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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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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가도~


BY 오월 2010-05-03

달빛에 보니 모내기 하기 위해 물 가둔  논이 제 눈에는

바다 같았습니다.

찔레꽃 날려 하얗게 뜨고

짝찾는 개구리 세레나데 요란하던 밤

군데군데 이팝꽃 유령처럼 서 있고

아카시아 향 은은하던 밤

 

40을 훌쩍 넘겨 공부를 시작한 아내를

야학앞에서 기다리며 나오면 먹이려고 손에 꼭 쥔

야쿠르트 한 병

한 겨울에는 차를 덥혀 기다리고

한 여름에는 운동복을 입고 달려왔었지요

 

사람이 다니는 길은 둘이서 걸어오다.

사람이 다니지 않는 논둑길에서는

두 사람은 하나가 되어 걸었었지요

 

손톱만 하다고 표현했던 당신

그것도 새끼손톱만 하다고 ㅎㅎㅎㅎ

작은 아내가 낮에는 사무실에서 일하고 살림살고

밤이면 공부 하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등에 업고 조심조심 논둑길을 걸어 집에 가던 날

난 흐르는 눈물이 당신등에 떨어질까

자꾸만 고개를 뒤로 젖히니

 

그러면 업기가 불편하다고 투덜대던 당신.

하늘에 뜬 달님이 구름사이로 너무 빠르게 지나기에

달 보기 위해 하늘을 본다고 말하며 나는

울었었지요  25년 한결같은 모습으로

날 보는 당신

산 벚꽃이 그날처럼 군데군데 유령처럼 너울 거립니다

내가 받은 사랑보다 더 많이 훨 많이

베풀고 살렵니다.

사랑은 이런 것이다

말 없이 보여주는 당신 사랑합니다.

참 고맙고 가여운 사람 오래도록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