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 귀, 막창, 곱창, 생선 눈, 알, 닭발, 꼬리…
내가 좋아하는 고기와 생선의 부위들이다.
생선이 어두일미(魚 頭 一味)라면
동물은 가장 많이 움직이는 부위가 가장 맛있다.
그래서 여름내 파리 떼를 쫓느라 분주했던 소꼬리가 앞 다리의 맛과 견주고
산후 보양식과 관절염, 빈혈, 당뇨, 노인들이 보양식으로 그 맛과 영양이 최고이겠고.
해마다 5월 9일경에 있는 ‘마더스 데이’, 즉 어머니날인 이 나라에서
내가 빼 놓지 않고 찾는 분이 도자기 선생님이다.
식당에서 도가니 수육을 먹고 선샘댁으로 가서
직접 빚은 도자기 잔에, 직접 빚은 막걸리를 한 사발 놓고
안주감을 찾는 사모님께 선생님이 뭘 내 놓으라고 하시자 사모님이 힐끗 우릴 보신다.
‘에이, 젊은 사람들이 뭘 먹겠어?’
이미 말이 나왔는데 꺼내 놓지 않으면 오해 받기 딱이다.
맛있는 부위이긴 한데.... 말끝을 흐리시는 선생님.
\"아하! 고기인데 맛있는 부위면 혀? 아님 귀때기? 어디? 어디 있어요?”
반가워서 숨넘어가는 내 목소리에
만지기도 징그러운 듯 사모님이 집게 손가락으로 꺼내놓으신 건
종이처럼 얇은 돼지 껍데기와 혀다.
벌떡 일어나 프라이팬에 물 자작작하게 붓고 껍데기를 썰어 넣은 다음
통마늘, 양파, 후추, 굵은 소금 뿌려 달달 볶은 후 고추가루 살짝 뿌려서 한 접시….
고추장에 마늘과 다진파, 청양고추를 썰어 넣고 약간의 꿀을 첨가해 샛빨간 매운 고추장 볶음 한 접시….
혀는 굵은 소금으로 싹싹 비벼 씻은 다음 냄비에 물 붓고 절반 자른 양파와 통마늘, 굵은 소금
커피 약간을 넣어 푹 삶아서 한 접시….
남편은 의미심장한 미소만 짓고 있다.
‘저게 저 여자의 본색입니다. 선생님....’
고자질을 담고....
캬~
투박하게 구운 도자기 잔에 한 잔 가득 찰랑대는 막걸리와 입안에서 황금비율로 어울리는 맛..
돼지 혓바닥에 껍데기 고추장 볶음이
내 혀 위에서 미뢰를 자극하며 살살 녹는다 녹아…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마트에 들러 돼지 혀 세개 한 세트를 샀다.
삶으려고 꺼냈더니
하필 뾰족한 혀끝이 살아 있는 것 마냥 위로 치켜 올려져 있는 게
목매달아 죽은 머시기같은 .... 상상이 .....
하지만 굵은 소금으로 쓱쓱비벼 씻고
통마늘에 대파와 양파, 조선된장과 커피 조금 넣어 삶아 두고 잤다.
아침에 눈뜨자 말자 주방으로 나가는 내 뒷통수에 대고 남편이 소릴 지른다.
“난 안 먹는다~` 살 때부터 안 먹는다고 했찌!~ 먹으라고 하지 마~~ 알았지!! 알았찌~~~~”
알긴 개뿔~ 없어서 못먹는데
잘 익었나.. 두껑을 열었다.
이 놈들도 살아 생전 거짓말을 어지간히 많이 했던 걸까.
혓바닥 세 개가 전부 끝을 치켜 올려 국물 위로 뾰족하게 나와 있는게 아닌가.
중량이 무거운 부위가 아래로 가고 가벼운 혀 끝 부위가 위로 올라온 물리적인 현상일 뿐인데
남정네가 하두 기겁을 하니 괜히 나도 먹기가 좀 찜찜해 아침엔 일단 덮어 두었다.
점심시간 끝나기 무섭게 집으로 달려와
하늘로 치켜 올라 간 혀 끝을 ‘탁’ 잘라 버리고
얇게 썰어 식탁에 앉아 혼자 먹고 있으려니
귀곡산장 ‘제시카’가 된 듯하다.
역시
동물은 가장 많이 움직이는부위가 가장 맛있군... 음.....나만큼 수다쟁이 였던가 물불 가리지 않고 먹이를 먹느라 많이 움직인 탓인지
그 이유는 내 알 바 없고
혀 끝에 느껴지는 혀 맛은 가히 일품이다.
그리고 문득
누군가 나를 잡아 먹는다면,
내 몸에서 가장 맛있는 부위는 혀 끝이 아니라
열심히 숨 쉰 콧구멍이길 .... 바라며
내일부터 수다를 줄이기로 했다.
아직 한 개가 남았다. 먹고 싶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