들의 연주도 멋있었지만
중창단까지 결성해서 환우들을 위해 그런 음악회를 준비해준 의사선생님들도 감사했고
무엇보다도 어린이합창단들이 먼 길을 달려서 그곳까지 와서 환우들을 위로하고 포옹해 드리면서
용기를 북돋워 주던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병원이 홍보차원이든 위로차원이든 작은 음악회 같은 신선한 행사를 마련해 줌에 대해
세상에는 꼭 물질적인 것만이 아니라 음악을 통해서도 행복을 선물해 드릴 수 있다는게
작은 음악회를 통해서 충분히 보여준 결과라 할 수 있었다.
지난 번 샘물호스피스에 갔을 때도 병원 중앙에 드럼이며 다른 악기들이 놓여 있는 것을 봤다.
환우들이라고 맨날 우울하게 보내면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
때로는 고통 그 자체를 잊고 밝고 신나게 음악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해 보는것도 좋은 치료가 되지않을까?
음악은 세계 공통어라고도 했는데 난 왜 음악에는 소질이 없는지 너무 아쉬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