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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단이네3- 원정출산


BY 동강 2010-03-18

어휴 서울 사시는 동지 여러분들은 어떻게 사시나요^^

2주 동안 서울을 3번 같다 왔는데 너무 힘들었습니다.

차도 많고 사람도 많고 건물도 많고 ...

정선 산골짜기 에서 살다가 서울을 가니 촌티가 줄 줄...

지하철에서 만난 서울 사시는 님들은 모두 바빠 보이고 똑똑해 보이더군요^^

저만 멍하니  ㅋㅋ

그래도 잘 다녀왔습니다. 너무 힘들어 후유증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해서 소식이 늦었습니다.죄송합니다.-꾸벅

 

미국은 전 국민 의료보험이 안 되기 때문에 유학생은 병원비가 많이 듭니다.

그러니 웬만하면 안 아파야 한답니다.^^

미시건주 같은 경우는 태어날 아기는 미국 시민이라 태어나면

극빈자 보험(기초생활보장)같은 나라에서 주는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저는 유학생 배우자 신분이라 혜택 받을 수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저 돈 많이 주고 미국 병원에 가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디트로이트에 한국인 산부인과 선생님이 개업을 해서 딱 한 분 계셨어요.^^

그분이 유학생 아내들에게는 단 돈 10달러만 받고 거의 공짜로

산전 진찰을 해 주신다는 소문을 듣고 갔더니 반갑게 맞아 주시더군요.

간호사는 다 백인 아줌마들이고 환자들은 거의 흑인 아줌마들이고

간간이 저 같은 아줌마들이 있구요.

 

저는 입덧을 너무 심하게 했습니다.

9개월 마지막 달까지 밥을 먹지 못하고 토마토와 포도 주스만 먹으며 지냈습니다.

그래도 시간은 흘러 4월이 되고 아기가 나올려고 준비를 하더군요

저는 그동안 재봉틀을 빌려 천을 사다가

아기 이불도 만들고 베개도 만들었습니다. 아기 옷은 얻어서 씻어 놓구요..

다 준비를 하고는 기다리는데 아기가 넷인 선배 엄마의 말씀이

배가 10분 간격으로 아프면 병원에 가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배가 아플 때 마다 시계를 보다가 아침 7시쯤

드디어10분마다 아플 때 병원을 갔습니다.

 

미국은 개인병원에는 분만실이 없고 개인병원이 위치한 곳에 있는

큰 병원(종합병원)에서 아기를 분만하는 시스템이더군요.

배가 10분마다 아파 병원에 갔는데 아직 나올 때가 아니라며

병원 복도를 왔다 갔다 하며 걷기운동을 하라고 하여 왔다 갔다 걸었습니다.

4시쯤 배도 많이 아프고 더 이상 못 걷게 되었을 때

분만실로 옮겨 주더라구요.

그런데 분만실이 얼마나 좋은지 무슨 호텔 같았습니다.

누웠을 때 눈높이에 맞춰 텔레비전도 있고 기다리는

남편 침대도 있고 모든 조명과 시설을 리모컨으로 조절 할 수도 있고...

아무튼 좋았습니다.

 

배가 점 점 아프기 시작하니 어느새 내가 늘 만났던 한국인 의사선생님이 오셨습니다.

얼마나 반가운지.. 아기가 나올 때 주치의한테 연락을 한 것 같았습니다.

구령에 맞추어 힘을 주라고 하며 미국 간호사가 원 투 스리 포하며 텐까지 외칩니다.

남편은 하나 둘 셋하며 열까지 헤아립니다.

누구의 구령에 맞춰 힘을 줘야 할 지 헷갈리기도 하고

박자를 맞출 수가 없어 힘을 주기가 힘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중간에 간호사에게는 영어로 박자란 말을 몰라

남편에게 ‘박자 좀 맞춰’하며 큰 소리를 질렀지 뭡니까?

이렇게 머리가 보인다는 간호사 말이 있고도

한 참을 원 투 스리 포를 하다가 아기가 세상으로 나왔습니다.

 

아기가 나오고 의사 선생님이 여러 가지 조치를 취하고 가신 후에

곧바로 소아과 의사가 나타나 아기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더군요

아기가 나오길 분만실 밖에서 기다렸다고 하면서...

아기가 나온 후에 간호사가 얼음이 가득 든 오렌지 주스 병을 들고 와서는

힘을 많이 써서 힘들겠다고 위로를 하더니

주스 한잔을 먹고 샤워를 하라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한국 전통은 샤워를 하면 안 된다고

주스도 마실 수 없다고 하니 이해 할 수가 없다고 하면서

머리를 흔들더라구요.^^

 

아기가 나오고 나니 입원실로 옮기는데 분만실이 너무 좋아 가기가 싫었습니다..

입원실로 가니 원래는 2인실인데 마침 아기 낳은 엄마가 저 뿐이라

저 혼자 방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녁 때 닭튀김에 오렌지 반쪽. 감자. 우유 한 잔이 나왔습니다.

그사이 남편은 집에 가서 미역국을 끊여 왔구요.

병원 밥은 남편이 먹고 저는 미역국을 먹었습니다.

그 다음날 아침도 미역국을 먹는데 이상한 스프를 먹는다며

간호사가 안 된다고 해서 남편이 한국의 전통이라고 한 마디 하고는

그 다음 부터는 몰래 먹었습니다.

 

퇴원해야 하니 입원비가 걱정이었는데 (돈 많이 내라고 할까봐)

아기가 미국시민권자이고 엄마 아빠가 돈이 없는 가난한 유학생이라

분만비는 나라에서 해준다고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하며 퇴원을 하여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후에 둘째를 낳을 때는 텍사스 주로 이사를 해서 텍사스에서 낳았는데

거기는 산전 검사까지 돈이 안 들었습니다.

아기가 미국 시민이라 미리 혜택을 받았지요

그런데 같은 지역 같은 병원에서 셋째도 낳았는데

셋째는 산전 검사를 한 번도 받지 못했습니다.

갑자기 텍사스 주 법이 바뀌어 산전 검사는 미국시민이 아니라 안 되고

분만은 아기 때문에 혜택을 준다고 하더군요..

또 거기는 한국인 의사가 있긴 했습니다만 미시건 주처럼

같은 한국인이라고 싸게 해 주지 않아 임신하고 병원에 한 번도 가지 않았습니다.

 

10달을 그냥 지내다가 아는 분이 마지막 달 한 번은 진찰을 받아야 된다고 하면서

진찰비 100달러를 선물로 주었습니다.

그래서 한국 의사가 있는 개인 병원에 예약을 했는데

환자가 많다고 하면서 2주 뒤에 오라고 했습니다만 2주가 되기 전

셋째가 나오는 바람에 100달러 굳었습니다.^^

 

셋째를 낳을 때 진찰을 한 번도 받지 않은 채

개인 병원의사 보고 없이 바로 큰 병원으로 가니 난리가 났습니다.

믿을 수가 없다면 어떻게 한 번도 진찰을 받지 않을 수가 있냐면

야단법석을 떨더군요. 의사와 간호사들이 ...^^

그래도 한국인의 기상으로 씩씩하게 아기를 낳았습니다.

이렇게 해서 미국에서 원정 아닌 원정출산으로 귀하고 예쁜(제가 보기에)

세 딸을 얻었습니다.

 

어휴 아기를 한 번 더 낳은 기분이 드네요..

잘 지내시고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