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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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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사지걸


BY 카라 2010-04-06

알로에가 동안피부에 좋다는 말이 있어서 마트에 가서 알로에 한잎을 샀다.

갈아서 밀가루에 개어 거즈를 깔고 얼굴에 얹었다.

침대에 누워있으니 피부관리실에 와서 받는듯 편안했다.

아! 얼마만이던가..이런 느낌!

잘나가던 미스시절엔 고가의 피부관리실도 여럿 다녔건만

애낳느라 쳐진피부 응급처치가 시급해도 이제는 갈수가 없다.

집에서라도 내가 할수 있는 시간을 얻은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인지...

물로 씻고 나니 정말 피부가 뽀송뽀송하다.

돈 안들이고도 이렇게 큰 효과를 보다니..정말 이 방법 강추다.

오후에 친정엄마 오셨다.

“엄마, 내 오늘 피부관리 해줄게 이리 누우셔.”

귀찮다고 싫어하실 줄 알았는데 엄마 반응이 뜻밖이다

“그래? 그럼 나도 한번 해볼까”

엄마도 1시간 정도 얼굴에 붙이고 쉬셨다.

세수하고 나시니 역시 효과 만점이다.

얼굴이 탱탱 뽀사시~ 이거 이거 동네 아줌마들 다불러다 마사지 잔치할까?


그러고 보니 마사지에 얽힌 기억이 하나 있다.

20대 중후반이었던가? 그날은 일요일이라 집에서 쉬고 있었다.

마땅히 할일도 없고 해서 팩마사지를 얼굴에 붙이고 책을 보고 있었다.

밖에서 딩동 벨누르는 소리가 난다.

얼굴에 팩 붙인지 얼마 안돼서 떼기가 아까워 그냥 문을 열었다.

문을 열고 보니 웬 고등학생 남자애가 모금함을 들고 있었다.

“누구니?”

“저..모금하러 왔는데요.”

불우이웃돕기려니 싶어 지갑에서 천원짜리 한 장을 꺼내어 넣으려는 순간

“근데 무슨 모금함이니?”

아이는 조금 망설이더니 대뜸

“저..저를 위한 모금함인데요.”

“뭐? 뭣?!”

난 순간 너무 놀라 얼굴에 붙인 팩을 뗐다.

“너를 위한 모금함이라고? 그게 무슨 소리니?”

“사실은 제가 아이맥스에서 하는 영화가 너무 보고 싶은데요

 그 영화를 볼 돈이 없어서 저를 위해서 모금을 하고 있어요“

아무렇치도 않은듯 자기를 위한 모금을 한다고 하니 어이가 없었다.

아이의 맥랑함은 눈빛에서도 반짝반짝 빛났다.

모금함을 들여다보니 지폐 몇장과 동전이 들어있었다.

“저기...내가 해주고 싶은 말이 있는데..

 모금함은 우리보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데 사용해야 한단다.

 사람들은 네가 불우이웃돕기를 하는줄 알고 다들 돈을 넣었을텐데

 네가 영화보기 위해서 이런 행동을 한다면

정말 선한 마음에서 모금하는 사람들은 어찌되겠니?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다고 사람들이 믿게 되면 정말 불우이웃을

도우려는 사람들은 더 이상 모금을 할수 없게 되잖아“

아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아...그 생각을 제가 못했네요. 전 그냥 제가 보고싶어서 한건데...”

“이 모금함의 돈은 사람들한테 모두 돌려주었으면 해.

 그리고 정말 네가 영화를 보고 싶다면 그 돈은 내가 줄테니까 언제든 찾아와“

아이는 그 말을 듣자마자 모금함을 그 자리에서 부수었다

“예,알겠습니다. 이 돈 모두 돌려줄께요.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거 깨닫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이는 밝게 웃으며 뛰어갔다.

난 속으로 참 재미있는 아이구나 싶어서 방안에 돌아와서 다시 팩을 붙였다.

그러고 보니 나도 참...아무리 팩이 아까와도 그렇지 이걸 붙이고 문을 열다니...

그러면서 한편으론 그 아이가 영화가 보고 싶어 다시 찾아올게 될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문틈에 편지 한 장이 꽂혀 있었다.

겉봉투에 ‘존 레논이 오노 요코에게’라고 적혀 있고

편지를 열어보니 첫 구절이 ‘모금보이가 맛사지걸에게’라고 되어 있다

아..그때 그 고등학생이구나 싶어 웃음이 났다.

그 밑으로는 난생 처음보는 시들이 죽 적혀 있었다.

사랑에 관한 노래와 싯구들을 여기저기서 인용해서 모두 적어놓았는데

왜 이런 걸 썼는지 처음에는 잘 이해가되지 않았다.

마지막에 ‘모금보이가 부르는 사랑의 노래소리는 아이맥스의 영화와 함께

울려퍼집니다~‘라고 되어 있었다.

편지를 다 읽고 나서야 파악을 했다.

어린 눔이 이모뻘이나 되는 누나를 넘보다니..하하하


그 후에 또 편지가 왔다.

이번에는 주인집 할머니가 건네주신다.

“박양! 혹시 이 동네 아는 고등학생애 있수?”

“예? 아니 왜요?”

“아 글쎄,내가 집에 들어오려니까 어떤 눔이 우리집 대문을 기웃거리지

않겠수? 뭔 일이냐 하니까 이 쪽지를 후딱 던져놓고 도망가 버리데.“

“아.그래요? 저 건너편 사는 애인데 우연히 알게되서요. 착한 애더라구요“


난 혹시나 그 아이를 만나면 편지에 대해서 물어보고도 싶고

어떤 아이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또 영화를 보러 가라고 돈도 주고 싶었는데

할머니 때문에 놀랐는지 아님 다른 이유때문인지 그 뒤로는 연락이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답장을 할수도 없는 노릇이고...

맛사지걸이 모금보이에게 답장을 쓴다면 어떤 내용을 담아야할까?

하지만 가끔 그때 일을 떠올리면 한편의 동화를 본 것 같아 웃음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