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연하 커플이 대세다.
김보연은 11세 연하의 남편과 살고, 김가연은 8살 연하와 열애 중이라 한다.
남자 연예인들은 경쟁이라도 하듯 젊은 여자들과 결혼하고, 10년은 기본이고
20년 가까운 차이가 나도 대수롭지 않은듯 잘살고 있는데 여자라고 그리 못하겠는가
난 남편이 주민등록상 2살 적다. 그래서 내 앞에서 은근히 젊음을 과시한다.
낼모레면 난 40대지만 자기는 아직 30대라고...
결혼 초에는 솔직히 내 체력이 딸렸다.
하지만,몇 년이 흐른 지금 상황은 역전이 되었다.
난 아직 왕성한 30대 후반의 여자이고 남편은 야근과 스트레스에 노출된 탓인지
아니면 세월이 비켜가지 못한 탓인지 점점 약해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난 이 부분을 너무나도 잘 이해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회사에 입사한지 몇 년안되었을 때 집근처에 사는 여자 대리님과 친하게 지냈다.
성격이 호탕하고 쾌활하여 남자 직장상사와도 스스럼없이 잘 통하는 분이었기에
옆팀의 차장님과도 같이 회식자리를 같이하게 되었다.
그 차장님은 평소 회사에서도 똑똑하기로 유명하였고 회사에서도 브레인의
위치에 있을뿐 아니라 능력을 인정받고 계시던 터였다.
자리가 무르익어가자 차장님은 그 여자 대리님에게 속내를 이야기 했다.
몇 년동안 부전이 되어 부인과 합방을 못했고 입사동기 J차장님과 함께
두 분이 손잡고 병원가기로 하셨다는 이야기였다.
회사에서의 스트레스가 원인일 거라는 추측이었다.
나는 미혼이었기에 놀라기도 했고 그 자리에 있어야하나 계속 좌불안석이었지만
어차피 존재감이 없다는 것에 안심하고 그냥 꾹 참았다.
그로부터 몇 년뒤 공교롭게도 J차장님은 우리와 업무적으로 유관한 팀에 오셨다.
함께 회의를 자주 하게 되었고 많이 친해졌다.
특히 나의 진로에 대해서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고, 생각이나 사고의 깊이를
한번 더 고민하게끔 도움을 많이 주셨기에 마음속으로 늘 감사히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늘상 맘에 걸리는 것은 일도 열심히 하시는 것도 좋고
회사에서 인정을 받는것은 좋지만 가정에서도 행복하셔야 할텐데라는 걱정이었다.
그 분들은 그때는 나를 몰랐기에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기절초풍하시겠지만...
그런데 어느날 우연히 저녁을 함께 먹는 자리에서 J차장님이 한가지 고민이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
나는 순간 심장이 멎는듯 했다. 뭔가 마음속에 감추어둔 이야기를 하시는게
아닐까?
요즘들어 부쩍 4층을 자주 가시게 된다 하셨다.
왜...요?
마음속에 설레임을 느끼게 하는 누군가가 있어.
이런 마음을 어찌해야 할지...그렇다고 어찌할수도 없어 그저 마음으로만 이러고 있네.
4층에 누구신지 말씀해주시면 안되나요?
그것까지는 도저히 말해줄 수 없네. 그냥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만 말하네.
내 머릿속에는 4층에 있는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여자 상사들의 이미지가
슬라이드처럼 지나가고 있었다.
그러다가 하나의 실루엣에 정지되었다.
단발머리에 하얀피부,단아한 원피스,실크 스카프와 트렌치코트를 즐겨입던,
언제나 차분한 듯 우아한 미소의 그 여인,탤런트 전인화를 떠오르게 하던 그 분...
가정이 있는 남자의 마음을 설레게 할 사람은 그 분 말고는 떠오르지가 않았다.
아무리 머리를 굴리고 연구해보아도 다른 여자분들에게서는 그 분을 반하게 할
만한 매력을 찾을 수 없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갖은 머리를 굴려봤지만, 그 분이 점점 더 또렷하게 다가왔고
그 분을 그리워하는 J차장님의 모습이 한편의 영화처럼 선명하게 나타나는 것이었다.
몸은 굳었어도 마음은 식지 않는다.
이건 남자도 마찬가지인 거다.
남자들의 바람이야 다 아는 거지만, 그 분의 경우 생리적인 욕구에 나온 것이
아님을 알고 있기에 조금 애틋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 분의 성품으로 보아 마음속으로만 품었지 별다른 일은 없었을 거라는 게
확실하지만 가끔은 궁금하다.
하지만 그 이후로 그 일에 대해서 물어본 적도 없고 그럴 이야기를 나눌 기회도
갖지 못했다. 그러기엔 회사라는 조직에 속해 있는 우리들의 일상은 너무나
치열하고 긴박하고 피곤했으니까.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얼마인지 알고 있기에 그래서 내 남편은 절대로
바람피울 체력이 못될거라 안심하지만,
문득 어느날 가슴을 설레게 하는 여자가 생겼다고 말한다면 나는 어찌할 것인가
이해하지 못할 부분이란 이런 거다.
그런 일이 생기더라도 그냥 가슴에 묻고 평생 말 안하고 살아주었으면 하고
바래야하겠지.
우리 주변에는 40대가 되어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누군가에게 설렘을 안겨줄
수 있는 여자가 있다. 분명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