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이들과 나들이를 가다가 우연히 웨딩홀 앞을 지나게 되었다.
웨딩홀 앞에는 화려한 꽃과 리본으로 단장한 흰색의 멋진 리무진이 보였다.
이를 본 남편 하는 말,
\"기껏 공항까지 갈 터인데 할게 뭐 있다고 저런 리무진을 빌렸을꼬.
구조도 길쭉하게 생겨서 불편할텐데...\"
리무진이 불편하다니?
드라마나 코미디프로를 보면 리무진은 로또 당첨 혹은 재벌,부의 상징인데...
나 역시 한번도 타 본적이 없기에 승차감은 모르겠고 그래도
결혼식의 이벤트를 즐기려고 하는 그들이 부러워서 이렇게 말했다.
\" 평생의 한번 뿐인 결혼식이니까 그렇지. 결혼식 아니면 언제 저런 걸 한번 타보겠어?\"
그말을 하고 나니 갑자기 우리 결혼식 때가 생각났다.
\" 결혼하기 전에는 신혼여행 가는 차안이 얼마나 행복하고 낭만적일까 상상했었는데...
근데 우린 차 안에서 축의금 일일이 봉투에서 꺼내서 적고 계산했었잖어. 기억나?\"
\" 맞다, 그랬지 \"
남편은 그러면서 그때 일이 생각난듯 하하 웃었다.
결혼식 끝나고 나서 예식장 사무실에 쭈그리고 앉아서 돈 세던 신부가 바로 나였다.
남편 쪽 축의금 접수하던 형님들이 축의금 정리를 안하고 봉투째 그냥 주고
가버리셨기 때문이었다.
예식비용은 계산해주어야겠기에 신부로써의 우아함은 던져버리고 신랑과 함께
급하게 봉투를 쏟아서 돈을 세어야만 했다.
그런데 신부로써의 아름다움을 버리는 일은 신혼여행가서도 생기고 말았다.
첫날은 너무나 좋았다.
풀빌라에 딸린 수영장에서 맘껏 수영도 하고,
현지 종업원들이 맛있는 음식을 들고 와서 차려주고
오후가 되니 스파라는 것도 해주고 정말 천국이 따로 없었다.
둘째날이 되자 우리는 다른 신혼부부들과 함께 유람선을 타고 바다로 나가서
해양스포츠를 즐기기로 했다.
스킨스쿠버와 바나나 보트를 타고 나서 미끄럼틀을 탔다.
미끄럼틀 경사가 높아서 조금 겁이 났지만 처음 조심스럽게 타니까
이게 너무 재미있는 거였다.
특히 바닷물에 풍덩 빠질때의 그 짜릿함이란...
몇 번을 타고 나서 마지막으로 딱 한번만 타자 싶어 미끄럼틀에 올랐다.
남편이 먼저 타고 코너로 남편이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한 후 출발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가 너무 빠른 속도로 내려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속으로 첨벙 뛰어드는 순간 갑자기 눈 앞에 뭔가 \"퍽!!\"하는 느낌이 들었다.
미처 자리를 피하지 못한 남편의 엉덩이에 눈이 부딪힌 것이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눈 주위가 아프기 시작했다.
순간 내 눈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수경을 빼고 손으로 눈을
만져보았다. 아뿔싸!! 손에 피가 묻어나는 것이었다.
나는 너무나 놀라고 무서워서 그 순간 울어버리고 말았다.
남편도 놀라서 막 달려왔다.
손을 내려보라고 하고 내 눈을 들여다 보았다.
\"내 눈 괜찮아? 잘못된 거 아니지?\"
\"어...괜찮아. 생각보다 많이 안다쳤으니까 안심해.\"
\"진짜?\"
\"응..울면 눈물 들어가서 더 나빠지니까 울지 말고\"
난 순간 눈물을 뚝 그쳤고,제발 눈 상태가 더 나빠지지 않기만을 기도했다.
바다에서 나와 응급처치를 받았는데 일단 연고만 발랐고, 육지에 도착해서
병원을 가기로 했다.
괜찮다고 해서 안심을 했는데, 상태가 너무 궁금해서 거울을 달라고 했다.
거울을 본 순간 난 기절할 뻔 했고,또 다시 엉엉 울고 말았다.
눈 주변의 깊이 팬 상처가 마치 프랑켄슈타인을 연상케 했다.
그저께만해도 결혼식장에서 얼마나 아름답고 우아했던 신부였던가...
그런 내가 이런 몰골이 되다니...
유람선안에서 남편이 점심을 갖고 왔는데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육지에 도착해서 병원에 갔다.
의사는 나를 수술대같은 곳에 올려놓더니 안구는 이상없는 것 같다며,
혹시 모르니 서울가면 안과검사를 받으라고 했다.
그리고는 처치를 하고 약을 한보따리 안겨 주었다.
그날 밤 내게 한없이 미안해진 남편은 눈주변에 물이 들어가면 안된다며
머리도 감겨주었지만, 상처받은 눈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리는 만무하고
흉터가 얼마나 남게 될지도 알수 없는 노릇이었다.
\"어떡해...내 얼굴 책임져!\"
\"알았어.책임질께 평생~~\"
그날 이후 난 눈 밑에 큰 거즈를 붙이고 선글라스를 낀채 다녀야 했다.
그리고 서울에 와서 신혼여행 휴가가 끝나갈 무렵이 되니 눈 주변이
서서히 멍이 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파르스름한 멍이 자줏빛이 섞이기 시작하더니 마치
누군가에게 한대 얻어맞은 듯한 모습이 되었다.
직장에 출근하는 날, 예복조차 검은색 정장인데다 선글라스까지 끼니,
오히려 사람들로부터 주목을 더 받게 되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사람들이 첩보영화 찍냐며 막 웃기 시작했고
선글라스 왜 꼈냐고 다그쳐 물었다.
어쩔 수 없이 난 안경을 벗었고 내 얼굴을 보고서는 처음엔 놀라더니
조금 뒤엔 더 큰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난 자초지종을 이야기했고 사람들은 모두 웃다가 나중에
꼭 한마디씩 했다.
\"혹시 첫날밤에 신랑한테 맞은 거 아니야?\"
진짜로 이거 맞은거 아니라니까요. 제발 믿어주세요. 네?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난다.
아직도 눈가에는 흉터가 약간 남아서 신경을 그슬리게도 하고
한편으론 평생 딴 데 한눈 팔지 못하게 만든 남편이 얄밉기도 하지만
잊을수 없는 신혼여행의 헤프닝이었던 것 같다.
그때는 난 신혼여행 반 밖에 못 놀았으니 이 다음에 꼭 한번 더 가리라
다짐했는데,결혼하자마자 둥이 임신해서 낳고 키우다 보니
여유가 생기지 않아 엄두조차 못내고 있다.
앞으로 몇 년이 지나면 다시 가고 싶은 마음보다는
남편 따로 나 따로 가려고 하지 않을런지...
신혼의 설레임을 평생 가질 수 있다면 모를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