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이다.
며칠전부터 고민했다. 무엇을 드려야 하나...
아마도 이 고민은 학창시절 이후 처음 하는 것 같다.
언제인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나도 스승의 날에는 선물을 준비했었다.
백화점에서 산 손수건 같은 것들이었는데 그것을 드리고 나서도 내내 마음을 졸였다.
이런 약소한 것을 받으시고 속으로 비웃으시지는 않을까?
그때는 그랬던 것 같다.
스승의 날은 당연히 교탁위가 선물로 가득차야했고 공공연하게 드러내지는 않아도
많은 어머니들이 성의를 표시했었기에 내가 준비한 약소한 선물이 늘 부끄러웠다.
고등학교때 좋아하던 국어선생님께는 용기를 내어 선물을 드리러 교무실까지 갔었다.
부끄럽긴 했지만 이전의 부끄러움과는 다른 것이었다.
좋아하는 선생님이었기에 쑥스럽고 부끄러웠지 선물이 부끄럽지는 않았다.
다른 선생님은 몰라도 이 선생님만큼은 내 선물을 마음으로 받아주시리라 믿었기 때문에...
그런데 20여년이 훌쩍 지난 지금
나는 울 둥이들의 어린이집 선생님에 대한 선물을 고민하고 있다.
남들은 이게 무슨 고민거리냐고 하지만 요즘은 분위기가 달라서
너무 큰 선물도 안되고 그렇다고 그냥 지나치자니 어딘가 찝찝하다.
며칠전 어버이날 둥이녀석들이 색종이로 카네이션을 만들어 왔다.
어린이집 선생님과 함께 만들었다고 하는데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둥이들 낳고 키우는 3년이라는 시간동안 얼마나 힘들었던가
남몰래 흘린 눈물이 또 얼마였던가
그런 아이들이 어느새 훌쩍 커서 어버이날이라고 카네이션을 만들었다.
어린이집 교육커리큐럼으로 만들었겠지만 그래도 그분들 있었기에
지금의 이 행복한 순간을 느끼고 있는 것이리라
아이들을 돌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나의 일을 대신해 준다고 과언이 아니다.
그들은 우리 아이들에게 제 2의 엄마이자 선생님인 것이다.
직장생활 하면서 시간이란 게 정말 귀한 것이라서 남을 위해
뭔가 손으로 하는 것은 엄두도 못내던 내가 어제부터 색종이를 접었다.
인터넷으로 접는 법을 찾았는데 예쁜 종이를 찾기 힘들어서
변형을 해야 해서 좀 힘들긴 했지만 결국 만들었다.
아이들은 옆에서 재료를 뒤지고 어질러 놓는라 정신없었지만 마지막 글씨 쓰는 것을 같이 했다.
\"얘들아, 선생님께 이 카드 꼭 드리고 고맙습니다 해야된다\"
둘은 동시에 \"네~\"를 외친다.
대답은 하는데 제대로 전달은 해드리려나..
아이들 돌보느라 힘든 하루를 차 한잔하시면서 피로를 푸시라고
허브차를 선물로 넣어드렸다.
정말로 선생님에 대한 지금의 마음은 우리 아이들의 마음이라기 보다도
엄마인 내 마음이라고 말하고 싶다.
\'가르쳐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