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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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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려서 울적한지.. 울적해서 비가 느껴지는지..


BY 푸우 2010-03-31

괜시리 울적한 날.

이런날은 잊고 있었던 지난 일들이 마치 한편의 영화처럼 머릿속을 휘감는다.

이혼...

벌써 까마득한 일인데, 아직도 내 발목을 붙잡고 늘어진다.

요즘 TV 드라마 마다 이혼녀 이야기 일색이다.

혼자 사는 여자들이 치열하게 사는 모습들을 보여 준다.

특히나 이혼한 여자들은 대부분 아이들을 떠맡고,

집도 없고,

직장도 없다.

아이들과 힘들게 살아내기 위해 직장을 구하려 몸부림치는 그녀들의 모습이 짠하다.

거기에다 집도 없이 이리치고 저리치는 그녀들은 마치 내 이야기처럼 느껴질 정도다

내가 살아온 일들을 저들이 지켜보기라도 한 것처럼...

 

너무너무 지긋지긋한 시집살이와 무책임한 남편이 싫어서

내 목숨 구해주는 셈 치고 이혼해 달라고 졸랐다.

이혼을 하던 날, 법원을 나서며 하늘을 나는 듯한 자유를 느꼈다.

뭐든지 잘 될 것 같은 희망도 보았다.

하지만, 현실은 그게 아니다

부자동네.. 

시가로 20억 넘는 주택에 살다가 졸지에 오갈데 없이 오빠집에 얹혀 살게 되었다.

직장생활도 중단하고 있던 터라 새로 일터를 찾아야했다.

수중에 가진 돈이라곤 달랑 30만원이 전부였다.

이혼과 동시에 하류 인생으로 전락해 버렸다.

 

위자료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법원 무료 상담코너를 찾아갔다.

4대가 함께 살며 시집살이 한 것에 대한 보상은 없단다.

우리나라 며느리들의 의무 사항이라 그것에 대해 시집식구들이 책임질 이유가 없단다.

시집살이 하느라 몸무게가 36kg까지 내려가고,

간이 부어내려앉고, 

급성 빈혈에 위장병을 달고 살았어도 ... 받을 권리는 없단다.

바람에, 폭력에, 무책임으로 가정의 생계를 꾸리지도 않는 남편에 대해서도 무죄다.

바람과 폭력에 대한 증거를 살면서 만들어 놓지 않았기 때문에,

또한 이혼을 하게 된 결정적인 사유를 만든 날...

그날 오빠가 데려간 병원에서

2주진단까지만 해줄 수 있도록 암암리에 약속이 되어 있다는 의사의 말에

그렇게만이라도 해달라고 해서 만든 진단서와 창피를 무릅쓰고 찍어놨던 증거사진도

아무 의미가 없단다. 

법적인 남편소유의 재산이 없으므로...

내가 벌어 생계를 꾸렸던 몇 년간의 돈...  그것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고 싶다고 했더니

그것도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므로 청구할 이유가 없단다.

 

결국 마음속에 꽉 찬 자유로움이 위자료 대신 갖게 된 내 재산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