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옥 이맘 때 이지 싶다. 이렇게 쌀쌀함이 묻어나고 하늘의 별 조차 휴무에 들어간 이런 캄캄한 밤.. 제사를 지낸 뒤 친정어머니의 호롱불 불밝임은 항상 나였다. 장손이라 제사가 참 많았던 친정.. 고된시집살이에 한 달에 한 번꼴로 돌아오는 제삿상.. 차려 놓은 제삿상에 절 올릴 장손자가 없어 푸념 하시던 할머니의 일그러진 얼굴.. 그런 제삿상에 절 올릴 사촌오빠들의 모습에 의기양양하시던 작은엄마. 거기서 느껴지는 친정어머니의 쓸쓸함과 초라함.. 그땐 왜 그랬을까? 내가 이렇게 남의 집에 시집오고보니 그 제사 모두를 지금 엄마처럼 차릴려고하였다면 난 지금 여기 이렇게 살고 있었을까? 라는..나 혼자만의 독백과.. 제삿상을 물리고 모두 음복을 하면 어머니는 그 새벽에 음식을 따로 또 준비하신다. (제사는 항상 12시에 차리니 모두 지내고나면 1시정도) 동네 일가 친척에게 골고루 나누어 줄 제사음식이다. 그땐 그랬다. 제사를 모시고나면 꼭 음식을 장만하여 일가친척 이웃사촌에게 그 새벽에 한 다라이 제사음식 머리에 이고는 집집마다 모두 돌리셨다. 제사음식을 가지고 가노라면 친척들은 주무시지도 않았나보다.. 마루에 오래된 백열등이 발갛게 어둠을 거두어내고 빛나고 있다. 아마..우리집 제사음식을 기다리고 계셨나보다. 하긴 먹을게 부족하던 시절이니 그 맛난 기름진냄새가 동네를 진동했으니.. 잠인들 왔겠는가? 동네 그 날 누구집 제사다라고 하면 하루종일 동네가 기름냄새로 진동을 하였으니 괜하게 그런날은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날들이었다. 어떤 날은 엄마의 그 짐이 무거워 보여 내가 한 번 머리에 이고보면 탕국의 뜨거움이 머리 깊숙이 내려 앉는다. 그땐 왜 그리 밤이 어둡고 깊었는지.. 호롱불 든 나를 앞세우고 엄마는 ..<누구네집 가자>라고.. 그리고 .. 부엉이는 왜 그리 구슬피 ..부~~엉..하고 한번씩 울었는지.. 부엉이 소리에 꼭 귀신이 날 잡아 갈것 같아 엄마 옆에 찰싹 달라붙으면 간 졸인 내 마음만큼의 호롱불의 흔들림과 엄마와 딸의 그림자의 흔들림.. 무서움이었다. 일가친척은 왜 그리도 많았는지.. 엄마와 그렇게 그 밤을 제사음식 돌리는 것으로 날밤을 샌 기억~ 아침에는 일어나지도 못하고 해가 중천에 떠 일어나면 엄마는 그 새 그 모든 뒷치닥거리를 거두어 들이시고 언제 우리집 무슨 일 있었냐라는 그런 날들~~ 엄만 힘들었지만 우리들은 기름진 음식을 배 부르게 먹었던 내 유년.. 마흔을 훨씬 넘긴 엄마의 그때 나이가 되고보니 괜하게 그런 날들이.. 아니..그런 고소한 참기름 냄새나는 갖은 나물들과 전들이 먹고 싶음이다. 아니..아니..그때 그 제삿밥의 비빔밥이 먹고 싶음이다. 갖은 나물에 제사상에 오른 고봉 밥 한 그릇을 부어서 탕국을 넣어 비벼 먹던 제삿밥. 좋은것인지 나쁜것인지.. 시집에선 아버님께서 막내가 되다보니 우리는 제사를 모시지 않는다. 한번씩 제삿밥이 너무 먹고 싶었다. 그래서 이렇게 바람 은근하게 불어주고 쌀쌀한 저녁에 옛날을 추억하면서 헛제삿밥이지만 그때가 생각나고 마음 스산하여 난 헛제삿밥을 만들었다. 울 친정엄마의 그때 그 마음과는 정 반대인 마음을 담아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