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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환마마보다 무서운


BY 봉자 2010-04-12

봉자는 매년 봄이 오면 앓는다.

유사 이래 대한민국에 창궐하고 있는

일명 \"프로젝트 몸 만들기\" 병이다.

뭐 건 유행 타는 것은 안 좋아해도

요놈의 돌림병은 못 막는 게 봉자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듣보잡이 다이어트 식품보다는 운동을 더 쳐주는 관계로

그동안 보란듯이 봉자가 손댄 운동은 올림픽 종목에  버금간다.

 

기본 달리기서부터 아령, 실내사이클, 훌라후프, 줄넘기, 동네 한 바퀴,  앞산 오르기...등등

오늘 못 하면 내일하자는 정신줄에

음주가무 약속은 철저히 지키다보니

눈꼽만큼도 효과는 없었다.

 

올해는  사흘 밤낮 남편을 졸라 몸이 기똥차게 잘 빠진 트레이너 한 명을 고용했다.

물론 봉자를 위한 입주 트레이너다.

사실, 남편은 봉자가 조르는 데 못이기는 척 응했지만

멀쩡한 직립 보행인이 반쯤 굴러다니는 건 더 이상 못 보겠다는

불편한 심경이 더 많이 작용했으리라.

 

처음에 여자와 남자 둘 중 한 명을 선택하라고 해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남자를 골랐다. 고르고 보니 몸매만큼 목소리도 죽인다. 

급여는 봉자 비곗살이 다 빠질 때까지로 하여  남편이 깔끔하게 처리했다.

 

하루 이틀...날이 갈 수록 그의 트레이너 정신은 감동적이었다.

근력운동, 요가자세, 유산소운동 등등 

아무리 요령껏해도 뻣뻣한 나무 등걸같은 봉자의 체형이라

좀 황당할만도 한데, 어떻게 하면 자세가 바른 지

또 어떤 부위에 가장 효과를 보는 운동인지 끝까지 나긋나긋하게 설명을 해주는 것이다.

더구나 봉자의 요요현상은 자신의 무한 책임이라며

봉자가 부르면 밤낮 없이 뛰쳐나와  흐트러짐 없는 성실한 자세로 임하는 게 아닌가.

한번은 인간적인 봉자가

\"미안하다. 식사는 제때하고 잠은 제대로 자냐?\"고 물어도 들은 척도 않고 자기 할 말만 하였다.

기분이 살짝 나쁠 뻔 했지만 프로는 역시 다르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쯤해서 사람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살짝 날릴 것이다.

봉자 이거....어젯밤 꾼 꿈이야기 하는 거 아냐?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일생 거짓을 모르고 살았다는 멀쩡한 거짓말은 못하지만

적어도 이 상황에 거짓은 없다.

현실 속 있는 그대로 임을 강조하지만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람들이 재차 물을 것이다.

요즘 구멍가게 벌이가 그리 쎄냐고...

 

어제 밤에 꾼 꿈도 아니요, 구멍가게 벌이가 쎄진 것도 아니지만

문제는 그닥 없는 것 같다.

왜냐...

카드 한 장, 무이자 6개월로 해결되는

\"닌텐도 위 핏~ \" 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모니터 속 트레이너 구령에 맞춰 \'헛둘 헛둘\' 깨춤을 추고 있는데 

이 병도 여름 지나 가을바람이 불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져버린다.

호환마마보다 더 무서운 식욕의 계절이 올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