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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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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물지 않기!


BY 엠파이어 2010-03-09

경기도에서 특별히 시행하고 있는 영아전담교육,

어느 덧 나라의 중대한 사안이 된 보육문제를 해결하고자 시작된 교육이

여러 해 거듭되고 있는데, 

올 해 처음으로 맡게 된 4세 반의 담임으로서 영아전담교육의 필요성을 느낀지라

시작은 참으로 용감하게 하였으되 날이 갈수록 나의 총명한 눈빛은 어디로 사라진 건지.....

아침부터 꼬맹이들과 씨름하다가 일이 끝나자마자 교육장으로 달려가 9시 땡 하면

무거운 가방만큼이나 몸을 이끌고 집으로 오면 하루가 왜 이리 짧고 피곤한지......

그런데 오늘은 덜 피곤하다.

교육의 일정으로 보건데 중간을 딱 넘은 이 시간 즈음부터는 그 힘들다고 느껴짐이 두 배가 넘지만 오늘은 울 반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울 반 이름은 분홍 꽃잎반 (너무도 촌스러워 Pink Petals 라고 써서 우아한 이름인척 위장하고 있다.)

남아 3명 여아 4명으로 이루어진 반이다.

여아 4명은 특별히 문제 될 것이 없는 아이들이다. 귀엽고 사랑스럽고 똑똑하고...

그 중 한 아이만 엄마의 사랑을 충분히 받는다는 만족감이 적어 늘 관심을

가져달라고 나름의 표현을 해댄다.

늘 내 주변을 맴돌며 늘 사랑에 목말라 하고 있어서 적당한 애정표현으로 

신뢰감을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남아 3명 중 한 명은 아주 똑똑하고 야무지고 내게 애정표현도 넘치게 하는 애교쟁이

또 한 아이는 올 해 엄마와 처음으로 떨어져 분리불안증으로 날 너무도 힘들게

하지만 일주일 정도 지난 어제 부터는 잘 적응하는 탓에 짐이 적어지고 있다.

조금의 시간이 더 지나면 날 흐뭇하게 만들 녀석이란 걸 대번에 알 수 있다.

 

마지막 한 아이, 이 아이는 엄마부터가 문제인 걸 여러 선생님을 통해 들었다.

엄마와 양육자는 일관된 자세로 아이들을 대해야 하지만 상황마다 바뀌는 양육자에 의해 아이들은 혼란을 겪게 된다. 이 아이가 그렇다.

아이라는 존재 자체를 너무도 짐스런 존재로 생각하면서도 그래도 엄마의 역할을 감당해야 하니 얼마나 힘이 들지 감이 잡힌다.

이 엄마, 낳기만 했지 뭐든지 어린이집에 맡기고 책임을 지우려고 한다.

작년에 이 아이와 엄마를 경험한 선생님은 이 아이를 자기 반에 주면 일 못한다고

해서 만만한 내게 이 아이와 엄마가 맡겨지게 된 것이다.

 

형태는 말을 잘 못하지만 책을 잘 본다.

사실 이 맘 때 보는 책은 책의 기능...넘긴다...라는 개념이 강하다.

그림을 보며 그냥 넘기는 것이다.

그런데 형태의 엄마는 모든 게 귀찮은데 아이가 책을 좋아한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늘 엄마의 기대치에 못 미치는 형태가 엄마에게 인정받는 방법은 책을 보는 것이다.

어린이집에서 5시 경에 데려가면 도서관을 데려가거나 집에서 또래아이들을 모아

책을 보게 한단다.

말도 잘 못하는 아이가 (글은 당연히 아직 모른다) 엄마에 의해 한쪽으로만 강화가 된 것을 보게 되어 안타까웠는데 이 아이 등원 첫 날부터 같은 반 아이들을 깨문다.

 

대개는 놀잇감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다가 말보다 빠른 깨무는 방법을 택하게

되는 것이다.

첫 날, 물린 아이는 형태 옆에 가지를 않는다. 소리를 지르고 옆에 오지 못하게 한다.

그런데 두 번째 물린 아이는 삼일을 계속해서 물렸다.

날마다 그 엄마에게 전화해서 알리는 나도 진땀을 뺐고,

무엇보다 아이에게 너무도 미안했다.

잘 본다고 보고 있다가 아주 순간의 시간에 일이 벌어지니, 선생님을 보고 있다가

안 볼 때 일을 저지르는 지능범(?)처럼.....미칠 지경 이었다.

그런데 어제부터 형태가 조금씩 안정되어 가는 것 같다. 내게도 ‘선생님’ 하고 부르고 뭐라 뭐라 말하기도 하고 슬쩍 옆에 와서 다리를 만지기도 하고

오늘은 웃기까지 한다.

아이들의 웃음이 얼마나 값진 보석같은데 형태는 잘 웃지 않는다.

그 모습이 가여워, 더 자주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예쁘다고 말해주었다.

 

드디어 어제, 오늘은 친구들을 물지 않았다. 처음 물린 아이도 다행히 조금씩 나아져

옆에서 놀이해도 소리를 지르지 않고,,,,,

제발~~~ 무는 버릇이 사라지면 좋겠다.

 

참, 친구를 문 아이에게 처음에는 말로  그러면 안 된다고 혼을 냈고, 그 다음엔 아주 큰 소리를 내어 혼을 냈고, 그 다음에 이런 일이 생기면 물어주겠다고 엄마에게 미리 말을 한 후, 정말 물어줬다.

그 다음 또 물어서, 발바닥을 때려주고 일정 시간 동안 놀이를 못하게 했다.

에궁.....4세가 뭘 안다고......하지만 교육의 힘은 아이를 달라지게 한다.

혼을 내고 물어주고 때려줬어도 마음을 담은 허그의 뒷마무리는 아이를

자꾸 내곁에 오게 했다.

이제 두 주 째일 뿐인데 내게 맡겨진 아이들이 너무도 사랑스럽다.

이 아이들과 함께 할 일 년이 내게 또 얼마나 많은 행복을 줄지.....생각하니

오늘은 덜 힘들다.


그리고..............

지난 토요일, 교육이 너무 힘들어 점심 먹고 살짝  2교시 땡땡이를 쳤다.

미리 예매해둔 영화를 살짝 가서 보고 왔다.

과다한 업무와 극심한 스트레스, 거기에 머리 터질 것 같은 공부까지....

가슴이 너무 메말라져 있어서 영화 한 편 보고 가슴을 말랑말랑하게 한 뒤

교육장으로 돌아가니 너무도 집중이 잘된.....^^

 

 

 

오~~~채닝 테이텀...너무 멋지다^^

우연한 만남은 필연적으로 시작이 된다.

채닝 테이텀 (존)은 아만다와 짧은 두 주간의 사랑을 뒤로 하고

군대로 복귀를 한다. 그러나 그들의 순탄치 않은 사랑이 준비되어 있었으니......

사랑하지만 헤어질 수밖에 없는 진짜 영화 같은 영화이야기....

스토리는 진부 할 수도 있지만 배우들의 흔들리는 눈빛 속에서 가슴 한쪽이

찌리리~~~~

바쁜 일정 속에서 잠시나마 내가 정말로 사랑했던 사람....그 소중함에 대해 생각하는

그런 시간이었지만, 땡땡이 치고 본 영화라 집에와서는 함구했다는......^^

 

이상, 철없는 엠파이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