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옆집 살던 지인의 전화를 받았다.
연락을 안하고 산 지도 오래됐고, 환경이 달라져서 연락을 하기도 쑥스럽다고 생각했었는데...
그이의 전화를 받고 나니 기분이 좋아진다.
담벼락이 붙어 있어서 아이들 학교 보내고 나면
커피도 마시고 맛있는 것도 해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다.
나이가 동갑이라 얘깃거리도 더 많았고 편한 친구같은 사이였는데,
사는 모습이 달라지고...
무엇보다도 내가 멀리 이사를 오게 되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사이가 되니 잊혀졌다.
그렇게 잊고 살았다.
내게 베풀어 줬던 고마움도 기억속으로만 남겨뒸었다.
그런데, 바뀐 내 번호를 알아내서 연락을 한거다.
내 아이들 걱정이며, 나 사는 모습을 염려해 주는 그이의 따뜻한 목소리가 고맙고 반갑다.
오래 묵은 술이나 오래된 친구가 깊은 맛이 있다더니...
최근에 알게 되서 형식적인 인사나 하며 지내는 사람들은 연락을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일 정도로 친해 지기가 힘이 든다.
나 사는 처지에 어울릴만한 사람 찾기도 힘들고,
동일한 얘깃거리를 나눌만한 사람도 찾기 힘들고...
그저 간단한 안부 인사가 전부이고, 고개짓 인사가 전부였다.
사는 모양새에 따라, 경제적인 수준에 따라 친구관계도 이뤄지는 것 같다.
어릴 적 친구들도 그렇고,
10여년간 모임을 만들어서 만났던 고등학교 동창들도 그렇고,
예전에 다녔던 교회 사람들도 그렇다.
생활 수준이 달라지니 관계 유지도 어려워진다.
그들과 나눌 얘깃거리가 없어진다.
만날 기회도 없어지고,
저장해 두었던 전화번호 목록에서도 없어졌다.
그렇게 하나 둘 씩 잊고 살았다.
그런 나를 7년 전 옆집 엄마가 기억해 준거다.
그저 고맙고 반가울 밖에...
나이를 먹을 수록 오래전 기억은 선명해지고,
현재의 기억은 오래 두고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다.
요즘은 나도 나이를 먹어가고 있나보다.
자꾸 예전 것들이 그리워지고,
옛날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니 말이다.
오늘 내게 즐거웠던 한 때의 추억을 되살려 준 그이를 오래 도록 간직해야겠다.
더 깊은 맛이 우러나는 정감있는 술맛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