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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일 만우절을 \'앳지\'있게 ^^


BY *콜라* 2010-04-02

4월1일, 돈 한푼 들이지 않고 속여서 즐겁고 속아서 즐거운 만우절은 

거짓말로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 수 있고, 웃음이 줄어든 어른들에게 간단히 웃음을 줄 수 있어 절대 배놓지 않는 콜라만의 연례 행사일이다.  

 

캐나다는 성금요일인 2일부터 부활절을 포함한 5일 연휴에다 개인 휴가를 내서 여행가는 사람들로 도시가 텅 빈다. 그래서 재료 준비 하지 않고 랄라룰루 놀다가 갑자기 몰아닥친 손님들 쓰나미에 혼이 빠져서 그만, 평생 한 번의 기회인2010년 4월1일 이 소중한 Day~를 깜빡 지나칠 뻔 했다이 뭔 의미인가. 반전이 있단 야그.

 

샤워하고 영화 한 편 즐기고 잠짜리에 들기 전, 쨘~ 만우절이란 게 생각 났다.

아우~~~~~~~~~~~~~~~~~~~ (여우 기지개 키는 소리)

 

시계는 12를 향해가고, 급한 마음에 일단 명단 작성에 들어갔다. 어찌나 급한 지 손이 떨린다1분이라도 빨리 전화를 걸어야 하는데 직장다닐 땐 허구한날 만나서 노닥거리던 사람들 이름이 갑자기 생각이 안 난다. 치매초기 증상인가? 요새 눈도 좀 침침하긴 하다.

 

1.김*홍

2.정*창

3.정*원

4.이*우

5.주*옥

6.이*연

7.손*기

8.김*경

9.유*섭 사장님

10.강*옥 사장님

 

명단 작성 완료. 아쉽지만 10명으로 마감이다.

 

콜라: 여보세요.... 선생님 밤 늦게 죄송해요. 넘 급해서요.  제가.... 내일....

: 낼 머?

 

거짓말에도 순서가 있는 법, 연장자 순으로 전화를 걸었다. 

먼저 *홍 선생님..

 

콜라: 한국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인사도 몬하고 가는 것을 용서하옵시고....

: 언제 와?

: 아마 몇 년 간 못 뵐 듯 해서 ....

: 집은 어떻게 하고? 신랑은?

: 신랑은 두고 저 혼자 갑니다. 울 실랑 가끔 밥 좀 먹여주실거죠?

:...........................

 

(말이 없다. 홍선생님 침묵의 무게가 지금 만나면 다리 몽댕이 분질러서라도 주저 앉힐 듯하다. 아마도 이 여편네가 성질 더럽지만 남자들하곤 어지간히 잘 어울리더니 드디어 바람나서 이혼하려나 보다.... 등의 말로 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그런 감정선이 전화선을 타고 흘러왔다.)

 

, 빨랑 수습해야 하는데 분위기가 점점 이상하게 흘러가서 웃으려고 꼬집어 달랬다가 우는 분위기로 가고 있다. 이쯤에서 \'우헤헤~ 선샘!! 만우절이지롱!\' 해야 하는데, 그쪽 침묵이 어찌나 깊던지 쉽게 말이 안 나오고 진짜로 답답해진다.

 

어렵게 그쪽에서 먼저 입을 뗐다.

 

\"다시 생각하지 그래....\"

뭘요?

\"사람이 살다 보면 좋을 때만 없는 겨.... 젊은 사람이 떨어져 살면 긋두 안될 일이구....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고 정이 없어지는 겨....\"

 

타이밍이란 거 참 중요하다. 한번 놓치면 걷잡을 수 없이 삼천포로 빠졌다가 광주 찍고 서울로 돌아오니, 대전쯤에서 정차를 해야 했다. 조그만 목소리로 ...

 

\"선생님~~~~~~~~~ 오늘 …… 41......\"

알아 1일이야 1. 어흐? 41??

 

뭐라뭐라 이어지는 고합소리가 들렸지만 후딱 끊었다. 욕 먹으려고 수화기 들고 대기하는 바보가 어딨어

 

두 번째 세 번째.......전화를 받지 않는다. , 이러면 시나리오가 달라지는데....

볼일 보러 나간 남편에게도 전화를 했다. 그래도 남편에겐 희망을 주는 거짓말을 하고 싶었다.

 

\"자기, 자기가 젤 사고 싶어 했던 그 아파트 있쥐?\"

\"산꼭대기 있던 거?

\"웅.  산과 바다가 거실에서 한 눈에 좌악~ 펼쳐지던 그 아파트 말야... 그거 내가 오늘 계약하고 왔어

뭐어????????? 넌 나한테 말도 안하고 니 맘대로 맨날 사고만 치네..... 계약서는 잘 읽어 봤어? 영어로 된 거 잘 모를텐데 어떻게 했어~ ? %^&*&*##%^^\"

 

이런, 결혼할 때 1100만원 달랑 있던 남자랑 살면서 재테크해서 내가 불린 재산이 얼만데 마누라를 뭘로 보는 겨. 영어 한마디 못해도 주차장, 헬스 클럽 환불, 네비게이션 AS, 보험료 정산 ......... 도대체 내가 해결 못한 게 뭐야 따지고 싶은데, 이번엔 저쪽에서 자기 할말 다하고 전화가 뚝끊긴다.

에이~~~~~~~~~~~~~ CCCCCC!!!

 

퇴근할 때까지 기다렸다. 현관문 열리는 소리에도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독설을 퍼부었다.

 

돈이 그렇게 중요해? 마누라를 천치 바보로 아는 거야 뭐야. 한국서 아파트 사면 법무사 안 맡기고 등기하던 나다. 영어 좀 못한다고 무조건 소리부터 지르고.. 오늘 만우절이라 재미로 했더니 속 다 보인다 보여..

 

옷도 안 벗고 째려보던 그. 그제서야 사태 파악완료하고 웃음을 참느라 입술이 떨리는 게 보이지만 모른 척 했다. 그리고 속으로 욕했다. 나쁜 X.

그런데 8번이 끝내 연락이 되질 않는다.

 

\"자기, 8번 안동댁이 아직 연락도 안되고 에이 올해는 틀렸나 봐\"

투덜대는 내 말에 힐끗 시계를 보던 그

\"~ 아직 5분전이야. 1일 끝나려면 5분 남았어...\"

 

~

격려에 힘입은 콜라, 삑삑삑삑 손꾸락 휘날리게 전화 버튼을 눌렀다. , 그런데 또 안 받는다. 시계는 11시 57.... 절망이다. 희망이 없다 이젠... 포기하려는데 전화 벨이 울린다.

 

띠리리 띠리리리~

이 시간....분명 나와 같은 꿍꿍이 품은 인간일 거란 짐작에 목소리부터 쫘악 깔았다.

 

\"여보쇼!\"

\"으응... .. 콜라네  .... ... 일이 야???\"

ㅋㅋ

8번이다. 나의 기대를 저 버리지 않은 8번 안동댁. 잠자다 깨어난 목소리다.

 

\"제가... 낼 한국 가야 해서.... 인사를 드릴 시간이 지금 밖에 없어서....우리 남편이 그동안 고마웠다고 저희 아파트를 딱 절반 값에 드린다고 말씀드리라 해서....\"

\"???? \"

자다가 깨서 얼마나 황당하고 놀랐으면, \"도 아니고 \'에? 애?\'란다.

공짜로 주는 것도 아니고 사라는 게 맘에 안 드는 걸까? ㅋㅋ

 

\"안녕히 주무세요. 12, 만우절이 끝나서 이만~\"

 

비명을 지르며 또 뭐라고 하는데 끊었다. 이제 만나면 죽이려고 덤빌 지도 모른다. 혹여 이후 콜라가 안 보이거든 저기 8번 안동댁이 유력한 용의자임을 경찰에 제보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