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살면서 운 좋게 필리핀 마닐라와 캐나다 밴쿠버의
한식당과 양식당을 섭렵 할 기회가 있었다.
부드럽고 입안에 녹아드는 고기 맛으로 소문난 밴쿠버 어느 한식당 주인
인터뷰 요청에 6개월을 이유없이 튕기더니
하필 내 결혼기념일에 ‘당장’이라는 단서를 달며 긴급 호출을 해왔다.
그물 스타킹처럼 마블링이 입안에서 살살 녹아드는 생갈비를
향 짙은 양송이랑 불 판에 올려 핏기만 살짝 죽인 다음 소금장에 찍어 꼭꼭 씹으면....
흐이그.... 잘근 잘근 터져나오는 그 피 맛...…
하지만 결혼기념일에 저녁외식 이벤트는 필수 옵션.
막걸리 집 춘자도 아니고
지글지글 구워진 생갈비와 등심 앞에 놓고
젓가락만 두드릴 수는 없는 노릇.
게다가 먹성 좋기로 이 바닥에 소문이 자자한 콜라
깨작거리며 카메라 셔트만 눌러대다가 그냥 나왔다간
30년 백정 출신의 그 아저씨에게 무슨 말 폭탄을 맞을 지 알 수 없었다.
그래... 딱 한 점, 맛을 봐야 맛을 알지.....
정말 환청 때문에 정확히 한 번에 한 점씩 먹는다는 게 그만 나도 모르게
1..3....5...7....로 젓가락질 횟수가 늘어났다.
살이 찔 땐 몸무게가 1,3,5,7,9 kg으로 올라가고
눈 앞이 가물가물하도록 운동하고 굶어도
살이 빠질 땐 몸뭄게가 50, 60...80...g 단위로 줄어 드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부른 배를 부둥켜 안고 허겁지겁 돌아온 집.
애첩 반기듯 마누라 반기는 남편의 폼새가
근사한 저녁 먹을 꿈에 부풀어 점심부터 쫄쫄 굶은 듯.
눈알까지 상기되어 있다.
이 상황에서 혼자 밥 먹었노라 말........... 하는 건
석달 열흘 시달려 죽고 싶어 환장했거나 미쳤거나 둘 중 하나다.
\"어!! 어......너........혹시 고기 먹었어?\"
\"아냐!! 이야기만 하고 나온 건데 연기 때문에 흐유~~ 이 냄새 .... \"
그러나 소금 먹은 놈이 물 킨다고.....
거짓말에 신뢰를 포장하기 위해 슬그머니 그의 무릎에 앉았다.
\"자기~~~ 한국서 올 때 보다 가벼워졌찌? \"
무반응에 도둑이 제 발 저려 강도를 높였다.
“자기~~~ 나 자기 뒷바라지 하느라 힘들긴 했나 봐. 얼굴이 홀쭉해 졌대. 한국서 올 때 보다 말랐찌?”
대답대신 내 머리카락을 쓰윽 걷어 내더니
귓 볼에 살그머니 입술을 댄 그가 속삭였다.
\"..... 걱정 마..... ....뱃살은 .....그대로 있어... ~..\"
헐!
그래 나 똥배 많이 나왔다. 솔직히 윗 배도 장난 아니다.
그렇다해도 결혼기념일에 이건 아니잖아……?
발딱 일어나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가만히 그의 목을 껴안았다.
“나…. 자기한테 말하지 않은 비밀이....하나 있는데....\"
\"사귀던 남자 야그는 식상해.”
말은 그러면서도 눈빛이 살짝 흔들린다.
\"뭐 든 괜찮아?\"
\"응. 뭐든...\"
\"나.............................사실은 ......\"
\"응..\"
\"성형수술 했어...\"
피식 웃던 그가 내 가슴을 툭 건드리며
\"가슴은 절대 아니고.... 눈? 코?? 어디?\"
칫
\"으응...................... 배.....\"
\"배??????\"
\"응... 배......배에 실리콘 주입했어.... \"
ㅋㅋㅋㅋ
\"푸후~ 근데~~ 너~ 혹시... 가슴에 넣으려던 실리콘이 부작용으로 배로 흘러내려서....가슴은 작고 배가 둥실해 진 거 아냐?\"
헐!
운동은 싫고 딱 한 알 먹으면 실리콘 쏙 빠지는 비결 뭐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