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일을 시작해서 트레이닝 중인 직원이
퇴근시간이 지나도 꼼지락대며 갈 생각을 않더니 내 손을 잡고
매장 구석으로 간다.
“저기요….. 매니저님…….드릴 말씀이 있는데…..”
미술을 전공한 이력서를 보아
집에서 곱게 자란 아이가 분명한데
머나먼 외국에 와서 일을 하기 힘들어서
도저히… 도저히 ….못 하겠노라…. 는 말일 것으로 짐작한 내 기분이
직하강 하고 있었다.
“응, 뭐! 말해 봐~”
쭈빗거리며 망설인다.
“죄송.....한데요…. “
“괜찮아 뭐~”
“10불만 빌려 주시면 안될까요?….”
1000불도 100불도 아니고 10불이란 것에 일단 안심…
그 한마디 하려고 얼마나 마음 졸이며 내 눈치를 봤을까….
픽 웃으며 이유 묻지 않고 대수롭지 않게 돈을 꺼내주는데
“차비가…… 없어서요…..”
한다.
“응 그래. 지갑을 안 가지고 왔구나… 잃어버린 건 아니지?”
10불이면 우리 돈 1만2천원.
빌리기엔 너무 작은 돈이라 당연히 지갑을 안 가지고 왔다고 생각 한 것.
“아뇨… 돈이 딱 떨어졌어요…. 아르바이트 하는 곳에서 월요일 돈을 받는데..”
아직 서로를 잘 모르지만, 솔직한 것이 마음에 든다.
10불 한 장 꺼냈던 돈에 50불짜리 두 장을 더 꺼내 들었다.
“금,토,일 사흘이나 일도 안 나오고 집에서 있어야 하는데 교회도 가야하고
먹을 것도 있어야 하잖아”
“괜찮아요… 집에서… 가만히 있으면 돼요….”
“가만히 있어도 돈 없으면 마음이 불안해서 쉬는 게 쉬는 거 같겠니.…..”
함께 일한 지 이제 사흘.
워낙 말수도 없고 조용조용한 목소리라 영어에 자신없어서 그런 게 아닌가 해서
오늘은 일부러 계산대에 세워 손님들과 직접 대면시켜 보기도 했었다.
이런 성격, 고맙다는 말조차 하기 어렵고
자기 원하는 바 취하고도 바로 등 돌리고 나가지도 못하는 여린 마음임을 알기에
내 쪽에서 얼른 가라고 등 떠밀어 보냈더니 잠시 후 다시 들어온다.
“뭐 두고 갔니?”
“아뇨…. 제 여권 드리려구요…”
“여권은 왜?”
“아직 직원 등록카드도 작성하지 않았고… “
세금 신고를 해야하는 이 나라에서 직원의 신분증과 비자 번호가 필요하기도 하지만
그 이유보다 서로 전혀 아는 바가 없으니 내가 혹여 불안 할까 해서 주고 싶은 마음인 듯 했다.
큰 돈도 아니고 설사 떼어먹는다 해도 밥 한끼 사주었다 생각하고 말면 될 것을
굳이 그렇게 다시 온 그 마음만으로도 충분해서 다음 주에 복사해 직원카드와 제출하라며 돌려 보냈다.
학교 가기 전 펜을 꺼내려고 계산대 서랍을 열어보니 그냥 가라고 했는데 여권이 들어 있다.
저당물 마냥 마음이 짠해 \'시키지도 않는 짓 하고 갔다\'며 중얼거리는 걸 본 막내직원이
상황을 알려 주려는 듯 한마디 한다.
“아까 그 언니가 두고 가던데요~?”
약간 의문이 들긴 했다.
매주 가불을 해달라거나 빌려 달라 혹은 미리 돈을 받아가던 직원에서부터
이제 입사한 지 사흘된 그 친구는 5개월째 일하고 있는 일식당도 있는데
왜 나한테 돈을 빌려 달라고 할까….
‘왜 꼭 너여야만 하니’
이런 일 생길 때마다 거절하지 못하는 나를 힐난하는 남편의 말이 떠올라
스풀 세살된 막내 직원에게 느닷없이 물었다.
“너, 내가 만만해 보이니?”
\"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본다. ‘
“내가 만만해 보이니? 아니면 돈이 많아 보이니? 말로는 다들 내가 독하게 생겼다고 하면서…”
그제서야 이 친구 내 말귀를 알아듣고 큭큭 웃으며 하는 말….
“아뇨. 인정이 많아 보이죠….”
ㅋㅋ
그게 만만해 보이는 것과 크게 차이가 없다는 걸
넌 아직 모를거다.
그게 또 우리 남편 불만1순위란 걸 걸… …
우문현답에 ㅋㅋ 웃음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