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블로그나 까페가 활성화 되는 요즘,
누구나 이름 대신 갖게 되는 아이디.
한번 짓게 되면 쉽게 바꿀 수도 있지만
켜뮤니티가 형성되고 서로를 인지하게 되면서는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아이디를 짓는데도 상당히 많은 고심을 하게 된다.
아이디는 개인의 브랜드이다.
제품마다 회사는 있지만 이미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브랜드를 사용한다.
잘 만들어낸 브랜드는 상품 본래의 가치보다 더 큰 가치를
지니며, 돈으로 환산하면 그 가치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개인의 아이디는 그 자체의 가치보다는
그것이 주는 이미지와 사용하는 사람이 추구하는
가치관이나 정서가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
나는 현재 약 4개의 아이디를 주로 사용한다.
하지만, 이 중에서 정말 사용하고 싶은 아이디는 2개 정도이다.
왜냐하면 예전에 지은 아이디가 유행을 타서
처음에는 고유했던 이미지가 너무 식상해져버렸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까페나 블로그가 활발해지기 이전에
이것과 비슷한 커뮤니티가 있었다.
바로 신문사에 속해 있는 기자클럽.
신춘문예출신의 글 잘쓰는 기자가 운영하는 그 싸이트는
그 글에 매료되어 찾아온 많은 사람들로 인기가 많았다.
처음엔 기자의 글 때문에 갔지만 나중에는 그곳에 온
사람들의 글을 보러 자주 가게 되었다.
신변잡기부터 전문적인 에세이,영화평론,독서평론,
그림이야기,음악이야기...
세상에 어쩌면 그리도 글을 잘 쓰는지,
그리고 어쩌면 그리도 음악,미술에 대한 지식이 해박한지..
그곳에 가면 온갖 교양서적을 다 읽는 듯하고
또 다양한 문체를 접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하지만, 그 글들 사이로 내 글을 들이미는 것은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책이라곤 청소년 시절에 읽은 게 다였고 너무도 오랫동안
글쓰기와 담을 쌓고 지냈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시간이었다,
직장에서의 업무가 너무 많아 글을 쓸 짬을 낼 수 없었고
독서량이 형편없어 자신감이 없었다.
그래도 용기를 내어 다가가보기로 했다.
그리고 아이디를 고심했는데 내가 즐겨봤던 만화 ‘블루’의
여주인공인 ‘현빈’이란 이름을 쓰기로 했다.
다소 고독하지만,자존심 강하고 내면이 강한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던 나는 스스럼없이 현빈을 사용하게 되었다.
글을 잘 쓰지는 못했지만
처음 나간 오프라인 모임에서 사람들과 친분을 쌓고나서는
글이라기보다는 거의 대화하는 형식으로 커뮤니티에 참여하게 되었다.
마침 여인천하라는 드라마가 한창 인기중이어서
어쩌다보니 현빈은 그 속에서 현빈마마로 불리고 있었다.
그 사이트는 시간이 흘러 기자가 신문사를 관두는 바람에
공중분해가 되었지만, 아직도 간간히 연락하고 지내는 그들 중
일부와는 현빈이라는 아이디를 아직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현빈이라는 탤런트가 뜨고 나서는
더 이상 그 아이디는 고유함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두 번째 아이디는 취미로 하게 된 화실카페에서 사용하게
되었는데, 향기롭고 좋은 이미지를 남기고 싶어서 ‘aroma\'를 생각해냈다.
음..아로마... 처음에는 잘 지었다고 생각했고
또 그 당시에는 그렇게 흔한 아이디가 아니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아로마 요법,아로마치료, 아로마스파가 유행하고
게다가 커피숍도 아로마가 생겼다.
어느날은 우연히 명화를 모사하던 중
그림 속 남녀의 모습이 너무 야하다며
내게 ‘aroma’가 아닌 ‘eroma\'라고 별명을 붙여 준
그 당시에는 뭐도 뭣도 아닌 사이였던 장난꾸러기 남편도 있었다.
아무튼 ‘aroma\'도 식상해져 버린 터라
왜 내가 사용하면 이렇게도 유행을 타게 되는지
아이디를 짓는데도 정말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이곳에서는 ‘카라’를 사용했지만, 처음에는 ‘감나무’를사용할까도 고심했다.
아무래도 오래 사용할 거면 자연물이 낫다 싶어서다.
그런데 카라도 벌써 걸그룹이 사용해서 떠버린 상태이다
그럼에도 이걸 사용하게 된 것은 둥이들 임신중에
기이한 꿈을 꾼적이 있는데 정말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를
풀어나가는 내용이었다.
아무리 찾아다녀도 그것을 찾아내지 못하던 중
어디에선가 그것의 실마리는 ‘카라’에 있다는 소리가 들렸다.
잠에서 깨어난 후 ‘카라’의 꽃말을 찾아보았다.
‘순결,순수’이런 뜻이었다.
별거 아닌거 같은데도 왠지 그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세월을 사는 동안 얼마나 많이 이들에게서 멀리 떨어져 왔던가
또한, 앞으로도 더욱 더 멀어질수도 있을 순결,순수,열정...
사실,감나무에도 나름의 사연이 있지만
지금 사용하기에는 너무 중후한 느낌이 들어 좀 더
세월이 흐른 후에 사용할까 싶다.
모임 때마다 다른 아이디를 사용하면 기억조차 못할 테니
앞으로는 가능하면 1~2개를 쓰고 싶은 게 내 바램이다.
제품의 브랜드를 짓는 것처럼 신중히 고심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지금은 개인의 브랜드 시대가 아닌가?
물론, 내 안의 가치를 찾아 노력해야만 가능한 일이겠지만...
여러분의 아이디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