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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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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그 유통기한.


BY *콜라* 2010-03-09

 

프랜차이즈 패스트푸드점, 합법적인 체류 신분, 생활영어대화 가능한 여자분\"

 

며칠 전

한인 웹사이트에 구인 광고를 올렸다.

 

세계적인 높은 실업률을 반영하 듯 허접한 짧은 광고에

상상 외 많은 메일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이름 하나가 있다.

\"아름다운 가을\"

 

어린 친구들은 온라인에서 서정적인 이름보다

파격  혹은 튀는 닉을 선호하고

이런 닉네임은 대체로 감성적인 주부들이 선호하는 편이다. 

 

편지에는 짧은 이력서와 함께

\"나이는 많지만 어떤 일이든 주어지는 대로 열심히 잘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일하고 싶은 간절함이 음절마다 녹아 든 진심어린 편지에

가슴이 찡해져 제일 먼저 답장을 썼다.

설사 일을 함께 하지 못하더라도 한인들이 알지 못하는 업종이니 구경삼아 한번 오시라...

 

정말 가도되겠느냐는 메일이 두 차례 더 오간 후

드디어 오후에 찾아 가겠다는 짧은 메일이 왔고

알 수 없는 호기심과 궁금함에 아침부터 괜스레 부산스런 마음으로 기다렸다.

 

굶주린 민생들의 소란이 적당히 해갈 된 오후 3.

막 인터넷 접속을 하는 순간 문을 열고 들어 선

한 초로의 아주머니.

 

결 고운 빗으로 가지런히 빗어 넘긴 백발.

고운 피부와 단아한 외모가 아주머니라고 하기엔 조금 죄송하고, 할머니라 부르기엔 더욱

죄송한 .

딱히 떠오르는 호칭이 없어 민망스러워 하는 내 마음을 읽은 듯

\'괜찮습니다. 편한 대로 부르세요\' 하며 반갑게 손을 잡으셨다.

자녀들이 모두 장성해 출가한 후, 내내 영어학교를 다녀 영어대화 능력은 충분했다.

그러나 18세에서 25세 미만의 대학생들 사이에서 함께 일하기엔

연령차이가 많아 학생들과 융화가 어려울 것 같다는 말을 하기가 어렵고

그래서 일하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말은 더욱 힘들어

 

음식을 드린 후 이 나라의 프랜차이즈 창업 절차며 한인들 살아가는 모습, 이민 생활 등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최상의 거절방법을 찾느라 나의 대화는 방향을 잃고 있었다.

 

이야기가 길어 질 수록

그분의 얼굴은 어쩌면 이 집에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으로 환해지고 있었고

때를 잡지 못한 나의 얼굴은 난처함에 말투마저 딱딱하게 변하는 듯 했다.

 

그랬다. 

 

희망고문도 고문인 것을.

차라리 결론부터 이야기하고 대화를 시작해야 했던 게 아니었을까

때늦은 후회를 하며

2시간을 넘기고도 끝내 꼭 해야 할 말은 꺼내지도 못한 채 엉거주춤 그 분을 배웅하고 있었다.

 

나이... .

수치에 불과 한 거라고 주장하며 살아 온 이전의 생각들이 

얼마나 누리는 자의 오만함이었던가....

 

그러나 단순히 나이 때문에 거절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일 할 동료 직원들이 손녀뻘이라 융화 문제일 뿐이라고

애써 변명을 해보았지만 

 

드디어 일 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안고 돌아서는 그분의 뒷모습에서

돈 벌이에 대한 욕심이 아니라

환갑의 나이에도 내 삶의 의미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하는 다짐이 엿보여

아직도 미안함을 떨쳐내지 못한 채 밤을 맞이 했다.  

 

그리고

머지 않은 날의 내 모습을 투영해 보며

짠한 마음으로 오늘 하루를 마감하고 있다.