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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기증 희망 등록증


BY 푸우 2010-04-02

4월엔 기념할 일이 많은 달이다.

 

딸아이 생일도 4월이고,

오빠딸도 4월에 태어났고,

남동생네 아들도 4월에 태어났다.

우리 3남매 모두 4월에 아기를 얻었다.

그리고 또 하나 기억할 일은 내가 장기기증 서약을 한 것도 4월이다.

2008년 4월에 신용카드만한 카드로 된 장기기증 희망 등록증을 받았다.

 

결혼 전 수화 자원봉사를 했고,

이후에도 장애인에 관한 관심을 가지고 살았다.

몇년 전 장애인 도서관 사무장일을 댓가없이 봐준적이 있다.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교수님도 장애인이다.

그들을 보면서 느끼는 건..

장애를 가진 사람은 당사자 한사람 이지만, 그 고통은 가족들 모두라는 것이다.

 

아들아이가 아파서 삼성의료원에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으러 간다.

그때 마다 난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다른 병원엔 어린 아이들이 감기등의 질병으로 진료를 받으러 오지만,

삼성의료원엔 백혈병이나 소아암 같은 중대 질병으로 진료를 받으러 오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말도 제대로 못하는 아기들이 모자를 쓰고 엄마 품에 안겨있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한편으론 내아이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건...

그냥 죽어 땅에 묻히는 건 너무 아깝다는 거다.

 

썩거나, 태워버리거나...

그렇게 없어질 한 부분으로 인해서 필요한 본인이 새삶을 찾는다면 ..

한 사람을 돕는게 아니라, 그의 가족들까지 모두 돕게 되는 거다.

그 고퉁을 함께 해야 할 주변사람들의 남은 생을 시간으로 친다면

돈으로도 계산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소득이 되는 거다.

없어질 내 몸 하나로 인해서..

 

장기 기증을 하기위해 삼성의료원 간호사한테 물었더니 잘모르겠단다.

일단 지하에 있는 센타에 가서 상담을 해보란다.

제일 구석진 곳에 위치한 장기기증센타를 물어 물어 찾아갔다.

내 딴엔 대견하고 자랑스럽게..

달랑 종이 한 장을 내준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만 쓰면 되는 A4용지 한 장.

좀 어이가 없었다.

귀한 내몸을 주겠다는데 책자도 아니고, 서류뭉치도 아닌 달랑 한 장...

\"그것만 써서 주시면 됩니다.\"

직원의 그 한마디에 대견하고 자랑스럽던 내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졌다.

간단하게 작성하면 되는 내용을 쓰기 위해 난 몇 년을 벼르고 별러서 간 건데...

 

장기기증 서약서를 쓰고,  2주인가 한 달인가 지나서 집으로 우편물이 왔다

카드로 된 등록증과 간단한 안내 블러셔가 들었다.

 

성명

등록번호

기증형태  뇌사/사후(기증형태가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쩝)

등록일자

등록기관

기증희망자 서명

 

지금은 본인이 기증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절차가 진행되지만

그때는 가족들에게 동의를 받아야 절차가 진행이 된다고 했다.

그래서 가족들에게 기증 사실을 미리 알려 두는게 도움이 된다고 적혀 있다.

 

우리남매가 모인 날 카드를 보여 주면서 기증했으니 나중에  무조건 동의하라고 했더니

오빠가 화를 낸다.

\"아무리 이혼하고 혼자라지만 그런 걸 형제들에게 상의도 없이 네맘대로 결정하니??

왠지 찜찜하니까 그거 치워.. 보기 싫다..\"

모두들 어이없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그래도 내가 한 결정이니까  나중에 딴 말 마. 

만약 내가 뇌사상태가 되거들랑 시간 끌지 말고 한사람한테라도 더 도움이 되게 빨리 처리해 줘..\"

황당한 표정들이다.

 

나중에 내 아이들에게도 보여 주며 당부했다.

아이들은 그럴 수 없단다.

\" 나중에 엄마 보고 싶으면 무덤이라도 있어야 찾아가지... \"

\"엄마 보고 싶어지면..  엄마가 여러 사람 도왔다는 것만 생각해줘.  일 당 백은 안될 지언정...\"

\"그런데,  엄마 맨날 아프다면서 쓸만한 장기가 남아 있기나 하겠어??\"

이런...

그래서 건강 검진도 받고, 운동도 열심히 했다

줄려면 제대로 된 걸 줘야 할 거 아닌가....^^*

 

 

여기저기 아픈 데도 많고,  나이도  들겠지만..

그래도 쓸 만한 부분이 있겠지..

 

장기기증 희망 등록증을 볼 때 마다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