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에 보니 모내기 하기 위해 물 가둔 논이 제 눈에는
바다 같았습니다.
찔레꽃 날려 하얗게 뜨고
짝찾는 개구리 세레나데 요란하던 밤
군데군데 이팝꽃 유령처럼 서 있고
아카시아 향 은은하던 밤
40을 훌쩍 넘겨 공부를 시작한 아내를
야학앞에서 기다리며 나오면 먹이려고 손에 꼭 쥔
야쿠르트 한 병
한 겨울에는 차를 덥혀 기다리고
한 여름에는 운동복을 입고 달려왔었지요
사람이 다니는 길은 둘이서 걸어오다.
사람이 다니지 않는 논둑길에서는
두 사람은 하나가 되어 걸었었지요
손톱만 하다고 표현했던 당신
그것도 새끼손톱만 하다고 ㅎㅎㅎㅎ
작은 아내가 낮에는 사무실에서 일하고 살림살고
밤이면 공부 하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등에 업고 조심조심 논둑길을 걸어 집에 가던 날
난 흐르는 눈물이 당신등에 떨어질까
자꾸만 고개를 뒤로 젖히니
그러면 업기가 불편하다고 투덜대던 당신.
하늘에 뜬 달님이 구름사이로 너무 빠르게 지나기에
달 보기 위해 하늘을 본다고 말하며 나는
울었었지요 25년 한결같은 모습으로
날 보는 당신
산 벚꽃이 그날처럼 군데군데 유령처럼 너울 거립니다
내가 받은 사랑보다 더 많이 훨 많이
베풀고 살렵니다.
사랑은 이런 것이다
말 없이 보여주는 당신 사랑합니다.
참 고맙고 가여운 사람 오래도록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